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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홍대 괴물 선우정아를 만났습니다.

by 신사임당 2015. 3. 25.

 

 

홍대 괴물로 불리는, 요즘 뮤지션들 중에서 특히 주목받는 선우정아씨를 만났습니다.
무대에선 카리스마 쩔고 압도적인 에너지가 나오는 그는
카페의 테이블 앞에서 털털하고 쿨한, 귀여운 구석도 있는 30대 초반의 언니였지요.
학교 다닐때 좀 까칠한 면은 있지만 발랄하고 털털한 그런 친구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와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사진제공/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봄처녀를 두고 벚꽃엔딩 아성에 도전할 새로운 봄 노래가 되지않을까 하는 기대가 많아요.
=벚꽃엔딩은 굉장히 서정적인 곡이잖아요. 그런데 봄처녀는 재미있어요. 봄의 징글벨 느낌이랄까? 모두가 박수치고 흥겨울 수 있는 그런 곡이지요.
그동안 봄에 나온 곡이 많았잖아요. 예쁘고 달달한 발라드도 많았는데 직접적으로 봄을 언급한 노래가 없었으니까 ‘봄’이라는 단어에 확 꽂히는 것 같아요.
*어떤 노래 인가요? 사실 봄처녀 하면 옛날 가곡을 떠올리게 되거든요.
=21세기 봄처녀의 모습? 봄처녀를 도회적 해석하면 될 것 같아요. 새 시즌에 나온 옷을 차려 입고 새롭게 제안하는 화장품을 바르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젊은 여성들. 다들 봄처녀잖아요. 저는 지금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비유적, 은유적 가사를 많이 썼어요. 가사를 써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이야기적인 것, 서사적인것 등등 말이죠. 그런데 영화는 때려부수고 일차적인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 영화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제 음악이 주로 해오던 분야가 있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요. 직접적으로 전하는, 생각을 덜어낼 수 있는 그런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영화 다찌마와 리 같은?  직접적이고 꼬지 않는 그런 노래요.
*다른 가수들 작업을 할 땐 대중성이 강했고 인기 프로듀서로서의  역할 잘했어요. 그런데 본인 노래는 마니악한, 비주류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정하는 것은 아닌데 상황이 룰을 정하는 것 같아요. 저는 저일 뿐인데 남들과 함께 하는 상황이라면 그 상황에 맞게 집중해 쉽게 풀리는 것을 하는 거고요. 내 작업을 할 때는 제한없이 여러개를 더 시도해 볼 수 있는 거죠.  이렇게 해야겠다, 저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협업 요청이 엄청나던데 얼마나 바쁜가요.
=한동안은 학교 출강까지 하고 있어서 너무 바빴어요. 그래서 그건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그만뒀어요. 갯수로는 많지 않은데 동시에 여러개의 창작작업이 맞물리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게 CPU를 많이 잡아 먹는 것 같아요. 바쁘다기 보다 바쁘게 느껴지는 거죠.
*이쪽에선 워낙 유명인사셨지만 요 근래 특히 대중적으로도 이름이 많이 알려졌어요.
=메이저신에 계신 선배들이 용기 내서 써주시니까 그런 것 같아요. 예전부터 관계자들 사이에 제 이름이 돌아다니기는 했대요. 노영심 선배같은 거장들과 운좋게 함께 하면서 기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스타일이 워낙 마니악하니까 오랫동안 지켜보셨던 분들도 있었는데 계속 뭔가를 하면서 가능성이 조금씩 생긴거죠. 특히 지난해 유희열 선배님이 공개적으로 칭찬해주신것도 컸던 것 같고요.
*2013년인가요. 네이버 온스테이지 공연 보면서 정말 그 에너지가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다쳐서 깁스한건데 마치 공연 소품같더라니까요.
=앗, 그때 속상해서 울다가 한 공연이었어요. 저희같은 사람들은 그 무대에 오르는게 엄청나게 큰 방송에 데뷔하는 그런 기분이거든요. 엄청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틀전에 다친거예요. 이쁘게 나오고 싶은데 그게 뭔가 싶어서 혼자서 속상해 울고 난리가 났어요. 결국 촬영할 때는 풀 죽어 노래하는 것 보다는 에이 모르겠다하고 내쳐 불렀죠. 분노와 슬픔을 뚫고. 깁스를 한 채로. 그랬더니 그게 오히려 좋게 나왔다고 봐주시는 것 같네요.
