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매년 가을 단풍놀이를 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저 집 주변에, 일터 주변에 나뭇잎이 물들어 변해가는 것을 보는 정도가 고작일텐데 운좋게도 생각지도 못한 단풍놀이를 하게 됐다. 



10월15~16일 이틀간 월정사 오대산에 정념스님 인터뷰를 위해 갔다. (관련 기사는 요기)


정말 아무 생각없이 일 때문에 갔는데 가고 보니 바로 이곳이 그곳이었다. 그 유명한 월정사 전나무 숲길 말이다. 뿐인가. 상원사까지 흐드러지게 단풍으로 물든 백만불짜리 산책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오대산의 화려한 단풍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주차장에서 내려 월정사로 향하면 바로 나타나는 광경



많은 사람들이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의 하나로 꼽는다. 드라마 <도깨비>에도 나왔고 화보의 배경으로도 많이 등장하는 이길은 아름드리 전나무가 양쪽에서 폭 감싸안듯이 길을 에워싸고 있어 웅장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이 좋다. 혹자는 이곳에서 맑은 기가 나온다고 하던데 그건 모르겠지만 맑은 공기에 머릿속 때가 훌훌 털어져 나가는 건 분명하다. 


우철훈 기자 촬영





월정사 경내도 단풍으로 물들었다. 선덕여왕시절 자장율사가 창건한 유서깊은 이 사찰에는 국보 팔각구층석탑이 있으며 이 탑 주위를 도는 탑돌이도 문화재다. 



2003년부터 이 사찰의 주지를 맡고 있는 정념 스님은 세상과 호흡하는 종교라는 모토로 단기출가학교, 산사문화제, 영화제 등 여러가지 행사를 이끌어 왔다. 이런 시도들이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에 불교계에서 스님을 일컫는 별명이 '히트상품 제조기'라고 한다. 왠지 스님과는 좀 안 어울리는 듯 해서 나는 불교계 트렌드 세터로 부르기로...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9㎞의 선재길 역시 아름답다. 계곡변의 아름다운 단풍, 그리고 길이 완만하고 평탄해 유모차도 다닐 정도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도 신나서 단풍놀이에 나서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월정사 입구 주차장에도 관광버스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상원사를 1Km정도 남긴 지점부터 버스가 엄청나게 주차돼 있다. 상원사로 연결되는 길은 산책로도 있고 차가 다니는 도로도 있다. 





그렇게 9Km를 평탄한 길을 따라 걸어올라오다 마지막 상원사 입구에 깔딱고개가 나타난다. 길지는 않지만 엄청나게 가파른 경사의 길이 장난아니게 뻗어 있다. 태국 방콕에 갔을 때 왓아룬의 그 아찔한 각도의 계단이 몇배는 더 길게 뻗어있는 느낌이랄까. 올라가는데 너무 힘들고 긴장해서 사진도 못 찍을 정도였다. 대신 단풍 색깔은 월정사와는 또 달리 넘나 아름다웠다. 



이 계단 길을 겨우 올라가면 앞서 설명한 그 가파른 길이 미친듯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내에 딱 도착한 순간 눈이 절로 동그랗게 떠질(하긴 눈을 동그랗게 뜨지 네모나게 뜨냐고... ㅠㅠ) 광경이 나타난다. 왼쪽편에 서 있는 나무인데 '불타는' 이라는 표현은 너무 부족하다. 천상의 선홍색이 빛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좀체 보지 못했던 채도와 색상을 자랑하는 나무가 서 있다. 공작단풍이라고 했다. 





이런 나무 보셨냐고. 

공작단풍이래서 찾아봤더니 북미가 원산지고 전국에 많이 있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 푸른 색일 때 봤으면 특별한 나무인지 어떤지 모르고 넘겼을 수도 있을텐데 이렇게 붉게 물든, 이런 모습의 나무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이거 나만 처음 보는 건가.... 했더니....





아니었다. 이 절에 들어선 등산객들이 보자마자 탄성을 지르며 나무쪽으로 다들 먼저 오신다. (부처님 서운하실지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신비롭고 화려한 공작단풍. 내년엔 꼭 직접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