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지난달 30일. 동양 위기설이 본격적으로 나온 뒤 처음 돌아온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 만기일이었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동양그룹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모아졌습니다. 결국 동양그룹은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갚지 못한다면서 (주)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연이어 동양 네트웍스와 시멘트에 대해서도 법정관리를 신청했지요.
 

이 때만 해도 재계 서열 30위권의 대기업이 위기를 맞았구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대기업이 넘어지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당장 직원이거나 협력사이거나 하지 않는 경우는 강건너 불구경 정도입니다. 내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런데 동양은 그 파장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동양이 빌린 돈이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에게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돈 빌린 뒤 배째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거죠.

보통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단 협의회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은행 등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합니다. 기업이 빚을 졌지만 갚을 능력이 안되면 은행은 소위 '물리게' 되는 겁니다. 물린 은행들의 모임이 채권단이 되는거죠. 이경우, 당장은 일반 개미 투자자들의 피부에 와닿지는 않습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민들에게 피해가 오지요. 예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돈 물린 은행 등 금융권이 부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세금인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기관을 살려내는 것이었죠. 결국 국민 주머니 털어 재벌 기업들의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경영 행태 뒷수습을 한겁니다.

 

어쨌거나 동양 사태가 더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것은 채권단에 빌린 돈 보다 어음, 회사채 등을 발행해 직접 개인투자자들에게 조달한 돈이 훨씬 많기 때문이니다. 즉 금융권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인 투자자 5만명이 생떼같은 돈을 날리게 됐다는 겁니다. 만일 금융권이 돈을 물리게 됐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계적인 관리를 하며 대응을 할 수 있겠지만 1천만원, 2천만원씩 투자한 개미 투자자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동양측은 그룹의 어려움과 향후 진행상황을 예측하고도 투자자들에게 어음 등의 판매를 독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조직적인 대형 사기지요. 재벌그룹 총수 일가의 파행, 비리 경영이 5만명에 이르는 피해자를 만들었고 그 금액도 2조원이 넘습니다.

이외에도 온갖 숱한 의혹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적극적이고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두고 투자자들이 알아서 주의해야 했다는 식의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모든 투자는 자신의 판단하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실제 불완전 판매 관행이 횡행한 현실을 감안하면 정말 날벼락같은 일입니다.

금융지식에 밝아서 포트폴리오를 하는 분들도 있지만 회사채 투자하는 분들은 대부분 주식은 위험하고 은행 예금은 너무 금리가 낮아서 금융기관 직원들에게 적절하게 수익도 나며 안정적인 상품이라고 권유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이분들이 대박 잡겠다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안전성이 높으면서도 이자 조금 더 나오는, 그 정도 욕심 부린게 전부일텐데 말입니다...

이번 사건은 1999년 대우그룹 회사채 파동 이후 최대 규모의 부실 채권 사태로 불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저희 엄마도 대우그룹 회사채에 투자했던 1000만원을 날렸습니다. 은행 예금만 알던, 평범한 아줌마였던 저희 엄마는 적금 탄 1000만원을 금융기관 직원 권유에 따라 대우채에 투자했습니다. 그 때 엄마는 주식이 아니라 괜찮다는 이야기를 몇번 했었습니다. 직원이 "주식은 불안하지만 채권은 괜찮고 안전하다. 예금 이자보다도 낫다, 설마 재계 서열 2위인 대우가 망하겠냐"고 하더랍니다. 이자 좀 더 주는 안전한 상품이라니 예금처럼 생각하고 넣었던  엄마는 나중에 그 대우 사태가 터지고 나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사기 당한 것 같다"고 했었죠. 그때의 엄마 표정은 어렴풋하긴 하지만 제가 학교 들어갈 때즈음 석유파동 당시 곗돈 떼여 충격받고 속상해 하던 그때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책임이 있다면 아마 대부분이 저희 엄마같은 그런 평범하고 소박한 욕심을 가졌기 때문일텐데, 그래서 더 가슴아프고 속상하고 안타깝습니다.

