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일상에서 나타나는 ‘똘끼’의 정도 파악하기. 김희철(29)을 인터뷰하기 전 가장 중점을 뒀던 점이다. 4차원 ‘또라이’인지 천재인지 모호한 정신세계, 남자인 듯 여자인 듯 뒤섞인 외모, 명색이 아이돌 가수라면서 수십년의 시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레퍼토리.
쟁쟁한 독설가 틈에서도 밀리지 않고 뿜어내는 내공과 연륜은 그의 ‘새파랗게’ 어리고 순진한 눈빛과 만나면서 기묘한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가수(슈퍼주니어)이자 연기자, 방송인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에 대해 대중이 갖는 보편적 인상은 대체로 엇비슷하다. 저 잘난 맛에 사는, 그렇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은, 어쨌거나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별종.
 

# “제가 얼굴 아니면 여기까지 왔겠어요?”

2005년 데뷔 후 현재까지 지속된 자신의 연예활동에 대한 분석이다. 얼마 전 상하이 공연 당시 팬이 던진 LED 보드에 맞아 그의 왼쪽 얼굴엔 500원짜리 동전만한 밴드가 붙어 있다.

웬만하면 스트레스 안 받고 사는 편이라지만 요즘은 아침에 거울을 볼 때마다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스트레스가 밀려 올라온다.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졌을 때도 이렇진 않았는데….
“노래도, 춤도 안되고 내세울 재주도 없는 입장에서 얼굴이 거의 전부인데, 이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관리하는데….” 그의 말처럼 그룹 슈퍼주니어 내에서 그는 ‘미모’만으로도 충분한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왔던 외모에 대한 찬사, 무례하고 매너없이 굴어도 좋다고 쫓아다니는 부지기수의 여학생. 여기다 20년 넘게 노는 데만 정신팔려 있던, 별 재주없는 강원도 촌놈이 날고 긴다는 연습생들을 제치고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덜컥 붙고나니 “내 외모는 어디서든 먹힌다”는 기고만장함이 하늘을 찔렀다.
“아, 수정할게요. 얼굴이 전부라는 건 아니고. 다른 능력들도 있지만 얼굴과 함께하면서 시너지
가 커진다, 이게 맞는 분석 같아요.”

# “얘 사람 좀 만들어주세요”

SM과 계약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의 부모의 일성. 게다가 “너 받아주는 데가 어디 있냐”며 “계약기간은 30년으로”라고 한술 더 떴다. 학창시절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기억밖에 없다. 하드록 밴드의 음악을 즐겨 듣고 일주일에 너댓차례는 노래방에 가서 임재범, 마이클 볼튼의 노래를 불러댔던 그는 옷차림, 행동거지에도 남의 시선을 의식한 적이 없다. 일탈행동으로 불릴 만한 일은 섭렵했지만 문제는 일으키지 않았다. 이를테면 가출은 해도 수업은 빼먹지 않는 식이다.

열여덟살 되던 해부터는 디스플레이 공장, 화로구이집 등을 전전하며 아르바이트에 열심을 냈다. 당시 공장에서 만났던 서른, 마흔살 넘은 형들에게 사회를 보는 눈을 배웠고 인생공부도 했다.

“도대체 뭐가 되려고….” 부모의 걱정은 쌓여갔지만 그에겐 미래에 대한 근거없는 낙관과 자신감이 쌓여 갔다. 될 놈은 뭘 해도 된다고 했던가. 스트레스 없이 신나는 10대를 보낸, 승부욕 한번 느껴보지 못하고 살아온 그는 스물한살 되던 해에 SM에 합류하며 연예인으로 가는 첫발을 내디뎠다.

# “막상 들을 노래가 없더라고요”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면서 방송에 나오는 노래를 듣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유년시절을 함께했던 조용필, 패티김, 혜은이, 박남정, 소방차, 김완선의 노래나 가족들과 어울려 노래방에 가면 엄마, 삼촌, 이모부가 불렀던 노래 중에는 꽤 좋은 가요가 많았는데…. 가수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감흥을 주는 노래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때부터 옛날 음악을 본격적으로 찾아 듣기 시작했다. 제목은 생소하지만 들어보면 웬만큼은 귀에 익은 곡들. “어려서부터 다양한 음악을 벗삼아 들으며 가수가 될 자질을 쌓은”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MC를 맡고 있는 <추억이 빛나는 밤에>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그는 가장 어리지만, 주크박스처럼 대중가요 상식을 쏟아내며 다른 중견 MC들을 압도하고 있다.

# “순전히 AB형에 대한 편견 아닐까요”

시청자, 주변 사람들, 하다못해 그의 부모까지 그에게 “너 참 특이하다”고 하지만 정작 김희철의 생각은 다르다. 절친 쌈디, 홍기, 상추에게 물어봐도 다들 괜찮다는데, 사람들은 괜히 AB형이라는 혈액형의 일반적인 특성만 갖고 넘겨짚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긴 그의 절친들도 다 AB형이다.
그는 “나는 단지 해야 할 말, 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사람의 역할 같은 것이다.
“멤버들이 다 자장면 시키면서 통일하는 분위기인데 저는 정말 짬뽕이 먹고 싶은 거예요. 그럼 짬뽕 먹고 싶다고 시키는 거죠. 속마음을 솔직히 밝힌다는 게 남과 달라보이는 점 같아요.”


# “자유롭기 위해 작은 것도 지킨다”

자유분방해 보이는 이미지이지만 사생활로 구설수에 오른 적 없는 그의 생활신조다. 사소한 유혹 앞에서 항상 그는 묻는다. “내 모든 것과 바꿀 수 있을 만큼 가치 있나?”
연예인이 공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라는 확신은 갖고 있다. 연예인에 대한 잣대가 엄격하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에 틀린 말은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우리 같은 연예인들은 잘못하면 한방에 ‘훅’ 간다”는 그의 목표는 “신나게 놀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똘끼’로 감싼 번득이는 자의식. 그는 영리한 자유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