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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과 탐식

북미정상 오찬 식탁에 양저우식 볶음밥이 오른 까닭은 뭘까

by 신사임당 2018. 6. 13.



6월12일 역사적 북미정상회담. 그 감동 사이로 스멀스멀 기어나온 호기심은 으레 그렇듯 음식이었다. 두 정상의 식탁에 오른 메뉴. 의미와 상징이 집약되는 외교무대의 식탁, 그것도 정상회담의 식탁에 차려지는 음식이니 말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조화를 고려한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중 눈에 띄는게 있었다. ‘Yangzhou Fried Rice’ 즉, 양저우식 볶음밥(차오판)이다. 


양저우식 볶음밥/ 위키피디아


 

과문한 탓에 저건 무슨 볶음밥인가 싶었다. 위키에 양저우 프라이드 라이스를 쳐보니 우리가 익히 아는, 그 볶음밥이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중국집에 가면 볼 수 있는 그 볶음밥 말이다. 한국판 위키에는 양주 볶음밥으로 나온다. 

 

그럼 왜 양저우 볶음밥일까. 양저우는 중국 강소성, 즉 장쑤성의 도시다. 이곳은 옛날부터 볶음밥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무려 수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나라 양제가 대운하 건설을 한 뒤 이를 시찰하기 위해 양저우를 방문했다. 그때 양제를 수행하던 재상 월국공 양소가 자신의 집안에서 즐겨 만들어 먹었다는 볶음밥을 만들어 바쳤다. 이 볶음밥은 계란을 넣은 , 아마도 현재 볶음밥의 원형쯤 되는 모습이었을텐데 이 볶음밥을 양제가 무척 맛있게 먹었다는 것이다. 즉 양저우에서 수양제가 이 볶음밥을 먹으면서 아예 양저우에 볶음밥이 전해져 현재 중국 볶음밥의 본고장이 된 셈이다. 이 당시의 조리사 사풍이 쓴 <식경>에 이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특히 여기에서 볶음밥을 지칭하는 말로 ‘쇄금반’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부술 쇄(碎), 금 금(金), 밥 반(飯) 즉, 금을 부숴넣은 번쩍거리는 밥이라는 뜻이다. 이건 금을 넣어서가 아니라 계란을 볶아 넣었기 때문에 번쩍이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아무튼 모양도 맛도 멋지고 맛있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었다. 

 

현재와 같은 식의 조리법으로 정착된 것은 청나라 때라고 한다. 청 말기 재상이던 이홍장이 외국을 방문하던 중 수행했던 요리사에게 중국인과 서양인이 모두 좋아할만한 음식을 만들도록 한데서 비롯됐다. 재료는 새우와 파, 계란 등이 기본적으로 들어가겠지만 각종 해물과 야채, 고기 등을 다양하고 풍부한 재료를 넣어 맛을 살린다. 가뜩이나 중국 음식의 대표겪인 볶음밥 중에서도 원조격에 해당하니 말이다. 12일 오찬에 오른 양저우식 볶음밥에는 바삭하게 구운 돼지고기가 주 재료로 들어갔다(고 나온다). 

 

그럼 중국의 각 지역을 대표하는 요리가 차고도 넘치는데 왜 양저우였을까.  물론 이 양저우식 볶음밥이 대중적인 중국요리이긴 하나 양저우를 선택한 것은 아마 또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런저런 옛 뉴스를 찾아보니 양저우와 북한의 인연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양저우식 볶음밥이 선택된 것이 이런 사연 때문인지 다른 뜻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양저우는 장쩌민 전 주석의 고향인데 북한 정권과의 인연이 있다. 1991년 당시 김일성 주석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장쩌민과 난징에서 회담을 마치고 양저우를 찾았다. 양저우의 유명한 호수인 서우시후를 방문해 장 주석과 함께 유람선을 타고 관광을 하는 등 곳곳에 추억과 흔적을 남겼다. 

그래서 김정일 국방 위원장도 여러차례 양저우를 방문했다. 2011년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당시에는 그의 양저우 방문을 두고 많은 해석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베이징이 아닌 양저우로 직행했던 그의 행보를 두고 정치적 추측이 무성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 지도부가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 때문에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중국 지도부에 영향을 미치는 장쩌민 전 주석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와 함께 선친인 김일성 주석의 흔적이 많이 남은 양저우의 유적지를 찾아보는 것으로 대를 이은 중국과의 돈독한 동맹 관계를 부각시키는 효과도 노렸다는 것이다. 


한편 양저우는 우리 역사에서도 꽤 친숙하고 의미있는 무대이기도 했다. 통일신라시대 장보고의 활동 무대가 이곳이기도 했고 당대의 문장가였던 최치원이 벼슬을 살펴 <계원필경>을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최치원 기념관도 있다고 한다. 또 <동방견문록>의 마르코 폴로도 이곳에 머물면서 정부 관리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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