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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스코프

“무인도에 갇힌다면?” 세계적인 작가들은 ‘이 책’을 선택했다

by 신사임당 2018. 7. 23.



당신이 무인도에 갇히게 된다면 가져갈 세 권의 책은? 이런 종류의 설문과 답은 가장 진부하지만 외면하기 힘든 호기심을 자극한다. 당신에게 이런 질문이 던져진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프랑스의 언론인이자 영화감독인 프랑수아 아르마네는 이 질문을 작가들에게 던졌다. 움베르토 에코, 밀란 쿤데라, 오에 겐자부로, 파트리크 쥐스킨트, 이언 매큐언 등 세계 각국의 유명작가 196명이 여기에 답변했다. 이 프로젝트는 2003년 제이 매키너니를 만나 질문한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아르마네는 자신이 몸담고 있던 <르누벨옵세르바퇴르>에서 이같은 설문을 진행했고 이후에도 답변을 받았다. 십수년간 차곡차곡 쌓은 설문의 결과물을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문학수첩)으로 엮었다. 196명의 작가들이 무인도에 갈 때 선택할 책들이 차례로 소개돼 있다. 

 

아르마네는 설문을 하며 조건을 하나 붙였다. ‘성경과 셰익스피어는 제외해 달라’는 것. 그렇다면 이 조건 하에 작가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책은 무엇일까. 조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경>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30명에 이르는 작가들은 성경을 제외해 달라는 조건을 아쉬워하거나, 그럼에도 성경을 가져가겠다고 응답했다. 미국작가 로버트 올렌 버틀러는 “성경을 17세기 영어 번역본으로 가져가겠다”면서 “성경은 인류 역사 최초의 위대한 장편소설이자 가장 무시무시한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성경>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선택된 작품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다. 23명의 작가가 이 책을 무인도에 가져가겠다고 답변했다. 그 다음은 <돈키호테>, <천일야화>, <안나 카레니나> 순이었다.  

 

몇권의 책을 고르는 대신  디킨스, 발자크, 보르헤스의 작품을 가져가겠다는 식으로 ‘편법’을 동원해 응답한 작가도 있었다. 또 <전화번호부>라고 답한 움베르토 에코나 <옥스포드 영어사전>을 가지고 가겠다는 조너선 프랜즌처럼 재미있는 답변도 나왔다. 프랑스 소설가 미셸 우엘벡은 “나는 설문조사에는 절대 답하지 않는다”는 다소 심술궂은 답변을 하기도 했다.  


다음은 여러차례 언급된 작품들과 그 이유들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프루스트)=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책을 읽어야 하지만 그 가운데 한권만을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넓은 세상과 폭넓고 다양한 인물을 포함하고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을 망라한 다른 이야기를 나는 예로 들 수 없을 것 같다./마이클 커닝햄

 <돈키호테>(세르반테스)=그 절대적인 현대성, 비옥한 상상력, 속박없는 자유와 대담함, 독자에게 전달하는 힘. 나는 언제나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느낄 것이다./타하르 벤 젤룬

 <천일야화>=관능적인 면에서 무척 에로틱하고 정치적인 면에서 매우 전복적이다. 프루스트가 이 책을 인류 최초의 진정한 소설이라 여겼으며 괴테가 머리맡에 두었던 책이었다./라시드 부제드라

 <안나카레니나>(톨스토이)=지금껏 쓰인 가장 위대한 사랑이야기 중 하나/ 제이 매키너니

 <전쟁과 평화>(톨스토이)=꼭 들어가야 한다./모니카 알리 

 <모비딕>(멜빌)=독자이자 작가로서 거쳐온 나의 여정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소설이다. 나는 이 책을 하나의 모델, 한계를 뛰어넘으라는 부름으로 여긴다. 지적, 철학적, 과학적인 면에서 탁월한 작품이다./가말 기타니 

 <로마제국쇠망사>(기번)=무엇보다 그 언어의 아름다움 때문에 계속 다시 읽는 책이다./토니 모리슨 

 <수상록>(몽테뉴)=이 책과 <돈키호테>를 끊임없이 반복해서 읽으면 어떤 독자라도 삶이 충만해지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확신이 있다./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일리아스>(호메로스)=이 서사시는 저 스스로 인간의 모든 정념과 충동을 발휘하고 그것을 연출한다./퍼시 캉프 

 <율리시스>(제임스 조이스)=내가 아무리 해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며 읽을 때마다 내게 새로운 것을 가져다 준다. /칼럼 매캔

 <오디세이아>(호메로스)=모험담의 원형 그 자체. /네딤 귀르셀

 <죄와 벌>(도스토예프스키)=인간 영혼에 관한 장대한 소설일 뿐 아니라 뛰어난 탐정소설/더글러스 케네디

 <신곡>(단테)=존재해 온 7세기 동안 셀 수 없는 독서를 낳았고 그 독서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신곡>을 끊임없이 풍요롭게 했다. /알베르토 망구엘

 <황폐한 집>(디킨스>=디킨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인데 나는 그의 소설 중 이 작품을 일부러 읽지 않고 남겨두었다. 바로 내가 무인도에 떨어질 때를 대비해서다/로디 도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