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집시음악, 한국 전통가요 선율과 닮아”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2년 전, 기타리스트 박주원(31)은 현란한 기교의 속주로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증폭기를 앞세운 일렉(전자)기타가 펼치는 테크닉에 익숙했던 이들은 단출한 기타 한 대의 나일론 줄 위를 불꽃처럼 훑어가는 그의 핑거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은 국내에서 생소한 집시음악.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의 집시들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집시음악은 강렬하면서도 화려하게 다가오는 애잔함과 우울함에 취하게 만드는 특성을 지녔다. 박주원의 표현대로라면 “우리식의 ‘뽕삘’이 어느 정도 섞여 낯설지 않은, 그러면서도 감정을 극한으로 치닫게 만들어 속을 뚫어주는” 음악이다.

2년 전 발표했던 집시기타 연주곡집 <집시의 시간>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부문을 수상했던 그는 최근 2집 <슬픔의 피에스타>를 내놨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엮은 영화처럼 10개의 트랙은 저마다의 특색과 개성을 지니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볼레로, 삼바, 왈츠 등의 리듬 위에 휘몰아치듯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연주는 화려하면서도 슬픈, 묘한 이중성을 지녔다. 앨범 전체를 꿰는 이 같은 감성은 첫 트랙(My little brother)부터 뚜렷하다. 우연히 북한군 병사가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본 것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이 곡은 집시바이올린 연주로 처연함을 더했다. 이어지는 타이틀곡 ‘슬픔의 피에스타’에서는 속도감까지 가세해 청자를 격정적인 슬픔으로 몰아넣는다. 최백호와 정엽이 보컬로 참여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최백호는 다른 뮤지션의 음반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더 화제를 모았다. 최백호가 부른 ‘방랑자’는 원래 바이올린과의 합주를 염두에 두고 썼던 곡. “최백호 선생님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갔다가 번개처럼 생각이 스쳤어요. 바이올린이 아니라 선생님의 목소리가 더 잘 어울린다고. 까마득한 후배인데도 제 기타연주를 칭찬하시면서 기꺼이 참여해 주셨지요.”

‘빈대떡 신사’는 전통가요를 집시재즈 스타일로 재해석한 곡으로, 정엽이 감성적이면서도 찰진 목소리로 소화했다. 건반악기 같은 풍성한 하모니카 사운드를 들려주는 전제덕과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참여도 음반의 완성도를 높였다.

 

경향신문 김창길 기자 촬영 


 

 

이번 음반에서 타이틀곡을 제외한 모든 곡을 직접 작곡하고 편곡, 프로듀싱까지 한 그는 대중들에게 뒤늦게 알려졌지만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정교하고 화려한 테크니션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고교시절 밴드활동을 시작하면서 “음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당찬 결심을 했다. 록밴드 시리우스로 활동한 2~3년의 기간을 포함해 한동안 세션활동에 집중해온 그가 집시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뉴에이지 뮤지션 야니의 공연을 보면서다. 그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야니의 세션맨으로 활동하던 페루출신의 기타리스트. “클래식과 팝적인 감성을 섞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해왔는데 그 기타리스트가 내 머릿속의 뒤죽박죽된 생각을 그대로 구현하는 거예요. 엄청난 충격이었죠”. 이후 헝가리 기타리스트 페렝 스넷베르거 등 유명한 집시기타 연주자들의 연주를 보면서 그는 집시기타가 자신의 길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집시음악에 빠져 있으면서도 아직 집시음악의 본고장에 가보진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 음반이 꼭 잘돼야 해요. 하하”

다음달 11일 그는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2집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