 

 

 

 

금융감독원 앞에서 항의하며 분통을 터뜨리는 투자자들...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아픕니다... ㅠㅠ/경향신문 자료사진

 

 

문화일보 9월30일자

 

동양그룹이 30일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갚지 못해 ㈜동양과 비상장 계열사인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날 만기가 돌아온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CP는 1100억 원 규모이며, 10월부터 연말까지 3개월 동안 만기도래하는 회사채와 CP는 총 1조1000억 원에 이른다.
동양그룹은 이날 오전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금경색과 위기론 심화로 투자자 보호의 근간이 될 자산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돼 이를 보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양측은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양호한 나머지 비금융 계열사는 채권단과 협의하고 시장 추이를 면밀하게 점검해 경영 개선 방법을 모색하거나 독자 생존의 길을 걷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제한된 시간과 전쟁을 벌이며 구조조정 작업에 매진해준 임직원과 그룹을 신뢰해준 고객과 투자자들께 회장으로서 큰 책임을 통감한다”며 “법원을 도와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은 동양증권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특별점검’을 ‘특별검사’로 전환하며 강도를 높였다. 금융감독원은 “이날부터 추가인력을 투입해 특별점검반을 특별검사반으로 전환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해 고객자산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앞서 언급했던 투자자들의 피해가 어떻게 더 심해졌는지를 다룬 기사입니다.

 

한국일보 9월30일

 

전남에 사는 50대 전모씨는 올 4월 동양증권 지점 A부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자도 낮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왜 목돈을 넣어두냐"는 것이었다. 이자를 더 주겠다는 제안에 지점에 찾아간 그에게 A부장은 동양 신탁기업어음(CP) 가입을 권하며 "최소 이윤이 6~7%"라고 강조했다. 이 상품은 동양레저가 발행한 CP로 10월 29일이 만기다. 전씨는 그 자리에서 1,000만원어치 상품을 가입하고 지난달에도 같은 전화를 받고 유선상으로 3,000만원어치 동양인터내셜 CP를 추가 가입했다. 전씨는 "투자설명서는 읽지도 않고 사인만 하고 비밀번호는 유선상으로 알려줬다"며 "투기성 상품이고 투자부적격등급채권이란 설명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캐나다 교포 이모씨는 이달 13일 동양증권 직원으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지원키로 약속했고 곧 공시가 나올 것이란 내용이었다. 이메일에는 '동양증권 정진석 사장이 책임지고 확인했다'는 문구까지 있었다. 이씨는 "동양 회사채를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얘기를 믿고 29억원을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게 됐다"고 분개했다.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개인 투자자는 4만명이 넘어서며, 피해 규모는 수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저축은행 사태를 버금가는 초대형 금융소비자 피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30일 금융감독원은 동양증권을 통해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 CP에 투자한 이들은 1만3,063명, 동양 회사채에 투자한 이들은 2만8,168명이며 판매액수는 각각 4,586억원, 8,725억원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투자자 가운데 99% 이상이 개인이라는 점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양그룹이 신용도 하락으로 정상적인 자금 수혈이 어렵자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려 돈을 긁어 모은 후 부도를 선언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소매금융에 강점을 보이며 우량 고객을 많이 확보한 동양증권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장기간 거래해 온 동양증권 지점 직원을 믿고 투자한 것이 대부분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최근 몇 달 사이 동양증권 직원들에게 동양그룹 CP와 회사채 판매에 대한 할당이 내려진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불완전 판매를 넘어 최악의 금융 사기 사건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황 때문에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동양그룹의 위기가 불거진 지 2년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된 위험 경고가 이뤄지지 않아 투자자들의 피해를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감원은 적극적인 소비자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해당 기업의 자구책과 가입자의 투자책임만을 부각시켜왔다"며 "지금이라도 모든 인력을 동원해 피해 사례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법규가 미비했다는 해명에 급급하고 있다. 김건섭 금감원 부원장은 "동양그룹을 감독하면서 투기등급 채권을 계열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제한하는 법안을 올 4월 제정해 다음달 24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동양증권을 통한 투기등급 회사채 판매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 읽고 외양간 고쳤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이 법안의 시행이 올 10월로 유예된 것은 동양 측의 요청을 금감원이 받아들인 결과라는 지적이 많아 오히려 더 큰 비판을 부르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으로 확산돼도 불완전 판매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계열사에 투자한 투자금에 대한 보상 규모는 기업회생절차에 따른 법원의 결정에 의해 정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설명서에 고객 서명이 들어간 데다 녹취를 한 게 아니라면 사실상 불완전 판매 여부가 가려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원금의 100%를 보장받기 힘들어 개인투자자의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10월1일

