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출처 : 경향신문

차기 무역협회 회장에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추대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전장관 추대를 반대하는 쪽은 우선 ‘낙하산 인사’ 폐단을 꼽는다. 민간 이익단체인 무협 회장에 전직 장관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게 적합하냐는 얘기다.



이전장관은 공직에서 사퇴한 지 채 한달이 안 됐다. 1991년 이후 15년 동안 민간에서 회장을 배출해온 무협의 오랜 관행을 깨고 고위 관료 출신을 회장에 앉히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푸념도 들린다.



무역협회는 이전장관 내정설이 불거지자 노조를 중심으로 “정치적 개입은 안된다”며 “업계의 폭넓은 지지를 얻은 인사가 추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무협의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겉과 속이 다른 것 같다.



이전장관이 차기 회장감으로 거론되기 전 전직 경제부총리 출신 인사가 무협 내부에서 차기 회장 적임자로 거론된 것은 차라리 아이러니에 가깝다. 무협의 일부 직원들은 노골적으로 “오히려 민간 기업인 출신보다는 관료 출신이 덜 빡빡한 것 아니냐”는 솔직한 얘기도 나돌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회장 추대는 무협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무협은 민간에서 회장을 맡아온 지난 15년 동안 오히려 위상이 더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만7천여 회원사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지만 회원사의 수출 애로를 해소하는 일보다는 수익사업을 늘려 자산확대와 덩치키우기에 주력해 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최근 무협 내에서 중소 무역·제조업체들이 중소회원사의 권익 보호를 위해 별도로 ‘한국무역인포럼’을 발족하고 자체적으로 차기 회장 후보를 추대키로 한 것도 이런 불만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소모적인 낙하산 논쟁이 아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무협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게 더 다급한 과제인 것 같다.



〈박경은 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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