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모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사용하는 용어, 초당 나가는 타수 등을 감안해 볼 때 입에 거품을 물었음이 분명히 느껴질 정도였죠.
 “야, 완전 재수없는 거 알어? 우리 팀장, 그 인간. 사사건건 트집잡는거 말야. 연말에 임원 승진 물먹고는 아주 가관도 아닌데 정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사무실 안이 썰렁해서 무릎담요를 어깨에 두르고 있는데 아침부터 ‘추우면 알아서 옷도 챙겨입고 나와야지, 일기 예보도 안봐? 사무실이 찜질방도 아니고 뭘 두르고 있는거야’ 이러면서 시비를 걸잖아. 내가 옷매무새 갖고 지적받을 신입사원도 아니고. 그정도만 했으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쫌 아까는 진짜 구타 유발하게 만들더만. 2월에 행사하는 것 때문에 우리 팀 막내가 견적 뽑은 거 보고하는데 이 인간 그 보고서 받더니 뭐래는 줄 알아? 눈 치켜뜨고는 ‘최선이야? 확실해?’. 나 완전 토 쏠려 죽는 줄 알았잖아. 아니 그걸 어디다 갖다 붙여. 지가 감히 어디다 대고 그 말을 함부로 써. 정말 혈압올라서 병원 실려가는 줄 알았다니까”

 현빈이 유행시켜 놓은 이 말이 요즘 여러 사람 잡습니다. 후배들, 아랫 사람들 ‘쪼는’ 타이밍에 너도 나도 이 말 들이댑니다. 듣는 사람은 짜증을 넘어서 역겨움이 느껴질 정도죠. 제 친구 말마따나 어디다 대고 그 말을 함부로 쓰시는지 원....
 까칠하고 매너없이 굴면서 대는 핑계가 자기는 차도남이다, 까도남이다 이러는데 정말 구타를 유발하게 만듭니다. 주변에 그런 남자들 꽤 보이지 않던가요? 정말 드라마가 사람 여럿 잡습니다.

 그런데 참 희한하죠? 현실은 안 그런데 드라마에 나오는 차도남 까도남은 왜 그리 멋있을가요. <시크릿가든>의 현빈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의 취향>에 나왔던 이민호, <성균관스캔들>의 박유천, <마이 프린세스> 송승헌 등등 일일이 꼽기 힘들 정도죠. 완전 대세입니다.

 하나같이 자신감 넘치고 스펙 좋고 재벌가이거나 집안이 좋습니다. 비주얼도 완벽하죠. 게다가 일에서는 차갑고 냉철한 이성, 뛰어난 두뇌를 바탕으로 완벽한 능력을 자랑합니다. 감정을 아무데나 흘리고 다니지 않는 도도함까지 완벽 그 자체지요.
 그러면서 사랑 앞에서는 내 여자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가슴 뜨거운 심장을 가진 남자.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모르는 나에게만 쏟아내는 따뜻함과 열정. 그래서 상대 여주인공에 나를 대입시키며 가슴 들뜨는 것일테지요.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매력적인 남자의 전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남자들이 출연하는 드라마의 시청률이 올라가고 대중문화적인 신드롬이 만들어지면서 이같은 남자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진화, 재생산되는가 봅니다.




 그러고 말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이런 멋진 캐릭터를 누구나 걸쳐 입으면 자기도 그렇게 되는 줄 알고 따라하는데 있다는 겁니다.
 차도남 까도남 뿐 아니라 까도녀 차도녀도 드라마에 많이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최소한 제 경험으로 까도녀 차도녀가 매력적인 줄 알고 따라하는 여성들의 숫자는 그닥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차도남 까도남은 따라하려고 하는 남자들이 꽤 눈에 띈다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많은 여성들이 열광하는 건 드라마가 만들어낸 허상의 캐릭터인 까도남 차도남입니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그런 식으로 까칠하고 차갑게 행동하면 여자들이 열광해주는 줄 착각하는 안타까운 남성분들이 왜 이리 요즘 많이 보이는 것인지....

 제발 차도남 까도남이 멋있어 보인다고 따라하지 말아주시길. 현실에서 매사 건건 까칠하고 차갑게 구는 것.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진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