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이단옆차기’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2인조 작곡팀(박장근·33, 마이키·28)이다. 웬만한 가요 팬이라면 이들의 이름 정도는 안다. 굳이 이름은 모르더라도 귀를 막고 다니지 않는 한 이들의 곡은 한번쯤 들어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난 상반기 동안 차트 상위권을 달궜던 히트곡 상당수가 이들의 작품이다. 심지어 톱 10위에 이들의 곡이 절반 이상인 경우도 많았다.

고만고만한 걸그룹이던 걸스데이와 에이핑크를 정상권으로 올려놓은 ‘섬씽’ ‘미스터츄’, 정기고의 ‘너를 원해’, 오랜만에 돌아온 god의 ‘미운오리새끼’ ‘하늘색 약속’이 이들의 손을 거쳐 나왔다. 8일 발매되는 god 8집 프로듀싱도 이들이 맡았다. 데뷔 30년 된 이선희가 5년 만에 컴백하면서 내놓은 음반에도 이들의 곡(동네한바퀴)이 실렸다. 지난달 이뤄졌던 여성 솔로가수 3인(지연, 효성, 지나)의 대결에서 이들이 갖고 나온 곡은 공교롭게도 모두 이단옆차기의 작품이었다.

상황이 이쯤되고 보니 일각에선 ‘음악을 공산품처럼 뽑아낸다’는 불만 아닌 불만도 나온다. 지난 4일 서울 신사동의 작업실에서 만난 이들은 “작년에 만들었던 곡도 꽤 있는데 세월호 참사 등 각종 변수가 작용하면서 우연하게도 발표시기가 한꺼번에 몰린 것”이라면서 “음악 공장이란 말을 들으면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정말 재미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진짜 열심히 하게 되고. 쉬거나 다른 일 하고 있으면 뭔가 잘못한다는 생각이 들고 허전해요. 설날이나 추석 때 하루 정도는 쉬자고 해서 집으로 갔다가도 결국 밤에 나오는 거예요. 둘 다요.”

한마디로 곡 작업 하느라 미쳐 산다는 것이다. 제작자나 가수가 곡을 의뢰하면 곡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무대 퍼포먼스까지 모두 구상해 가수에게 가장 맞는 색깔과 디자인의 옷을 입힌다. 웬만한 작곡가라면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가수들과 작업하고 있지만 음악에 색깔이 없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저희는 프로듀서의 색깔을 가수에게 입히기보다는 가수 고유의 색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요. 가수의 앨범과 영상을 비롯해 모든 것을 다 찾아보면서 연구하거든요. 내 음악을 가수에게 씌우고 고집하다 보면 결국 다들 같은 옷밖에 입을 수 없어요.”

이들은 원래 가수였다. MC몽의 객원래퍼로 활동했던 박장근은 18세 때 언더그라운드 힙합신에 발을 디뎠다. 송골매 베이시스트 김상복의 아들인 마이키는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스물다섯에 한국으로 돌아와 원웨이라는 그룹에서 보컬을 담당했다. 박장근은 MC몽이 병역 논란에 휘말리며 활동이 어려워지자 당초의 활동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도 먹고살아야 했으니까요(웃음).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전향을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마이키의 음반을 듣게 됐는데 이 친구의 음악이나 편곡 스타일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멋있는 이름이 없을까 하고 물었더니 ‘이단옆차기’가 어떠냐고 바로 튀어나와요.”(박장근)

샘플 곡을 만들면서 수없이 밤을 새웠지만 아직 검증이 안된 이들에게 덥석 곡을 맡기는 제작자는 없었다. 그래도 오랫동안 가요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안면을 익혔던 관계자들을 틈날 때마다 작업실로 초대해 음악을 들려줬다. 그들의 정성에 감복한 제작자가 의뢰해 나온 작품이 데뷔작이자 엠블랙의 4번째 미니앨범 <100%>였다. 타이틀곡 ‘전쟁이야’는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시스타의 ‘리드 미’ ‘러빙유’까지 히트하면서 데뷔 6개월 만에 자리를 굳혔고 리쌍의 ‘눈물’, 시스타의 ‘기브 잇 투미’ 등으로 이어졌다.

 

힙합과 R&B 등의 장르에서 가수로 활동했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곡의 장르는 전방위다. 시대와 장르를 불문해 음악을 편식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듣는 것이 창작력의 원천이다. 달랑 두 사람으로 시작했던 팀은 불과 3년도 안돼 직원 10여명에 이르는 회사(더블킥엔터테인먼트)로 발전했고 지하 작업실은 2층으로 확장됐다. 가수로서의 꿈도 유효하다. 가까운 시일 내에 마이키와 박장근의 솔로 앨범도 내놓을 계획이다.

“해보고 싶은 것이 무척 많죠. 함께 작업해보지 않았던 가수들이 우리와 만나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려요해외 아티스트의 앨범 프로듀싱도 해보고 싶고 데이비스 포스터와 친구들 무대에도 서보고 싶고, 그래미상도 받고 싶고… 너무 나갔나요? 그렇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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