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6년 전 가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등장했던 장기하를 돋보이게 했던 것 중 하나는 곁에 서 있던 미미시스터즈였다. 가발 같은 긴 머리에 짙은 화장을 하고 시커먼 선글라스 차림으로 무표정하게 흐느적거리는 춤을 추던 그들. 여장남자다, 외계인이다라는 소문이 떠돌 정도로 신비주의에 휩싸였고 간간이 코러스를 하는 것 외에는 어느 자리에서건 입을 여는 법도, 신상 노출도 없었다.


그들, 미미시스터즈가 단독 앨범을 냈다. 그것도 벌써 두 번째다. 최근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검은 바지, 흰 셔츠에 짙은 립스틱, 선글라스 차림으로 나타났다. 수년 전 무대에서 봤던 그 무표정한 이미지와 달리 유쾌하고 서글서글하게 인사를 건네왔지만 이름과 나이는 여전히 밝힐 수 없단다. 그저 큰 미미, 작은 미미로 불러달라며. “크고 작은 차이는 키냐, 나이냐”고 묻자 큰 미미는 “키와 신체의 특정 부위”라고 능청스럽게 대꾸한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건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더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란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10여년 전 12월31일 서울 변두리의 한 막창집에서였다. 신년맞이 기념 합석을 하며 둘은 한번에 ‘알아봤다’. 연극과 영화를 전공하던 학생이었고 취향이나 공연 관련 일을 한다는 점도 비슷했다. 일을 놀이처럼, 노는 것을 일처럼 하며 지내다 우연한 기회에 장기하의 코러스로 무대에 섰고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2년간을 함께했다. “음악에 집중하고 싶다”던 장기하와는 2010년 초 “쿨하게 합의 이혼”했다. 


이듬해 1집 앨범 <미안하지만 이건 전설이 될 거야>를 냈다. 2년간 퍼포먼스에 집중하느라 쌓아뒀던 음악적 갈증을 풀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웃기는’ 미미시스터즈의 이벤트로 봤고 그마저도 김창완, 크라잉넛, 로다운 30, 서울전자음악단 등 피처링으로 참여한 선배 뮤지션들에게 완전히 묻혔다.


“그때만 해도 미미와 우리가 분리돼 있었어요. 무대에 선 캐릭터 미미의 이미지와 우리가 만드는 노래의 이미지가 서로 맞지 않았죠. 캐릭터의 이미지가 창작의 발목을 잡았다고나 할까. 한동안 고민하며 우리를 들여다봤어요. 낮술도 많이 마셨고 우리가 원하는 게 뭔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교환일기를 썼어요. 그 일기로 지난해 초 둘이서 음악극을 꾸몄는데 일종의 속풀이 굿을 했던 셈이죠. 결국 마음 가는 대로 살자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렇게 나온 2집 <어머, 사람 잘못 보셨어요>는 “이제사 홀로 선 것 같다”는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다. 제목처럼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이들을 잘못 봤다. 10곡 모두 직접 작사, 작곡했고 복고적 감성과 느낌을 현대적 질감으로 펼쳐낸 솜씨가 좋다. 연애 때문에 마음고생깨나 했을 30대 또래 ‘언니’들을 위로하듯, 폭풍처럼 몰아치는 수다 같은 가사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며 마음에 꽂힌다. 한치도 머뭇거림 없는 ‘돌직구’다. “미련없이 가버리더니/ 이제 와서 뭘 어쩌라고/ 니 무덤은 니가 팠다/ 보내줄 때 닥치고 가라”(내 말이 그말이었잖아요) “다이어트 할 필요 없어/ 나이 학벌 따지지 좀 마/ 니 맘대로 어차피 안돼/ 이리와”(나랑 오늘) 


“의외로 여자들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됐다는 20대 남성팬들이 많더라”는 이들은 이달 중순부터 홍대클럽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다음달 2일에는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이후 단독공연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까지 ‘알바’와 ‘야근’을 하는 생활인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미미시스터즈를 제대로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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