 

동양그룹의 모태인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선택했다. 이미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를 포함해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계열사는 5곳으로 늘었다. 동양그룹의 공중분해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동양시멘트는 1일 춘천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양시멘트 관계자는 “보유자산의 신속한 매각을 통한 투자자 보호와 기업의 조속한 안정에 어떠한 방식이 가장 적합한지 고민한 끝에 기업 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1957년 창립된 동양시멘트는 동양그룹 탄생의 주역이다. 당초 법정관리보다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이 예상됐다. 시멘트 업계 2위의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데다 부채비율이 196%로 다른 계열사보다 낮기 때문이다. 다른 계열사에 비해 은행권 여신이 많은 것도 자율협약 가능성을 높였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자율협약 등을 검토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혀 법정관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로 돌아서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선택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양시멘트가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을 진행하면 채권단의 간섭이 심해질 수 있다. 이 경우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반면 법원은 최근 들어 기존 경영권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관리인을 별도 선임하는 것보다 기업 사정을 잘 아는 기존 경영진이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2006년 도입된 통합도산법의 ‘관리인 유지(DIP)’ 제도에 따라 현재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및 창업주 일가의 자산이 투입돼 가족기업으로 볼 수 있는 동양네트웍스가 동양시멘트와 함께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경영권 유지를 위한 결정이라는 지적에 힘을 실어준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채권단의 통제를 받는 것보다 법정관리가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위기를 겪는 기업들이 법정관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동양시멘트가 은행권 여신이 많기는 하지만 전체 규모가 크지 않아 채권단 구성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동양시멘트의 경우 은행권 여신이 크지 않아 채권단 구성이 어려워 법정관리를 택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동양시멘트는 신용등급이 원리금의 지급 불능 상태를 의미하는 D등급으로 하락했다. 나이스(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동양시멘트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을 각각 D등급으로 낮췄다. 

 

한겨레 10월2일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가 1일 춘천지방법원과 서울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전날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사에 이어, 동양그룹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계열사는 모두 5곳으로 늘었다.

이날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배경을 두고선 해석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관심은 그룹이 앞으로 어떤 뼈대로 남겨질지에 있다.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동양시멘트는 법정관리보다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룹의 주력사인 동양시멘트는 국내 2위의 시멘트 생산 업체다.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 만기 임박 회사채가 없고 기업어음 상환액도 적은 편이다.

동양시멘트에 대한 채권단 공동관리를 검토하던 산업은행 쪽은 “주채권은행에 타진도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채권단과 협의도 거치지 않고 기업회생절차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고 깜짝 놀랐다. 산업은행이 지원 의사를 밝혔던 만큼, 최소한 주채권은행에 타진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동양 쪽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산은은 동양시멘트의 은행권 대출 3000억여원 가운데 2200억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상, 일반 상거래를 포함해 채권까지 기업의 모든 자산 활동이 동결되고 기업회생절차의 주도권은 법원으로 넘어간다. 동양시멘트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면 채권단의 공동관리하에 들어가고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구조 개선 작업을 지휘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동양그룹 쪽은 이런 조처가 일관되게 개별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고 강조한다. 동양시멘트는 “보유 자산의 신속한 매각 등을 통한 투자자 보호와 기업의 조속한 안정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고민한 끝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동양그룹의 한 관계자도 “채권단 관리로 가게 되면 투자자 보호 관점보다는 채권단이 여신을 회수하려고 하는 데 더 주안점을 두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현재현 회장이 동양시멘트의 경영권을 유지하려고 법정관리행을 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채권단의 간섭을 받는 대신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유지해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6년 도입된 통합도산법의 ‘관리인 유지 제도’는 법원이 오너 경영자에게 법적인 하자가 없다면 경영권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워크아웃에 견줘 금융권 여신 등에 관련한 채무조정 폭도 좀더 커질 수 있다.

