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내 생에 가장 빛나는 선택.’

호기심을 끄는 문구를 따라 눈길이 쏠린 곳은 바로 그 아래 큼직하게 쓰인 단어다. ‘출가’. 맞다. 속칭 머리 깎고 산에 들어간다고 할 때의 그 출가다. 그리고는 인상 좋은 두 분의 스님이 활짝 웃으며 손을 내민다. 스님들의 미소는 어깨를 내리누르는 무거운 짐과 고민을 덜어줄 것처럼 밝고 환하다.

이는 조계종에서 최근 내놓은 출가자 모집 광고다. 스님을 모집하는 이 생경한 광고는 소셜미디어에서도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재미있고 참신하다거나 ‘출가하고 싶은 유혹이 느껴졌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부터 ‘스님을 모집하는 것이 특이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럴 만도 하다. 스님 모집을 공고한 것은 조계종 역사상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모집기간은 내년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이며, 모집대상은 만 13세부터 50세 이하다. 특별한 요구자격은 없다. 그저 대자유인의 삶을 꿈꾸는 자면 누구나 가능하다.

조계종이 이 같은 광고를 내게 된 것은 최근 몇 년새 출가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물론 출가자가 줄어드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성직자가 줄어드는 것은 불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도 비슷하게 안고 있는 고민이다. 하지만 불교의 경우 그 숫자가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데 위기감이 있다.

그동안 불교계의 연간 출가자는 평균 500명 선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150명으로까지 줄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300명대, 2010년 들어 200명대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엔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던 150명에 이르렀다. 이대로라면 내년 초에는 120명으로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조계종 내부에서는 광고를 두고 찬반 논란이 거셌다. 수행자를 어떻게 일반 직업인처럼 모집할 수 있느냐는 반발이 만만찮았으나 이대로 가면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이 더 강했다. 특히 조계종은 지난해를 ‘출가 진흥 원년의 해’로 삼고 다양한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각계 인사를 대상으로 강연과 공연, 각종 이벤트를 결합한 출가 콘서트를 열었으며, 출가 홍보 포스터도 제작했다. 이 같은 활동이 무색하게 출가자가 더 줄어들면서 더 이상 기다리거나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결국 모집광고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조계종에 등록된 스님은 1만3000명 정도다. 이 중 3분의 1가량인 4000여명이 60대 이상일 만큼 고령화도 심각하다. 종단에서는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일반 사찰의 주지도 70대 노승들이 맡아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사찰의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주지는 보통 40~50대 스님이 맡고 있다.

조계종은 출가 희망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다양한 혜택도 내놓았다. 출가 후에 필요한 주거나 의료, 교육과 함께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도 제공키로 했다. 또 청년출가자(20세 이상)에게는 대학등록금 면제, 소년출가자(13~19세)에게는 행자교육 면제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통상적으로 출가의 과정은 집을 떠나 사찰을 찾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찰에 가서 행자로 등록하고 스님이 되기 위한 수행과 기초교육을 받는다. 예전에는 행자로 수련하는 기간이 3년씩 걸리기도 했으나 현재는 6개월 정도로 줄어들었다. 행자 교육기관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개별 사찰을 찾아 등록한 행자들은 각 사찰에서 훈련을 받는다. 체계적인 교육 매뉴얼보다는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관습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교육보다는 노동이 중심이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 불교계의 이야기다. 출가를 결심하고 행자생활을 하다가도 중도 탈락하는 확률이 20~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자생활을 마치고 나면 사미계를 받고 본격적인 출가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사미계를 받으면 법명을 받고 스님이 되지만 아직까지는 ‘예비 스님’이다. 사미계를 받은 뒤 4년간의 교육과정을 거치고 구족계를 받아야 소위 말하는 ‘정식 스님’이 된다. 사미계를 받은 남녀 승려를 각기 사미·사미니라 부르고, 구족계를 받은 승려를 비구·비구니라 부른다.

출가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일고 있는 종교에 대한 불신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할 것 없이 사회적인 위상과 신뢰도는 하락하는 추세다. 내부적인 병폐와 모순이 외부로 불거지고 터져나오면서 정신적 귀감이 되어야 할 종교가 시대에 발맞추기는커녕 오히려 퇴행하며 적폐의 온상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 초 통계청이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불교 인구는 10년 전과 비교해 300만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교계에 충격을 안겼다. 게다가 올해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불교계는 내내 적폐청산 논란에 휩싸였다. 종교계 내부의 문제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로까지 확산됐다 .

이 때문에 교계 안팎에서는 근본적인 개혁이 있지 않고는 현재 불교가 닥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교원대 윤리교육학과 박병기 교수는 “현재 불교계의 위기는 소수 스님들의 책임이 아니라 물질 중심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승가와 신도가 함께 성찰하며 대안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승가의 강도 높은 개혁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로부터 평등을 중요한 가치로 삼아 왔던 것이 승가 공동체인데 우리 불교계에 뿌리 깊은 권위주의, 남녀차별은 오히려 스님들의 환속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승가 공동체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공동체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있어야 신뢰와 권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진광 스님은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해 있지만 오히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출가자 모집광고와 같은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이것 역시 변화를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상설 행자 교육원, 출가자를 위한 대안학교 설립과 같은 실천적 방안뿐 아니라 시대를 이끌 만한 승가 내의 엘리트 양성방안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