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옷이나 액세서리, 가방, 백과 같은 패션 아이템이 드라마 하나 잘 만나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는 것은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깁니다. 자동차, 오토바이, 화장품, 음료, 가전제품과 같은 물품 뿐 아니라 하다못해 특정한 장소들도 협찬한 드라마가 뜨기만 하면 대박치기 일쑤죠. 그래서 품절녀, 완판녀라는 수식어를 달고 사는 패션 아이콘 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협찬사가 줄을 서게 마련이고 자동차회사, 아파트 모델하우스, 심지어 지자체들도 협찬을 못해 안달입니다.

.겨울연가 배경이 됐던 남이섬은 국내 대표관광지로 자리잡았고 전국 곳곳의 주요 드라마 촬영지도 관광명소가 된지 오랩니다. 얼마전 끝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는 여름철에는 빵 매출이 떨어진다는 통설을 깨고 매출을 쑥쑥 올려 업체들을 흐뭇하게 했습니다.

sbs 제공


최근엔 책이 그렇다네요. 본지 문학담당기자가 최근에 쓴 기사를 보면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나오는 책이 요즘 날개돋힌 듯 팔린다고 합니다. 요즘 드라마 중 대세가 시크릿 가든이라고 하더니 여기에 주인공 현빈의 벽장을 장식한 책까지 없어서 못 판다는 것 보면 정말 그 힘이 대단하긴 한가봅니다.

요즘 네티즌들은 드라마 배경화면에 미세한 부분까지 캡처하기 때문에 책장을 장식한 책의 제목을 알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이중에는 최근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책도 있고 출간된 지 한참 지나 거의 잊혀진 책들이 부활한다고도 합니다. 몇 년치 나갈 시집이 며칠만에 나갈 정도로 특수를 누린다고도 하네요.

하긴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언급되거나 등장한 책이 덩달아 특수를 누리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시크릿가든의 여주인공 하지원이 출연해 큰 히트를 기록했더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일>이 있습니다. 그 드라마에서 하지원이 소지섭으로부터 그람시의 옥중수고를 건네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당시 장면 때문에 출판계에는 그람시 특수가 일었다고 하네요. 그나마 지금 시크릿가든에 나오는 책들은 시집이거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 어느 정도 친숙하거나 제목에서부터 도전해 볼 만한 느낌을 주는 책이지만 그람시는 그람시가 누구인지조차 생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인물인데다 대중서라기보다는 학술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팔려나간 걸 보면 드라마의 효과가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출판계의 관계자 이야기로는 드라마 방영 전까지만해도 하루에 팔리는 권수가 한손으로 꼽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내 이름은 김삼순>이 방영되던 당시엔 모모가 베스트셀러에 오랫동안 올라있기도 했습니다. 
한때 인기있었던 예능프로그램 느낌표에서는 매주 새로운 책을 소개했습니다. 당시 이렇게 소개됐던 책들은 대중적으로 큰 관심을 끌며 날개돋힌듯 팔려나가기도 했지요.


sbs제공




어쨌든 드라마에 소개된 책이 특수를 일으키면서 출판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드라마에 나와야 책이 팔리는 현실에 대해 씁쓸해하는 반응도 있다네요.
또 한때 느낌표가 책을 소개하는 것을 두고 독자들이 다양한 책읽기를 방해한다는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개인마다 견해가 다르다보니 그런 의견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전 굳이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영상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지 오랩니다. 혀를 차며 탄식하고 아무리 비판해본들 단시간에 책을 주류의 자리로 끌어오기는 힘듭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을 탓하기만 할 게 아니라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영상매체를 활용하자는 겁니다. 주류가 된 영상문화를 통해 책을 조명하고 책을 마케팅하는 것이 현명하고 바람직한게 아닐까요.

친구들끼리 모여 커피를 앞에 두고 드라마에 대해 수다를 떨 때는 으레 이런 식입니다. 김남주 그 초록색 핸드백 어디서 팔어? 이선준 대박이야, 가슴 떨려, 너무 좋아. .현빈 완전 귀엽지 않아? ** 아직도 발연기 그대로더라...

그런 식의 대화만 나눌게 아니라 현빈이 어제 충격받고 펼쳐보던 그 책 제목이 뭐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시 한번 읽어볼까? 뭐 이런 식의 대화도 함께 오간다면 좀 더 근사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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