 

같은 날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네트웍스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동양네트웍스는 현 회장 일가가 동양네트웍스를 중심으로 ‘그룹 해체 이후’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온 계열사다. 최근 현 회장의 장모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은 1500억원 규모의 오리온 주식을 동양네트웍스에 증여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동양그룹으로서는 법정관리가 이루어지는 동안에 계열사 매각 등 법원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되,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 등은 그룹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겨레 10월3일

 

동양그룹이 계열사 중에서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괜찮았던 동양시멘트까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대상에 포함시키자 동양증권 임직원들이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2일 동양증권 전국 영업지점에는 직원들 사이에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돌았다. 임원들도 가세하면서 오후 늦게 임직원 명의로 성명서를 냈다. 임직원들은 “동양시멘트는 재무구조가 비교적 우량하고 시멘트업계 매출 2위의 탄탄한 기반을 보유한 기업으로,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은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동양증권 노동조합도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은 고의성이 짙다”며, 기각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냈다.

지주회사 격인 ㈜동양은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7월과 9월 1569억원어치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동양증권을 통해 판매했다. 동양증권 임직원들이 그룹의 결정에 일제히 반기를 든 것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질 경우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어음이 휴지 조각이 될 게 뻔하고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송 부담이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양증권의 소매영업 담당 직원은 “그룹에서 물량을 떠넘길 때만 해도 안전하다고 했고 며칠 전에는 현재현 회장이 법정관리 신청을 안 한다고 했다. 직원들만 사기꾼으로 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조 관계자는 “재무제표를 보면 동양시멘트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기업이 아니다. 현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신청하지 않았는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동양시멘트의 부채비율은 196%로 다른 계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단기 차입금 비중이 낮아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돼오던 터였다. 동양이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1000억원어치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을 발행한 뒤 불과 10여일 만에 법정관리 신청을 내 사기성 어음 발행 논란에 휩싸인데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동양증권 직원들의 반발까지 거세어져, 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동양 투자자들로부터 불완전판매 사례를 접수하고 있는 금융소비자원은 다음주 금융감독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하고 검찰 조사도 의뢰하기로 했다. 집단소송만으로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고 벌써 피해를 호소한 이들이 1만여명에 이른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한편 동양시멘트 김종오 대표와 그룹 전략기획본부 김봉수 상무가 1일 전격 사임했다. 김 상무는 현 회장의 사위로 장녀 현정담씨의 남편이다. 장남인 현승담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도 회사를 떠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그룹 관계자는 “(김 상무는) 핵심 업무(담당)인데 구조조정에 실패한 데 대한 책임감으로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승담씨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10월3일

 

