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출처 : 경향신문

지난해 말 거대 공기업인 석유·가스공사가 나란히 최고경영자를 처음으로 민간에서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3개월여가 흘렀다. 민간 경영기법을 통한 공공부문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출발했지만 현재 양 기업은 ‘폭풍우와 이슬비’에 비유될 정도로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비되는 양대기업=최근 조직개편 및 인사를 단행한 한국가스공사는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듯한 분위기다.



가스공사는 기존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수십개의 직위를 없앴다. 임원 및 간부급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결재라인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였고 관리인력을 축소해 현장업무를 맡게 함으로써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가스공사 직원들은 보고서를 올리거나 업무보고를 할 때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심정이라고 토로한다.



가스공사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고 계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석유공사는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기존과 큰 차이는 없다. 기존의 4본부 1단 19개처에서 4본부 1단 1원, 20개처로 오히려 조직이 늘어났다. 해외자원개발 사업 강화를 위해 관련 조직을 신설했다. 이달 말 예정된 인사는 관리·지원부문의 인력을 사업부문으로 전진 배치하되 조직의 안정성을 추진하면서 효율성을 꾀한다는 쪽으로 정리됐다.



◇이유는 뭔가=외관상 차이는 양사 최고경영자의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



가스공사 이수호 사장은 LG상사 대표이사 시절 ‘칼’ ‘독사’라는 별명을 달고 다녔다. 그는 종합상사가 매출, 물량 위주 성장에 신경쓰며 덩치 키우기에 나설 때도 수익성을 강조하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조직슬림화와 효율성을 챙겼다. 이 때문에 외환위기 이후 오히려 순이익을 늘리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SK(주) 부회장 시절부터 직원들 사이에 ‘형님’ 같은 존재인 황두열 석유공사 사장은 “직제를 흔드는 것이 개혁이라는 생각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면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효율성과 핵심역량 창출에 집중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사장 취임 이후 수시로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직원들과 격의없이 ‘번개팅’을 갖고 현안을 의논하는 모습은 전에 볼 수 없던 석유공사의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평생을 석유사업에 몸담아온 만큼 임직원들의 긴장감은 훨씬 더해졌다는 평가다.



양사 업무의 차이점도 꼽을 수 있다. 가스공사는 가스를 외국에서 독점적으로 들여와 국내에 공급하는 도매상의 개념을 갖고 있는 데다 최근 민간기업의 가스 직도입이 늘면서 급격한 환경변화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조직 혁신 및 효율성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이에 반해 석유공사는 자원확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세계적인 메이저에 대응할 조직으로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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