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우린 ‘각’ 잡고 음악 못해… 놀다보면 곡이 뚝딱”
 

남성 듀오 ‘십센치’. ‘십센치?’라고 되물으며 다소 민망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이들은 이름만큼이나 도발적이다. 음악도 그렇고 행보도 그렇다. 담백한 어쿠스틱 선율에 담긴, 솔직하다 못해 당혹스러울 정도의 노랫말. 한번 들어보자.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 어떻게 하노 시럽 시럽 시럽 / 순대국 먹고 후식으로’(아메리카노) ‘그대의 스타킹 내몸에 팬티스타킹 / 오감이 찌릿찌릿 / 오늘 집에 가면 거울 앞에 비춰봐야지’(킹스타) ‘하루가 멀다 하고 탕수육을 시키네 / 하루가 멀다 하고 삼겹살을 꾼다네 / 내 방안에 고기 냄새 진동하게 / 매일밤 나는 파티를 여네 / 니가 돈만 갚으면 / 내 인생도 내돈 주면 살아나네’(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뭐야, 장난해?”라는 심드렁한 질문에 “맞아, 재미있잖아”라고 맞받는다.



이들이 최근 내놓은 정규 1집 <10㎝ 1.0>은 초도물량 1만장이 발매 당일 매진됐다. 지난해 4월, 집에서 만들고 포장, 배송까지 모두 직접 했던 미니음반 3000장을 한 달 만에 팔아치우면서 화제를 모았던 이들은 재미있는 노랫말의 ‘아메리카노’로 홍대앞 스타로 자리를 굳혔다. 일찌감치 ‘물건’이 될 줄 알아보고 굵직한 기획사가 계약하자며 줄을 섰지만 이들은 배포 크게도 다 ‘깠다’. 권정열(29·보컬과 젬베)과 윤철종(30·기타와 코러스)이 문제의 주인공이다.

정중히 거절했는데도 명함을 받자마자 찢어버렸다는 루머가 돌면서 ‘까칠하네’ 어쩌네 하는 소문이 났어요. 딱히 맘에 맞는 회사가 없었을 뿐이고, 우리 편하자고 음악을 손질당할 가능성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진정한 의미의 ‘인디밴드’인 셈이죠”.

시쳇말로 ‘시크’하면서도 엉뚱한 두 남자. 인터뷰 내내 유쾌하고 거침없이 대답하던 이들이 말미에 되물었다. “설마, 우리가 말한 그대로 기사 나가나요?”

- 두 사람 키 차이가 10㎝이기 때문에 지은 이름이라고 했는데 진짜인가?

“클럽 공연에 데뷔를 해야 하는데 이름이 필요했다.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쉽게 가자며 툭 던진 걸 큰 의미없이 받아썼다. 나중에 바꿀 작정이었는데 첫 무대부터 반응이 좋게 나왔다. 이름을 바꿀 수 없을 만큼 일이 커진 거다. ‘10㎝가 키 차이뿐이냐’는 쓸데없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

- 노랫말이 대체로 ‘깬다’. ‘시꺼먼 마음 의심이 된다면 저 의자에 나를 묶어도 좋아’(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등은 쉽게 볼 수 없는 가사다.

“우리는 무척이나 정상적이다. 가사도 누구든 해봄 직한 생각 아닌가? 단 다른 가수들이 지킬 것을 지킨다면 우린 그냥 내지른다. 이별도 예쁘게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찌꺼기까지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나? 다소 키치적이기도 하고.

“대중도 특이하고 못보던 거라고 느끼기 때문에 호응하는 것 같다. 우린 ‘각’ 잡고 음악 못한다. 그냥 편하게 기타치며 ‘딩가딩가’ 놀다 보면 곡이 뚝딱 나온다. 욕심이 들어가고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으면 절대로 안 써진다. 한때는 고시공부하듯 음악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썼던 가사가 있는데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 멜로디를 못 붙이고 있다.”

구미 출신인 이들은 고교 때 밴드를 하며 만났다. 음악을 함께하기 위해 군대도 동반입대했다. 2008년 여름, 제대 후 무작정 상경해 홍대앞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낮에는 아르바이트, 밤에는 노래를 부르는 생활이 반복되던 어느 날, 돈을 넣어주는 함에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 있었다. “운이 좋았는지 입소문이 났나 봐요. 우리 음악이 괜찮은가보다 하는 자신감이 생겼죠.”

- 젬베라는 악기가 특이하다.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다. 제이슨 므라즈와 토카 리베라가 내한공연했을 당시에 기타와 젬베로만 공연을 했는데 사운드가 꽉 차고 완벽하더라. 그것을 본 뒤 젬베를 구해 연습을 시작했다.”

- 아날로그 음악에 열광하는 요즘 분위기와도 맞아떨어진 것 같다.

“맞다. 트렌드를 잘 탄 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트렌드에 머무르긴 싫다. 유명세도 돈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우리가 더 좋은 음악을 만들면서 존재의 가치를 느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