동양그룹이 추석 연휴 전날까지도 거액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개인고객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이미 회사는 오리온에 빚보증을 부탁할 만큼 침몰 직전의 상황이었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동양증권 직원이 자살하는 등 파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과 동양그룹에 따르면 ㈜동양은 자금 압박이 심해지자 보유한 동양시멘트 주식을 유동하기로 했다. 지난 7월 ‘티와이석세스’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ABSTB를 발행, 동양증권에서 팔기 시작했다. 9월 들어 그룹의 자금난이 불거지며 기업어음(CP) 판매가 힘들어지자 회사는 ABSTB 판매로 방향을 돌렸다. ABSTB란 CP와는 달리 주식 등이나 매출채권 같은 기초자산을 유동화한 만기 1년 미만의 채권이다. 기업이 지불을 약속한 일종의 어음이다. 동양증권은 기초자산으로 삼은 동양시멘트 주식이 부채비율 196%의 우량한 회사 주식이라는 점을 설명하며 고객에게 ABSTB 매수를 권했다. 9월 들어서만 총 여섯 차례에 걸쳐 970억원어치가 팔렸다. 7월부터 합치면 1569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9월에 판매된 ABSTB가 투자자들의 손실을 사실상 예견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동양그룹은 당시 이미 자력 회생이 쉽지 않다고 보고 9월 13일 오리온 담철곤 회장에게 신용보강을 요청할 정도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가 무너지기 직전까지 개인투자자에게 ABSTB를 팔았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룹 경영진이 법정관리는 없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양증권 노조는 2일 법원에 보낸 탄원서에서 현재현 회장이 추석 전날까지도 동양증권 사장에게 수차례 ‘절대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지 않는다. 계속해서 ABSTB를 판매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영진의 호언장담과 달리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ABSTB 투자자들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기초자산인 동양시멘트 주식 가치 하락이 불가피한 데다 기업 회생 여부에 따라 원금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동양증권 직원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동양증권 전국 지점장들은 오너 일가를 비판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노조는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의 법정관리를 기각해달라는 청원서를 춘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동양증권 김현민 노조부위원장은 “동양시멘트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질 경우 국민들이 동양증권 임직원 개인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양그룹은 ‘사기성 발행’이나 ‘오너의 사욕’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달 26일까지만 해도 동양파워 매각 등을 통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그룹의 확신이 있었다”면서 “무너질 걸 알고 ABSTB를 판 것은 아니다”고말했다. 법정관리 신청도 보유자산을 제대로 팔아 개인투자자에게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수 일가와 전문경영인들은 하나둘 회사를 떠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양시멘트 김종오 대표는 이날 사임했고, 동양그룹 전략담당 김봉수 상무는 해임됐다. 김 상무는 현 회장의 장녀 정담(동양그룹 마케팅전략본부 상무)씨의 남편이다. 현 회장의 장남으로 6월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가 된 승담씨도 조만간 회사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두뇌인 전략기획본부도 해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 신청을 하는 등 구조조정의 밑그림이 완성된 만큼 그룹이 이렇게 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하는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양증권 여직원 자살=한편 이날 오후 3시쯤 동양증권 제주지점 여직원 고모(42·여)씨가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도로에 주차된 아반떼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차량에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고 고씨의 집에서 ‘가족에게 미안하고 고객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는 취지의 유서가 나온 점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향신문 10월4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4·사진)이 3일 동양그룹 임직원과 일반 투자자들에게 (주)동양 등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담은 e메일을 언론에 보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서 변명을 하기에 급급하고 자구노력보다는 은행권에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만 전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 회장은 e메일에서 기업어음(CP)의 차환을 위한 은행의 협조가 있다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우량자산 매각 등 모든 것을 걸고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해결할 최대 과제는 투자자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또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신청 이후 쏟아지고 있는 비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는 9월30일 저녁 6시가 되어 현금 5억원을 빌려서야 부도를 막을 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결정되었고, 또 다른 형태의 투자자들과 수백 군데 중소협력사들의 연쇄 부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현 회장은 “이번 사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CP 전체의 차환이 은행의 협조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면 저와 동양이 마지막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걸고 해결에 나서겠다”면서 “CP 전체 차환 규모는 분명 저희 일부 우량 자산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규모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현 회장의 이 같은 요청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 협조 관련된 부분은 성립이 될 수 없는 이야기”라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회사에 자금대주는 건 불가능하다”며 현 회장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자에게 상환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논란이 이전에 있었는데 안 해주는 게 맞지 않았느냐”면서 “이번 동양사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4만여명이 넘는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불가피해진 ‘동양그룹 사태’를 둘러싸고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서 분리될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의 권한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4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동양그룹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감독체계 개편 방향을 주요 의제로 삼을 예정이다. 민주당 정무위 관계자는 3일 “기본적으로 금융위원회의 권한만 강화하는 감독체계 개편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겠지만 동양그룹 사태가 불거진 만큼 자본시장 투자자 보호를 위해 현행 감독체계를 어떻게 손질해야 할지도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지만 그룹 계열사의 부실 위험이 개인투자자에게 확산되는 것을 제때 막지 못한 감독당국의 책임도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 투자자 보호 기능을 맡은 증권선물위원회와 그 실행기구인 금감원이 회사채·기업어음유가증권 발행·유통에 대한 감독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 소비자 보호에 실패했다는 감독당국 책임론은 감독체계 개편 논의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동양 사태는 자본시장 투자자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에 대비해 선도적인 감독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데 이는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를 분리하자는 논의와도 연관이 된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위가 지난 7월 발표한 감독체계 개편안은 금소원에 협의의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넘기고 증선위의 유가증권 감독, 투자자 보호 기능은 넘기지 않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증선위의 기능 중 상당 부분이 금소원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10월5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이 동양그룹 3개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30일 직원들에게 동양증권의 영업정지 검토를 지시했던 것으로 4일 뒤늦게 알려졌다. 동양증권 노조는 오는 8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정 사장도 앞으로 중대한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고발할 예정이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이날 “정 사장이 지난달 30일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사실이 알려지면 동양증권 지분이 반대매매될 수 있다며 3시간가량 영업정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반대매매는 주식을 담보로 금융회사 등에서 돈을 빌릴 때 담보비율을 정하고, 주가가 담보비율 아래로 하락하면 채권자가 임의로 담보주식을 파는 것이다.
정 사장은 그룹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공식적으로 알려지기 전, 영업정지라는 수단을 통해 채권자들이 담보로 잡고 있는 동양증권 지분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한 것이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반대해 실제로 영업정지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는 채권자의 권리를 편법으로 제한하려고 시도한 것이어서 실제로 행위가 이뤄지지 않았어도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서울 을지로 동양증권 본사 대여금고에 보관해오던 자산을 인출해간 것으로 확인됐다. 동양증권의 한 직원은 “내용물은 모르지만 큰 가방을 여러 개 들고 나갔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10월7일

