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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못다한 이야기/ 안철수 박경철 2

by 신사임당 2011. 9. 8.
김 =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 아주 심한 비판인데도 표정의 변화 없이 편안하게 하시더라고요. 용기 같기도 하고. 분노하거나 화내지 않고 담담하게 모든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런 편안함은 어디서 나오나요?
 

안 = 그랬나요? 화내서 해결되는 건 없잖아요. 달라지는 건 없어요. 어떤 사람이 호텔에 갔는데 히터가 안나와서 프론트에 가서 화를 냈어요. 그랬더니 바로 히터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방어적이 돼서 변명하고 구구절절 설명을 해요. 결국은 후회했대요. 성질 내서 원하는 목적을 얻지 못한 거죠.

김 =  선생님. 이상한 질문이긴 한데요 지금 굉장한 미인이 앞에 있으면 어떨 것 같으세요?
 

안 = 불편하겠죠.
 

김 = 학생들이 많이 들이대지 않나요? 그럴 땐 어떠세요?
 

안 = 불편하죠. 어떻게 반응을 보여야 저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을까, 즐거운 마음 상태를 유지할까 해요.
 

김 = 선생님은 늘 포인트가 남에게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탓은 내 탓을 하고 배려는 남을 향해. 그렇게 생각 안하세요?
 

안 = 그렇게 생각하죠.
 

김 = 답이 너무 단답형이세요. 박원장님. 같이 다니면 안 답답하세요?
 

박= 화두를 푸는 느낌이죠. 흔히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 보다는 특정한 주제에 대해 관심이 많죠. 그런 주제로 이야기할 땐 꽤 길게 풀어주세요.
 

안= 사실 내가 내 이야기를 하는게 많이 불편해요. 저는 듣는게 익숙해요. 많이 듣는 사람이지 많이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강의할 때나 인터뷰할 때 내가 내 말 할 때가 많아지는데 그게 익숙하지는 않아요.
말을 좀 하면 말이 길어진다 이런 느낌이 들어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전 감정적인 부분은 극도로 절제하려고 해요. 듣는 사람이 불편할 수도 있고요 부담을 느낄 수도 있어요. 저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고 할 때 감정적인 것은 해결이 안돼요. 지금의 제 모습은 회사 창업 전 제 모습과 또 달라요.


 
김= 보통의 경우 회사를 운영하다보면 전권을 휘두르고 싶어하고 인사권과 돈을 더 휘두르고 싶은 것이 일반적인 유혹이잖아요.

안= 글쎄요. 권리를 찾는 것 보다 의무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에. 제가 <영혼이 있는 승부>라는 책을 낸 것이 10년 전인데 지금도 팔려요. 10년 전에 쓴 건데 바뀐 게 없는 거죠.
 

김 = 그 때 하셨던 말씀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거잖아요. 또 그만큼 사회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 같아요.
 

안 = 100년 이상 가는 외국의 오래된 기업중에 존경받을 만한 기업을 보면 공통점이 그래요. 100년간 많이 바뀌었지만 역동적으로 바꾸는 것만이 살아남는데 자기가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가치 부분, 왜 만들어졌고, 판단기준은 뭐고 그건 전혀 안 변하고 100년간 지속됐어요. 그게 힘이라고 생각돼요.
사람도 마찬가지죠. 바뀌어야 하지만 자기가 기본적으로 믿고 있고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나 철학은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대가 바뀌면서 대응방식이 바뀌는 게 아니라 가치관을 바꾼다면 영혼을 파는 것과 같죠. 


 

김 = 변화는 하되 변절은 하지 말라는 거네요.
 

안 = 자기의 핵심 신념은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게 안 바뀌어야 그 사람이 되는 거죠. 그 사람을 바꾸면 영혼을 파는 것 같아요.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데 돈이 최고의 가치는 아니에요. 전 정당하지 못한 방법이 아니라면 차라리 돈을 안벌었거든요. 상대적인 것 같아요. 그중에서 어떤 것을 택하느냐. 그게 가치가 굳건하면 일관성이 유지되는 것 같아요.
 

김= 최고의 가치는 뭐죠?
 

안 =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 제가 죽고 나도 나로 인해 사람들의 생각이 좋은 쪽으로 바뀌어 있거나 내 책이 그때까지 남아서 사람들에게 영향 미치고, 내가 만든 회사가 함께 사는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되고 있거나, 나로 인해 어떤 제도가 생겨 사람들이 혜택받고 이러면 흔적이 남아있는 거겠죠.



김 = 수도승의 말씀이십니다.

김 = 선생님 주량은 어떻게 되세요?
 

안 = 1999년까지는 주량을 모를 정도로 먹었어요. 취한 적이 없었거든요. 여러 명과 술먹어도 다 쓰러지고 나 혼자 남았어요. 소주만 먹었는데 배가 불러서 못 먹을 정도로 먹었으니. 의과대학 가면 다 그걸로 스트레스를 풀거든요.
 

