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나눔위해 돈버는 아름다운 ‘모자王’

출처 : 경향신문
입력시간: 2006년 05월 11일 18:02

잇따른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이어 최근 공중파 방송으로 사업영역을 넓힌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66). 47년간 사업을 해 오면서 꽤 많은 돈을 벌었다는 그는 돈버는 목적에 대해 주저없이 “나누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경인TV 컨소시엄 최대주주인 그는 11일 기자와 만나 “사실 방송은 그동안 뉴스만 볼 줄 알았지 사업 참여는 생각도 안해봤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환원하기 위해서는 방송과 같은 사회문화사업이 좋겠다는 자녀들의 권고를 받아들였다”면서 “부는 소유가 아니라 나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취지를 반영하듯 그는 방송위원회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아예 수익의 3분의 1은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일찌감치 ‘모자왕’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그는 2003년 모기업보다 훨씬 덩치가 큰 미국의 지게차 전문회사 클라크와 대우버스를 잇따라 인수하며 유명세를 탔다. 경영이 어려운 기업을 인수한 지 1~2년 만에 알짜회사로 탈바꿈시킨 그의 경영능력도 능력이지만 정작 그의 진가는 다른 데 있다. 수십년간 남 모르게 해온 나눔정신의 실천이 그를 더 돋보이게 한다.



그는 사업장이 있는 지역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해당지역에서 생긴 수익의 일정부분은 반드시 어려운 이웃에게 돌려줬다.



강원 홍천 소외이웃 집단 거주촌을 만든 것도 백회장이다. 이곳에서 필요한 의료·교육비는 대부분 백회장의 개인 주머니에서 나간다. 1983년 독립기념관 건립 당시 자신이 갖고 있던 땅을 팔아 5억원을 익명으로 내놓기도 했다. 2004년말 ‘쓰나미’가 서남아시아를 덮쳤을 때는 스리랑카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난민들을 수용해 돌봤다.



만주에서 태어나 북한으로 넘어온 그는 10살 때 6·25전쟁으로 고아가 됐다. 19살인 59년 모자 상점을 차리면서 시작된 그의 나눔활동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는 “마냥 어려웠던 시절에 남을 도와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이라는 걸 뼈저리게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런 자신의 활동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에 대해서는 몹시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모기업보다 훨씬 매출규모나 덩치가 큰 기업들을 갖고 있지만 그의 명함은 언제나 영안모자 회장이다.



직원들에게 무엇 하나 강요하는 것도 없고 모든 것을 몸으로 보여준다. 예순 중반을 훌쩍 넘겼지만 10시간 이상 비행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이코노미석을 고집한다. 아무리 물가가 비싼 해외 출장지라 해도 그의 하루 숙박료는 200달러를 넘지 않는다.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의 60%는 사재에서 나왔다. 스스로에 대한 고집스러운 원칙은 직원들의 애사심과 경영실적으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최근 일부 대기업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서도 그는 불만이 많다.



그는 “1인당 소득 3,000달러인 나라들도 나눔에 대한 사회적인 시스템이 있지만 우리는 ‘개발 제일주의’ 때문에 너무 늦었다”면서 “봉사활동을 ‘쇼’처럼 여기는 모습도 있지만 그나마 지금이라도 시작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백회장은 “먹고 살만하면 (사회공헌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런 날이 오겠느냐”면서 “기업에선 오너, 가정에선 가장이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회장의 아들 3명은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그는 “아직 30대인데 더 열심히 배워야 하고 자기자신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면서 “적어도 45세는 넘어야 대외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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