 

이번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하고 비통한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현 회장의 사죄는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고 흘리는 ‘악어의 눈물’과 다름없다. 꼼수를 멈추고 사재를 털어 해결하라.”(동양증권 노동조합)
동양그룹이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7일로 일주일째다. 그사이 (주)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 등 5개 계열사가 법원의 처분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고, 동양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한 5만명 가까운 개인투자자는 최대 1조7000억원의 피해를 보게 됐다. 동양증권 창구에서 계열사 회사채와 CP를 팔아온 한 직원은 죄책감에 목숨을 끊었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현 회장을 비롯한 동양그룹 경영진이 보여준 노력이라곤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했음을 강조한 e메일 한 통뿐이다. 게다가 법정관리 신청을 전후해 회장 일가가 재산을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30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서열 38위 동양그룹 경영진이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총수 일가의 이익만 지키려 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룹 해체 위기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현 회장은 지난 3일 언론에 보낸 e메일에서 “마지막 남은 생활비 통장까지 꺼내 CP를 사 모았지만 결국 오늘의 사태에 이르렀다”며 “추가 피해를 줄이고자 법원에 모든 결정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은 지난 1일과 지난달 30일 동양증권 대여금고에 보관했던 물품을 찾아가고, 개인 계좌에서는 현금 6억원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이 침몰하기 시작하자 총수 일가가 먼저 탈출하려 한다는 비난 여론이 빗발쳤고, 금융감독원은 조사에 나섰다.
동양그룹에는 주식을 산 주주와 돈을 빌려준 투자자가 있지만 총수 일가는 자기 살길만 모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선 비교적 우량한 계열사인 동양시멘트가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으로 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럼에도 경영진이 법정관리를 선택한 건 채권단의 간섭을 피하고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법정관리의 허점을 이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양그룹 창업주의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동양네트웍스에 무상대여한 오리온 주식 1500억원어치를 증여하려 했던 것도 현 회장 일가의 ‘가족기업’인 동양네트웍스만 살리려는 목적으로 볼 수 있다. 동양증권에 대한 영업정지 시도 역시 총수 일가 지분이 넘어갈 것을 우려해 생각해낸 치졸한 수단이었다.
시민단체와 동양증권 노조가 현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하는 등 동양그룹 경영진에 대한 사법처리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측은 “경영권을 살리고 지분을 챙기고자 계열사들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동양그룹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10월 8일자

 

동양 사태의 여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동양그룹이 소수의 금융기관 대신 5만명에 이르는 개인투자자들의 돈으로 빚을 돌려막다 피해를 키운데다, 감독당국의 책임론에 오너 일가의 재산빼돌리기 의혹 등 도덕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후푹풍이 번져가고 있다.

