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일반적으로 ‘머리를 깎는다’는 것은 출가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삭발은 스님이라는 존재의 정체성이자 본질적인 특성이다.

산사에 주석하는 스님들은 삭발하는 날이 정해져 있다. 매달 보름과 그믐, 한 달에 2차례씩 삭발을 한다. 스님들이 삭발을 하는 날 반드시 밥상에 오르는 음식이 있다. 찰밥이다. 대다수 사찰은 삭발식을 할 때 찰밥을 특별식으로 낸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최소영 행정관은 “머리를 깎으면 기가 위로 모인다고 해서 기를 내리는 찰밥을 주로 먹었다”면서 “이와 함께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두부전과 미역국, 김 등을 함께 먹는다”고 설명했다. 최 행정관은 또 “이처럼 영양을 보충하는 것을 가리켜 스님들은 ‘골맨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사찰별로 영양을 보충하는 음식을 형편에 따라 먹게 마련이지만 찰밥은 필수, 두부도 웬만하면 빠지지 않는 반찬이 된다. 해인사의 두부반찬은 ‘두부갈비’로 알려져 있다.

불교에서 머리카락은 번뇌나 잡념을 의미하므로 삭발하는 것은 속세의 찌꺼기를 씻어내고 잡념을 없앤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삭발은 또 무소유와 평등함을 상징한다. 중앙승가대학 교수인 자현 스님은 <스님의 비밀>에서 “그 어떠한 것에도 의존하지 않는 독립인의 위상이 삭발이라는 의미에 내포돼 있고 신분에 대한 평등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고 썼다. 인도에서는 신분이 높을수록 머리를 높게 묶는 풍습이 있는데 삭발을 하면 이러한 신분의 차이가 무력화되는 것이다. 즉 삭발은 신분을 초월한 원점에서 수행과 헌신의 가치만을 기준으로 삼는 불교적인 관점을 잘 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교는 전파된 지역의 문화와 상황에 따라 형식적인 부분이 바뀌면서 뿌리내렸다. 초기 불교의 의식주와 현재 각 지역별로 자리 잡은 불교의 의식주를 살폈을 때 다른 부분들이 많다. 스님들이 입는 옷인 가사나 밥그릇인 발우도 인도의 원형과는 달리 지역별로 변형됐다. 그런데 초기부터 지금까지 양보되지 않는 전통이 삭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