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한국형 장르물 드라마 대표주자인 김은희 작가(42)의 최근작 <쓰리데이즈>(SBS)는 이번에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전작 <싸인> <유령>과 마찬가지로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차진 구성과 전개는 시청자들과 쉼없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드라마적 재미를 안겼다. 전용 별장으로 휴가를 떠난 대통령이 실종되면서 사라진 대통령을 찾는 경호원과 대통령 사이의 긴박한 이야기, 그리고 이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은 안방극장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스케일과 메시지를 전했다. 

 이 드라마가 특히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또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지도자의 역할과 존재 의미에 대해 거세게 불어닥친 논란이다. 드라마가 제시한 지도자상에 많은 시청자들은 감정을 이입하며 현실을 직시했고, 이 드라마는 2014년 한국의 현실과 이상이 맞부딪치는 묘한 접점이 됐다. 

 “대통령은 국민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그 어떤 가치나 이익이라 해도 국민을 볼모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국가를 필요로 하고 있어요. 그들이 없으면 대통령도, 대통령 경호관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겁니다”. 배우 손현주가 연기한 대통령 이동휘의 대사들은 수없이 인용되며 큰 울림을 줬다.

 최근 서울 여의도 작업실에서 만난 김 작가는 “각자의 자리에서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이같은 의도가 결국은 정의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극중 대통령 이동휘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드라마 방영 시기와 최근의 논란이 벌어진 시기들이 겹치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이동휘의 변화와 그를 통해 말하려던 것은 드라마 초반 기획단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동휘의 대사들은 모두 대통령 취임식 선서에 나와 있는 것에 준히 만들어진 것이다. 대통령 이동휘가 지켜야 할 원칙, 경호관 한태경이 지켜야 할 원칙, 그리고 이 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지켜야 할 의미있는 원칙. 원칙을 지키는 그들을 통해서 희망을 발견하고 싶었다.”

 -다른 직업군을 묘사할 수도 있었을텐데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순전히 우연이다. 경호관련 부대에서 복무했던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경호관을 한번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경호관의 원칙이라면 대통령을 지키는 것인데 만약 대통령이 지킬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끼면 인간적으로 어떤 딜레마에 빠질까 싶기도 했고.”

 -그동안 대중문화 작품에서 묘사됐던 대통령과 이동휘는 상당히 달랐다.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영웅적 대통령이 아닌, 인간적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정치적·사회적 파장이 엄청난 사건에 맞닥뜨린 대통령의 인간적 고뇌와 고민 말이다. 이동휘는 일견 무능한 대통령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려는 사람이다.”

 -초·중반 진행상황에선 이동휘가 죽는 결말이 될 것 같았다.

 “원죄를 가진 이동휘는 죽음을 맞고 악의 화신인 김도진(최원영)은 현행범으로 체포돼 법의 엄중한 처단을 받는 것을 계획했다. 그런데 14부에서 김상희본부장(안길강)을 비롯해 많은 경호관들이 죽음을 당하는 과정을 쓰면서 이동휘는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지 않으면 그들의 죽음이 너무 헛될 것 같았고, 나 자신도 희망을 가지고 싶었다.”

 -김도진이 법적 처단을 받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현실에서도 김도진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기득권을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극중에서도 김도진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이용해 법망을 빠져 나가지 않나. 폭발로 죽음을 맞는 것 같은 극단적 방법이 아니고서는 거대악을 처단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9일간에 벌어진 일을 16부안에 압축하다보니 다소 불친절한 부분도 있었다.

 “과거 ‘팔콘의 개’로 불리던 이동휘가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된 뒤 겪었던 충격과 고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이 아쉽다. 그렇지만 이같은 대본과 연출의 구멍을 손현주 선배의 연기가 다 메워줬다. 정말 좋은 배우라는 사실을 다시금 절감했다.”

 -이 작품에서 새롭게 발견한 배우들도 있을 것 같다. 

 “최원영씨다. 김도진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뻔할 수도, 오버할 수도 있는 배역인데 원래의 컨셉트를 정확하게 구현해줬다. 박유천씨에겐 아이돌이라는 점 때문에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좋은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게 됐다.”

 -이번엔 전작들과 달리 남녀 주인공 사이에 멜로 분위기도 살짝 풍겼다. 

 “나도 멜로 감성 키워보고 싶은데 워낙 그쪽으론 젬병이다. 그런데 사소한 부분도 박유천씨가 꽤 잘 살리더라. 저런 배우를 데려다놓고 멜로를 완전히 배제하면 무지하게 아쉬울 것 같았다.(웃음)” 

 -다음 작품의 방향은 잡고 있나. 

 “아마도 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사극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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