경실련은 7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및 업무상 배임)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경실련은 고발장에서 “현 회장은 경영권 유지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그룹의 편법적인 자금조달을 기획, 실행, 지시한 책임이 있으며, 정 사장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동양시멘트 주식담보 기업어음에 대한 판매 독려와 현 회장과의 공모 가능성의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부실 기업의 어음 남발 등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감독당국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금융감독원이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감독당국 책임론이 불거진 이후에야 피해 대책을 내놓고 이마저도 면피성이 아니냐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네이버 카페에 ‘동양 채권 시피(CP) 피해자 모임’ 등을 만들어 “그동안 수수방관하다 화를 키운 금융감독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뒷북 대책에 나선 금감원을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로 했다.

금감원에 ‘국민검사 청구’를 준비중인 금융소비자원은 최수현 금감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국민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피해 구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금감원장에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금감원은 면피성 행정보다 소비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재 금융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1만7000건, 금감원에 접수된 관련 민원은 8000건에 이른다.

동양그룹이 계열사 중에서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괜찮았던 동양시멘트까지 법정관리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논란거리다. 동양증권 직원들은 “고의성이 있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부채 비율이 다른 계열사에 비해 낮고 단기성 차입금 비중도 낮아 독자 회생이 가능한 계열사로 꼽혀왔다. 그러나 동양그룹이 동양시멘트를 법정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채권단 영향력에서 벗어나 법정관리 아래서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생겼다. 현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았는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동양증권 노조는 현 회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현재현 회장 일가의 미심쩍은 행보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법정관리 신청 전날 동양증권 개인 계좌에서 수억원을 인출하고 이튿날에는 동양증권 본사에 들러 개인 대여금고에서 귀중품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덕성 시비가 거세게 일고 있다. 앞서 현 회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경영권에 미련 없다. 우리 가족도 사재를 털어 시피를 사모았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밝힌 바 있으나, 법정관리 신청을 둘러싼 논란에다 오너 일가의 도덕성 시비까지 더해져 파장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   10월 9일자

 

동양그룹 안에서 최근 1년여 동안 최종 수혜자가 불분명한 거래가 여러 차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그룹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가 직간접으로 관여한 거래들이다. 동양그룹 안팎에선 현재현 회장 등 사주 일가의 비자금 조성용인지, 김 대표 쪽의 제몫 챙기기인지 등 거래의 성격을 놓고 의문이 일고 있다.

7일 금융당국과 동양그룹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말 동양그룹 창업주의 부인인 이관희(현재현 회장의 장모)씨가 동양네트웍스에 무상대여한 오리온 주식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거래가 일어났다. 당시 서 이사장의 주식 대여는 1500억원 상당의 자금 불일치(미스매칭)를 막기 위해 긴급히 이뤄졌다.

동양네트웍스는 해당 주식을 우리투자증권과 투자자문사인 아인에셋을 통해 블록세일(묶어팔기)했다. 문제는 이 거래를 중개한 아인에셋 쪽이 받아간 수수료다. 당시 거래에 밝은 금융권 한 인사는 “아인에셋 쪽이 받은 수수료는 통상적인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33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한 대형 증권사 고위 임원은 “주식 블록세일 거래 수수료는 매물 가치의 10bp(0.1%, 약 1억~3억원)만 받아도 적은 건 아니다. 계열사인 동양증권이 중개했다면 수수료를 별도로 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양매직 매각 과정도 석연치 않다. 이 회사를 사려 했던 사모펀드 관리인(GP)은 케이티비피이(KTB PE)와 티에스아이(TSI)파트너스 두 회사다. 사모펀드 관리인은 투자자(LP) 모집과 펀드 운용을 맡으면서 수수료와 보수를 받는다. 나아가 인수 회사의 경영권도 확보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거래에 등장하는 아인에셋과 티에스아이파트너스 경영진이 모두 김철 대표의 영향권 안에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티에스아이파트너스의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회사 대표는 이유진(40)씨이고, 직전에는 김 대표의 측근인 이정민(41)씨였다. 두 사람의 주소지는 강원 삼척의 한 아파트로 돼 있어 가족 관계로 추정된다.

