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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에 지친 10 20 기타선율에 젖다

by 신사임당 2011. 3. 7.

기타가 부활하고 있다. 십수년간 골방에 팽개쳐진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기타가 대중음악계의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대중음악을 전파하던 주류 미디어인 TV는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가수들을 다시 조명하고, 대중은 담백하면서도 풍성한 기타 선율에 열광한다. 1970·80년대를 주름잡았던 포크가수뿐 아니라 아이유와 같은 신세대 가수까지도 기타로 소통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기타가 갖는 음악적 상징성은 음악 본연의 가치에 대한 존중이다. 아날로그적이고 인간적인 것으로 대변되는 기타음악이 주목받는 것은 음악적 본질로 회귀하자는 대중적 요구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대중음악계에서는 싱어송라이터가 풍미하는 시대가 다시 도래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획일화된 대중음악의 대안
= 기타를 추억하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10·20대에도 기타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동안 대중음악의 주류를 형성해온 기계음과 댄스음악에 지쳤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90년대 싱어송라이터와 기계음 혹은 전자음악이 혼재하던 시기를 거치면서 득세한 댄스음악(일명 아이돌음악)은 최근까지 주류음악을 이끌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중의 돌파구가 됐던 것은 지난해 큰 인기를 모았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와 최근 신드롬으로 번지고 있는 ‘세시봉’이다. 안테나뮤직 정동인 대표는 “장재인, 강승윤 등 젊은 가수 지망생들이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이 신선한 자극이 됐던 <슈퍼스타K>가 밑자락을 깔았다면 ‘세시봉’이 결정적인 도화선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동안의 음악이 화려한 기계음과 춤, 복근을 드러내는 등의 퍼포먼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일반인들과는 괴리가 컸다”면서 “하지만 기타는 접근이 쉽고 상대적으로 연주하기가 편리한 데다, 누구나 기타를 연주하며 함께 노래하던 과거 문화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대를 중심으로 한 인디음악이 최근 몇 년 새 부쩍 성장한 것도 이 같은 대중적 요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연흥행이나 음반판매 면에서 웬만한 중견가수보다 훨씬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노리플라이, 십센치 등은 기타를 앞세운 어쿠스틱한 음악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류 미디어와 언더무대 모두, 춤과 퍼포먼스 없이 기타 하나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변화의 바탕이 된 셈이다.

◇ 음악 창작의 산실 = 대중음악적으로 봤을 때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것은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것 이상의 의미다. 자신의 생각을 담아 자기 노래를 만드는 음악의 주체, 즉 뮤지션의 반열에 오르는 셈이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 ‘세시봉’ 멤버들을 비롯해 70·80년대를 이끌었던 주역은 모두 기타를 연주하던 싱어송라이터들이었다.

MBC라디오 남태정 PD는 “기타는 코드 몇 개만 가지고서도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고 혼자서도 충분히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음악적인 창작 열기의 확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싱어송라이터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는 것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실제로 음악 프로그램 신청곡도 확연히 달라졌고 출연하는 가수들도 MR(녹음된 반주음악) 대신 기타를 연주하면서 직접 부르겠다고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최근 출연했던 윤종신씨도 기타를 직접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렀다”고 귀띔했다.

그룹 여행스케치 리더 조병석은 “기타를 들고 노래하면 대중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 한동안 기타를 들지 않았던 적도 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인 셈”이라고 말했다.

◇ 음악 다양성에 기여 =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문화적 다양성을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플럭서스뮤직 김병찬 대표는 “최근의 열풍을 TV와 같은 중심 미디어가 집중적으로 조명해서 더욱 피부로 느껴지는 측면도 있지만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홍대 음악 등이 성장하면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움직임은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음악 시장이 성숙한 선진국을 보면 아이돌로 대변되는 기획형 아티스트, 뮤지션 아티스트로 크게 양분돼 있지만 우리 시장은 한쪽만 존재하는 불균형을 보여왔다”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정상적인 시장으로 변하는 단계에서 긍정적 신호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현재 기타에 대한 대중의 환호 역시 일시적 열풍에 그쳐 왜곡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아이돌 댄스음악에 빠져 있던 젊은층이 ‘세시봉’을 필두로 한 기타음악에 열광하는 것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신기함과 호기심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기타 판매가 증가하는 것은 아날로그 음악, 어쿠스틱 음악에 대한 동경이라기보다는 자기 음악에 대한 동경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어쿠스틱 음악이 트렌드와 스타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콘텐츠가 나오고 시장에서 더 많은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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