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차세대 리더’ 뽑는다며 이합집산 등 선거과정 풍자
ㆍ지방선거 참여 독려 등 공익성 더해 대중에 인기


“무한도전의 팬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정형돈님을 지지합니다. 아,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절대 강요는 아닙니다. 형 파이팅!” - 가수 지드래곤


“유재석 후보를 지지합니다. 노 후보는 사생활 공개를 말했는데 연예인이든 누구든 사생활은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반드시 재미를 담보할 것 같지도 않고요. 또 형돈이형(정 후보)이 예전에 ‘니 멋대로 해라’라는 특집 코너에서 역할 바꾸기를 하며 재석이형 역할을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리더를 맡았을 때 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배우 고경표


“노홍철 후보를 지지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제가 직접 겪어본 노 후보의 성격과 ‘똘끼’를 압니다. 그는 공약을 실제 이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줍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노 후보 입에서 밝혀지는 유재석 후보의 사생활이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많은 국민들도 궁금해하지 않을까요? 노 후보의 ‘똘끼’가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 가수 육중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차세대 리더 투표’ 특집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특집은 <무한도전> 6명의 멤버들 중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리더를 뽑는 것으로, 오는 22일 대국민 투표를 통해 한 명이 결정된다.

19일 현재 최종후보에는 유재석, 노홍철, 정형돈 등 3명이 올라왔다. 이들을 놓고 지난 17·18일 이틀 동안 전국 10개 도시 11개 투표소에서 실시된 사전투표에는 어린아이부터 70대까지 8만명이 넘는 투표 인파가 몰렸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사전투표에 참가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무한도전 차세대 리더 사전투표에 다녀왔다’며 인증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3일 투표특집 방송이 시작된 뒤 3주 동안 ‘무한도전 투표’는 포털사이트 검색어에서도 내내 상위권을 차지했다.

<무한도전>의 투표특집은 6·4 지방선거와 맞물려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는 최근 유명인들의 투표 독려가 제약을 받는 분위기가 있었던 데다 대중문화에서 시사나 정치풍자를 다루는 사례도 급격히 줄어든 것과 관련이 있다. 대놓고 선거를 소재로 삼아 촌철살인의 풍자를 보여준 것에 대중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시청률도 최근 3주간 동시간대 1위로 올라섰다. <무한도전>의 투표는 사전투표와 본투표로 구성된 투표 절차, 후보자 등록과 선거운동에 이르는 전 과정이 6·4 지방선거와 맥이 닿아 있다. 사전투표에 사용된 지문인식기나 투표소, 투표용지, 투표함도 실제 선거라 봐도 무방할 만큼 정교했다는 것이 투표 참가자들의 이야기다. 지난 10일, 17일 2주간에 걸쳐 전파를 탄 내용은 풍자와 패러디의 정수를 보여줬다. 박명수의 ‘유재석 지지 철회’, 정형돈의 아이돌 가수를 활용한 ‘SNS 알바단’ 등은 특정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나 불법선거운동 등을 떠올리게 했다. 박명수의 발언을 두고 “유체이탈 화법의 대가”라고 표현한 것이나 정형돈이 “시청률 위기 시 재난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지적한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17일 방송분에서 후보자 토론회 사회자로 시사평론가 정관용씨가 출연한 것은 <무한도전>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정씨는 방송 말미에 “6·4 지방선거에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달라”고 부탁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지상파가 신뢰를 잃은 분위기에서 미묘한 선거 문제를 예능이 다뤘다는 것은 의외의 사건”이라며 “<무한도전>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윈윈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무한도전>의 이 같은 실험은 선거를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생활과 맞닿은 축제의 장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사전투표 인증샷을 올리며 투표 참여 소감을 밝히는 누리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청자 김희나씨는 “18일 투표장을 찾았다가 거의 1시간을 기다려 투표를 했다”면서 “진행요원들이 6·4 지방선거도 함께 안내하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대선·총선 등에 투표하지 않았던 것을 반성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최영균씨는 “<무한도전>은 새로운 차원의 성숙한 풍자를 보여주고 있다”며 “투표를 축제로 승화시켜 사람들이 이에 대해 긍정적인 가치를 인식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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