특히 이정민씨는 동양 임직원은 아니지만 동양네트웍스에 자주 출근하는 인물이라고 동양 쪽 임원들은 입을 모은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네트웍스 논현동 사옥의 브이아이피(VIP)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사람은 오너 일가 외에 김철 대표와 이정민씨, 이상화 대표 정도”라고 말했다. 이상화씨는 최근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에 대표이사로 선임된 인물로, 그룹 내 대표적인 ‘김철 라인’으로 꼽힌다. 이상화씨는 이날 동양시멘트 대표에서 돌연 물러났다. 아인에셋의 대표 공현웅(35)씨 역시 티에스아이파트너스의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런 정황은 김 대표가 지난 4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동양매직 매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딜에 참여한 사람들은 내 얼굴도 모른다”고 밝힌 것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10월7일치 2면 참조)

문제는 이러한 의심스런 거래의 최종 수혜자다. 투자금융업계 고위 임원은 “동양매직의 매입자가 김철 대표와 특수관계라면, 사고파는 사람의 이해관계가 같다는 이야기”라며 “동양매직 경영권을 김 대표가 갖겠다는 의도이거나, 오너에게 주기 위해 김 대표가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인에셋이 받은 과도한 수수료 역시 김 대표나 현 회장 등 사주 일가가 챙겼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게 금융권 분석이다

 

 

 

경향신문 10월 9일

 

동양증권의 100% 자회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가 동양그룹 계열사 간 자금거래의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나은 계열사로부터 돈을 빌려 자금 압박이 심한 계열사에 대출해준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이런 계열사 간 자금거래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8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날 금감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동양파이낸셜대부는 지난달 말 현재 (주)동양, 동양시멘트, 동양생명 등으로부터 650억원을 빌렸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이들 계열사로부터 3개월물 단기자금을 수십억원씩 지속적으로 빌렸고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달엔 대출잔액 규모가 더 커졌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이들 계열사로부터 빌려온 자금을 기업어음(CP)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던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에 대출해줬다. 동양파이낸셜대부가 계열사 간 자금거래의 중개상 역할을 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지난달 말 현재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에 빌려준 자금은 710억원으로 동양시멘트 등 3개 계열사에서 빌려온 자금 규모와 비슷하고 신용대출이었기 때문에 담보를 잡은 건 없었다”고 말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주)동양, 동양시멘트, 동양생명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올 때 연 8~10%의 금리를 주기로 했고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에 자금을 빌려줄 땐 연 9~11%의 금리를 적용했다. 자금 조달과 운용 간의 금리 차가 1%포인트에 그쳤다.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은 당시 자본잠식 상태여서 정상적인 거래라면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 했다.금감원은 계열사 간 비정상적인 자금거래의 배경에 현 회장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동양, 동양시멘트 등이 그룹 내의 부실회사에 직접 자금 지원을 하면 주주들이 업무상 배임이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배임 의혹을 우회하기 위해 동양파이낸셜대부라는 고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 회장이 지분 80%를 가지고 있는 티와이머니대부도 금감원 검사 대상이다. 티와이머니대부는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채권영업 사업부문이 분사돼 2010년에 설립된 채권추심 전문업체로 동양네트웍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티와이머니대부는 동양파이낸셜대부, 옛 동양캐피탈대부(현 동양인터내셔널)와 어음할인을 통해 자금 거래를 해왔다. 올 1분기에도 이 회사는 동양파이낸셜대부에 만기를 보름쯤 앞두고 453억원 규모의 어음을 할인 판매, 자금을 운용했다. 8월 말 기준으로 이 회사는 동양파이낸셜대부로부터 312억5000만원을 빌린 상태다.
티와이머니대부는 또 올해 2월 초 아주저축은행에 동양증권 주식 77만주를 담보로 맡기고 31억원을 빌렸다. 비슷한 시기에 푸른저축은행에서 동양증권 주식 86만주를 제공하고 동양인터내셔널에 34억원을, 동양시멘트 주식 40만주를 담보로 맡기고 동양파이낸셜대부에 13억원을 빌려줬다.
금감원 관계자는 “티와이머니대부는 계열사 간 자금거래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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