김 = 흔히 말하는 엄친아 맞나요?
 

안 = 간 때문에 과로로 입원해서 죽을뻔 했어요. 그리고 딱 끊었어요. 처음엔 적응이 안되더라고요. 풀어지는 것 없이 멀쩡한 정신으로 달리고 있으니 처음에 적응이 안됐죠.
 

박 = 매일 먹는 건 진짜 나빠요. 폭음하고 쉬는게 차라리 낫지. 전 술 담배 골프 한꺼번에 2000년 1월1일 끊었어요. 나쁜건 동시에 끊어야 해.
 

김 = 여자 좋아하고 이런 마음을 끊을 필요는 없죠
 

박 = 당신은 총각이니까 그거 끊으면 큰일 나죠.
 

김 = 선생님은 유명한 캠퍼스 커플이었잖아요. 그냥 가서 사귀자고 말씀하신거죠?
 

안 = 도서관 자리 잡아주고 몇 년을 지내다보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소문이 너무 많이 나서.
 

김 = 20대가 상상이 안가요. 선생님.

김 = 선생님, 오늘은 양복에 등산 가방 매고 오셨는데 청바지 같은 것도 입으시나요?
 

안 = 저 청바지 좋아해요. 그렇다고 외부 강연할 때 스티브 잡스처럼 입을 수 없잖아요. 휴일날 마트갈 때 입어요. 요즘 물가 정말 많이 올랐어요.
 

김 = 장바구니 물가가 어떻던가요?
 

안 = 10만원 금방이더라고요. 10만원이면 큰 돈인데.
 

김 = 선생님. 그런데 양복을 입고 등산 배낭을 메시면 다른 사람이 불편할 거라는 생각은 안해보셨어요? 청바지는 다른 사람이 불편할까봐 안 입으시는거고.
 

안 = 저는 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편적으로 그들이 좋아하고 어떻고는 의미를 안둬요. 그들이 원하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살고 싶지는 않거든요.
 

김 = 말씀 들어보면 스님들 말씀 같아요. 니 인생 살라는. 사람들의 시선에 영향을 안 받으시는 거네요.
 

안 = 내 이미지는 관리하고 싶지 않아요. 같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은 거죠. 그게 핵심이에요. 본질을 놓치고 싶지 않은 거에요.
 

김 =본인의 외모나 패션에 대해서는요?
 

안 = 아무리 꾸며도 안되는 사람이라서.
 

김 = 무스 바르고 브릿지 하면 어떠실까요?
 

안 = 사실 내가 무지개 컬러로 염색한 적이 있어요. 회사 광고모델로 나설 때였어요. 실무자들은 절대 내가 선택하지 못할 거라며 초이스를 내놓았는데 난 내 역할을 해야 하니까 개인적인 창피를 무릅쓰고 선택했어요. 내가 회사를 위한 도구니까요.


 

2000년 회사의 모델이 되기 위해 전격 염색하고 이처럼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였네요...안교수님이 노트북을 여시더니 이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전 이 사진을 보고 눈이 동그래져서 이거 사진 좀 찍어가도 되냐고 하며 노트북 모니터에 디카를 드리대고 반사점을 피해가며 이리저리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요.
그런 저를 딱하게 보시던 교수님 왈 "USB 안갖고 계세요?"  "당근 있죠" 하며 얼른 빼드렸더니 거기에 사진을 담아주셨습니다. 국내 최고의 컴퓨터 백신 전문가는 그날  기자랍시고 얼쩡거리며 2011년을 살고 있는 한 원시인을 만나셨던 겁니다..ㅠㅠ



김 = 대학에서 계속 강연을 하시잖아요. 주로 무슨 이야기를 하세요?
 

박 = 현안 이야기죠.
 

안 = 결국은 기득권 과보호 문제가 한국 사회를 덮고 있는 문제같거든요. 대기업 중소기업도 그렇고 학벌위주의 사회도 그렇고 지방격차 빈부격차가 다그래요.
하나로 말하자면 기득권 과보호예요. 한번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주지 않는 비정한 사회. 안전망 없는 사회. 이게 우리 한국사회 문제 아니겠어요. 힘들어서 자살도 하고. OECD 국가 자살율 1위 그렇잖아요.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래요. 노인 자살률 1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지난번에 박경철 원장 이야기했던 것처럼 결혼해서 아이 안 낳고 대를 끊겠다고 하잖아요. 종족보전 본능을 넘어설 정도로 이 사회가 살기 힘들잖아요. 그게 우리 사회의 전체 공통적인 것 같아요. 기득권 과보호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걸 비난하자는 건 아니고 어떻게 하면 기득권의 동의를 얻고 대다수 사람의 공감대 얻어서 이를 바꿔나갈 것인가 하는 거죠. 그게 정치에서 해야하는 것이죠. 그걸 왜 안하는지 모르겠어요. 심각하지 않은가봐요.