*마니악한 음악인데 대중성 있는 작업도 많이 했어요. 투애니원 지디앤탑도 프로듀싱했고.
=6년전인것 같아요. 그 당시 재즈 클럽에서도 재즈 보컬로도 계속 활동했고 내 음악도 하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우연히 YG 메인 프로듀서를 알게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대형 기획사에 대한 막연한 벽이 있었는데 그 오빠 보면서 음악이란건  다 똑같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제가 손담비 언니 토요일밤에를 재즈로 바꿔 불렀는데 그 영상을 양사장님이 재미있게 보셨던 것 같아요. 그때 ‘아이 돈 케어’를 레게 버전으로도 만들어봤는데 그게 인연이 됐죠. 그쪽에서 요청이 왔어요. 내 재즈적 감성과 그쪽의 대중적 감성이 합해져서 만들어진게 ‘아파’였어요. 저는 제가 하는 스타일대로 해서 보냈는데, 그냥저냥 흘러갈 수 있는 곡인데 그쪽에서 대중적 소울을 가미하니까 임팩트가 확 살더라고요. 역시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서로의 스타일이 합쳐져서 새로운게 나온거죠. 그 작업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직접 만드는 것도 있고 프로듀서 참여하는 것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건 내가 불러야지, 아님 내가 프로듀싱 해야지 하는 결정의 기준이 있을 것 같아요.
=피처링은 거의 하는 편이에요. 불러봤을 때 너무 안맞지만 않으면 다 해요. 특별한 기준은 없고요. 대신 내가 만든 곡을 부르거나 주는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준이 있긴 해요. 음.... 대중가요에서 소재로 여겨지기 애매한 것들? 그런건 제가 부르는거죠. 뱁새같은 노래를 내가 준다고 하면 누가 부르겠어요. 사랑내용이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만한 그런 소재라면 곡을 주거나 프로듀싱하는건데 좀 일반적이지 않은 소재들, 내 에너지를 담고 있는 그런 노래들은 제가 하는 편이죠. 당신을 파괴하는 순간 같은 곡을 멜로디만 들으면 평범한 발라드잖아요. 그런데 가사 보세요. 병신같은 얼굴 치워.  이런걸 남에게 줄 수는 없죠(웃음).
*말 나온김에 ‘뱁새’라는 노래가 궁금했어요. 어떤 계기로 썼던 곡인가요? 
=YG에 있으면서 쓰게 됐어요. 시점이 그때였죠. 누군가가 밉다가 아니라 내 꼴이 되게 우습더라고요. 자연스럽게 흉내를 내려고 하는거예요. 중학생이 이웃집 대학생 언니 따라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그렇게 어설프게 따라하는 제모습이 그땐 모르지만 나중에 알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 모습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전까지도 분명히 누군가에게 자극을 받아 흉내도 내고 그런적이 있긴 한데 YG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되는 큰 대상이잖아요. 나도 처음 겪어 보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그런 내 모습이나 상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됐고 곡을 쓰게 됐어요. 많이 가진 그들을 미워하거나 욕하는 것도 아니고, 나를 미워하거나 자책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 꼴이 우습더라고요.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않으면, 나 자신에 대해 단단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내가 잘못될 수 있겠구나 싶었어. 정신차리자고, 생긴대로 살자고 그런 느낌으로 쓴 곡이죠. 살짝 실소를 섞어서.
*공동의 작업을 같이 한거잖아요. 그들과 경쟁하거나 이런 관계가 아니라 자신의 길을 그냥 가는거였잖아요.
=그래도 그런게 있어요. 내가 어릴 때도 화려한 친구들 많았고 그런데 익숙한 편이었는데 거기는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되게 놀랐어요. TV에서 보던거랑도 다르더라고요. 위압감도 있고.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가 장난이 아녜요. 괜히 위축되고 지나가는 모습만 봐도 멍해지고. 그들에게 쌓여온 멋이 느껴지니까 부럽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심지어 쓰는 향수조차도 한번도 맡아 보지 못한, 다른 향이더라고요. 그래서 괜히 같지도 않게 향수에 관심도 가져보고 그랬어요. 저 역시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라 멋부리고 외적으로 보이는데 관심이 많을 때였으니까요. 곡을 쓰고 테디 오빠한테 들려줬어요. 말은 안해도 뭔지 당연히 알죠. 오빠는 노래 좋다고 이러면서 웃더라고요.
