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지난 성탄절 예배에 참석해 들은 설교는 마음에 와서 콕 박혔다.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새로운 깨달음을 가져다줬기 때문에 다시 한번 곱씹으며 나누고 싶다.

 

세상의 모든 종교는 평화를 지향한다. 종교 대로만 하면 다들 행복하고 화목하고 즐거운 세상이 될 법한데 세상이 어디 그런가. 게다가  종교가 붙은 곳엔 어김없이 전쟁과 반목, 갈등이 따른다. 인류의 역사에서 이념 때문에 전쟁이 벌어졌던 20세기의 일부 기간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종교전쟁이었다.  

 

최근 몇년 우리 사회를 봐도 그렇다. 진보 보수니 하며 쪼개졌던 사회 공동체의 갈등과 분열을 고착화하고 확장시키는 역할은 이념이 아닌 종교가 맡았다. 그것도 극우보수개신교가 선봉에 섰다.

 

분열과 파괴. 이 앞에 종교가 서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닌 것 같다. 지난 성탄을 즈음해서 세계 각지에서 전해진 소식들 중에서도 소름 끼치고 안타까운 것들은 다들 종교갈등이 원인이 됐다.

 

왜 종교가 있는 곳에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고 강해지는걸까. 목사님은 설교를 통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신에 대한 수직적 충성도가 강할수록 세상은 폭력적이 된다는 것이었다. 즉, 그런 수직적 충성도에 기반한 신앙심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모인 곳은 사랑과 평화가 아닌, 분열과 폭력만이 난무한 곳이 된다는 것이다.

 

정말 맞는 말씀이다. 근본주의 신앙이라고 하는 것 역시 신에 대한 수직적 충성도가 극대화된 형태다. 그 신앙이 강할수록 내 이웃에 대한 폭력성이 강화되고 내가 속한 공동체를 파괴하게 된다. 신과 나의 관계에 대한 자기 확신이 강해질수록 그 신앙을 바탕으로 나오는 행동은 더 과격해지며, 그 폭력성은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성전'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져 온, 치러지고 있는 전쟁들이 그러했고, 타 종교의 성물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행위들, 자기와 같은 신앙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가 배척과 탄압의 정당성이 되는 그런 현상들이 다 이해된다.

 

극대화된 수직적 충성심. 그건 하나님이, 신이 원하시는 걸까. 목사님은  누가복음 2장 14절의 말씀에 그 답이 있다고 하신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

즉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것, 그것은 이웃을 향한 폭력성이 아니라 이웃들과의 평화라는 것이다. 또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것은 내가 낮아짐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목사님은 한 사례를 들었다. 예전에 있던 교회에 새벽기도를 하루도 빼지 않고 열심히 다니는 권사님 이야기였다. 그 분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같이 일찍 나와 기도를 했다. 그 분에겐 그 시간이 하나님과 만나는 시간이자 신앙인으로서의 삶의 근간이었다. 거기까지면 좋다. 그런데 그 분은 매일 수첩을 들고 오늘은 어떤 장로님이 새벽기도에 빠졌는지, 어떤 집사님이 지각을 했는지 체크하면서 매번 그들에게 신앙생활 똑바로 하라고 잔소리를 해댔다는 것이다. 그분의 신앙에서 수직적 충성도가 다른 신도들에 대한 폭력성으로 나타난 셈이다. 실제로 그간의 교회 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이런 분들 정말 많다. 나 뿐 아니라 교회 다니는 분들 중에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마도 누군가 떠오르는 분들이 꽤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특정한 대상을 향한 내 충성과 내 집중도가 폭력적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는 이외에도 있다. 대표적으로 자녀에 대한 마음이다. 아이의 미래를 걱정해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해서 많은 부모들은 여러가지를 쏟아 붓는다. 이 공부도 시켜야 하고 저런 기술도 가르쳐야 하고 남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아니 그들을 앞서기 위해 더 많은 것을 물려주려 애쓴다. 아이가 다 받아들여주면 좋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럼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 잔소리를 하고 압박하고 강요하고 주입한다. 다 너를 위해서, 너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인생 살아보면 다 필요하기 때문에, 너 잘되라고.... 이런 마음이 자녀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폭력성을 정당화하고 내가 희생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특정한 대상에 대한 충성심과 사랑은 보통 나 자신에게서 출발한다. 내가 이렇게 사랑하니까, 내가 이렇게 열정을 쏟으니까, 내가 이만큼 헌신하니까... 상대를 위한다지만 정작 자기에게서 출발하는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만족적 충성심은 대상과의 관계를 깨고 나도 힘들게 만든다. 그런 헌신은 정작 그 대상이 원하지 않는 행동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비단 신과의 관계 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