 

박 = 본인들은 그게 좋겠죠. 쉽게 갈 수 있는데 내가 왜 굳이 나서나 할 테고.
 

김 = 그에 대해 문제제기 하면 사회 혼란 세력으로 규정하잖아요.
 

박 = 맥락화라는 말이 있는데 무지하게 겁나는 거에요. 우리나라는 공산당 침략 받은 경험이 있어서 공산당=나쁘다는 맥락이 형성되죠. 그 밑에 사회주의 나쁘고 자본주의 좋다는 맥락이 있고요. 다시 그 밑에 시장은 좋다. 반시장은 나쁘다. 반시장은 사회주의, 공산당이 되는거죠. 반시장은 곧 반재벌이 되는거고 결국 재벌보고 나쁘다고 하면 공산당이 되는 맥락인거에요.
이런 무서운 사회적 맥락화의 틀 속에서 제일 위에 있는 단계부터 새끼치며 맥락화되죠. 재벌을 공격하는 건 건전한 비판인데 빨갱이는 타도의 대상이에요. 그럼 반재벌은 타도의 대상이라는 맥락이 되거든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우리가 뭔가 말할 때 자기검열을 하며 그 맥락의 우산을 피하려 해요.
이런 식의 습관이 형성되죠. 사실 시장과 재벌은 다른 건데 맥락으로 연결시키는 거예요.
 

김 = 기업이 세금 제대로 내게 하고 투명하게 하자 이러면 자본주의를 완성해 나가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정당한 기업활동에 의해 정당한 이윤 추구하자면 반재벌, 반기업, 반시장, 사회주의, 빨갱이 되는거네요.
 

안 = 이제는 정부 스스로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문제를 들고 나왔잖아요.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어요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었던거죠.
 

박 = 자본이 권력 위에 이미 섰어요. 작년 이전까지 재벌이 약점이 있었어요. 불법비자금, 차명계좌 다 드러났는데 이 때 처단한 것이 아니라 덮어버렸잖아요. 정치권력이 자충수를 둔거지. 그들이 가진 약점을 사했어요.
그러니 약점 없잖아요. 찔리는 게 있었을 땐 불러서 공장 지을래 안 지을래, 고용할래 안 할래 하던 게 통했지만 이젠 사함을 받았고 일사부재리지요. 친일청산해야 한다, 반민족행위 청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왜 자꾸 나오냐면 어떤 반복된 잘못을 하더라도 단죄하지 않고 넘어왔으니 그런거죠.
단죄된다는 사회적 합의 있으면 이런 일이 없지. 편법증여 두고 사회적으로 단죄하고 난리가 났더라면 지금의 대기업이 10조원을  쌓아놓고 살수 있겠어요? 이젠 금력이 통제가 안돼요.
 

안 = 지금도 해야할 일은 해야죠.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관행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거든요.
해결해야죠. 놔두지 말고. 현행법 안에서라도 정확한 공정의 잣대로 균형과 견제를 할 수만 있다면 사실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는 많이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걸 집행할 의지가 없고 실행할 능력이 없거든요. 많은 관료가 김앤장이나 삼성 등 기업으로 다 가거든요.
관료로 일하는 것이 국가, 사회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평생보장하는 기업에 가는 것이 목적인데 누구 편에 서겠어요. 작동하는 브레이크가 엄격하게 통제하고 이 룰이 작동안하니까요. 정부에서 약탈행위를 방조하고 있었잖아요.


 

박 = 사실 난 어조만 강하지 표현은 부드러운데 안교수님은 되게 험한 말을 써요.
 

김 = 교수님의 저 표정을 더 많은 사람이 봐야 하는데 아쉬워요.
 

안 = 자기 실력으로 1등하고 유지하면 모두 행복하고 건강해요. 그런데 기득권이 실력이 없는데도 1등이 유지되고 과보호될 때 외부 경쟁이 닥치면 다 무너져요. 우리가 모두 다 힘들어지죠. 외환위기도 그랬던 거고요. 계속 반복되고 있어요. 기득권 본인을 위해서라도 실력을 갖추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죠. 자기만 깨지면 괜찮은데 우리가 다 우리 돈으로 보태줘야 하거든요. 

 

김 = 다 잘사는 길로 가자는 거잖아요. 
 

안 = 그게 유일한 공존공생의 길이라고 봐요.
 

박 = 타도가 아니라 설득이죠. 결국 우리도 기득권이잖아요. 행복을 유지하는 방법은 사회가 안정되고 다 행복할 때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잖아요. 저 자식들 없어졌으면 좋겠어 이런 마음은 다 위험해지는 거거든요. 타도의 마음이 들기 전에 설득하고 손잡고 함께 가면 되는데 눈 앞에 있는 내 것 한입 놓치기 싫어서 타도의 대상이 될 수 있거든요. 역사란 게 그렇게 반복되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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