*목소리가 굉장히 독특하잖아요. 언제 내 목소리가 좀 다르다고 느끼셨어요?
=어렸을 때는 내 목소리 특이한 줄 몰랐어요. 고등학교 때 노래를 함께 부르고 다녔던 단짝친구가 있었어요. 내가 봤을 땐 그 친구 목소리가 특이하고 내 목소리 평범하다고 느꼈는데 언젠가 그 친구가 니 목소리 완전 특이하다며 그걸 몰랐냐며 그러더라구요. 그때 뭔가 좀 다른가? 하고 인지하게 됐죠. 대학시절에도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고요. 그러다가 제가 8살 때 동요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녹음됐던 테이프를 우연히 찾게 돼서 들어봤어요. 맑은 동요를 부르는데도 8살짜리 제 목소리가 무지하게 슬프더라고요. 그제서야 왜 다들 내 목소리가 특이하다고 했는지 알겠다 싶었죠. 정말 특이했어요. 희한하게 슬픈거야. 동요 부르는 애 목소리가. 그 때부터 내 목소리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빌리 할리데이 목소리가 거칠고 진득진득한게 아니잖아요. 굉장히 맑은데 멜랑꼴리하고 어딘가 무지하게 슬프고. 맑은 블루스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독특하고 묘한 느낌을 제 목소리에서 많이 살려보고 싶었어요.
*본격적으로 음악을 해야지 생각했던 것은 언제인가요.
=어릴 때부터요. 정신이 들었을 때부터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어요. 어릴 때 클래식 피아노를 했어요. 피아노 치는게 좋았어요. 피아노를 의인화 시키고 너랑 놀려고 왔어라며 말도 걸고 그랬어요. 그런데 악보에 나오는 것보다는 내가 좋아하고 떠오르는 것을 더 많이 쳤고 그걸 더 좋아했어요. 앞으로 죽 음악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단 한번도 음악하는 것을 의심해 본 적 없어요.
*주로 클래식을 배웠는데 직접 곡을 쓰고 노래를 하고 싶다는 표현의 욕구가 발산됐던 시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가요를 많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 메시지, 노래에서 담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 깊이 생각했죠. 나도 나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자라면서, 또 내 이야기가 복잡해질 수 있도록 그게 아쉽더라고요. 이 노래에서 이 가사만 좀 바꾸면 내 이야긴데 이렇게 아쉬워하며 노래를 듣다가 내 이야기를 끼적이기 시작한거죠. 사춘기 때부터.
*클래식은 언제까지 배웠나요?
=배운 것은 중1, 2까지예요.  선화예중 준비했었다 떨어졌거든요. 음악의 기초를 다지고 가수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피아노를 배웠는데 당연히 악보 연습보다 다른게 우선이니까 안되죠. 그때 확신을 가졌어요. 그래, 난 클래식은 아니야, 이러면서요.
*그동안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해왔는데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어떤건가요.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음악에 다양한 시각과 촉각과 감각을 더해서 전해주는, 그런 표현을 해보고 싶어요. 영상과 콜라보하거나 뮤지컬로도, 그림책으로도 ,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것이 현실화됐으면 좋겠어요. 음악과 함께 다른 플랫폼을 연결하는 거죠. 멀티적 감각을 충족하는 음악이랄까. 뱁새를 부를 때는 무대에서 날아보고 싶었어요. 언젠가 날아보게 되지 않을까요.

*그동안 신곡에 대해 주류의 방식을 따르지는 않았는데 이번엔 어떤 방식을 따르나요?
=엠카나 이런 방송에 나가는 데 대해 거부감은 없는데 거기서 좋은 무대를 못보여줄 것 같아서 고민이에요. 밴드 라이브가 안되니까요. MR로 하기에는 내 에너지랑 안맞거든요. 그게 좀 걱정돼요. MR에 맞출 것도 아니고 보는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고.ㅠㅠ.  해보면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이 있는 것이긴 한데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