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유교적 관례에 따르면 제사나 차례상에 반드시 올려야 한다거나 올려서는 안되는 것으로 규정된 과일은 없다. 그런데 복숭아는 대체로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중국에서 유래한 도교적 풍습 때문이다. 도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국내에서 제도적으로 발전하는 대신 무속신앙 등 전통 민속신앙에 녹아들었다.

도교에서 복숭아는 불사, 장수의 상징이었다. 이 때문에 죽은 조상을 부르는 상차림에 복숭아가 놓여 있다는 것은 조상신에게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복숭아의 힘이 무서운 조상신으로서는 음식과 술이 차려진 제사상에 접근할 수조차 없다. 아예 제사상을 차리지 않으면 모를까,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는 셈이다. 민간신앙에서도 복숭아 나무는 악귀나 재앙을 쫓는데 사용했다. 무당이 푸닥거리 등을 하며 무언가를 내려칠 때 사용하는 것이 복숭아나무 가지다. 영화나 드라마에는 귀신 들린 사람을 복숭아나무 가지로 때리면서 악귀를 내쫓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도교가 뿌리내린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복숭아나무를 주술적 나무로 신성시했고 복숭아를 불로장생의 선과로 여겼다. 신선이 되기 위해 먹는 중요한 음식도 복숭아였다.
도교에서 받드는 신 중 가장 널리 숭배받는 신은 옥황상제다. 옥황상제의 부인인 서왕모가 갖고 있던 복숭아 밭에서 복숭아를 훔쳐 먹은 손오공은 불사신이 됐다. 또 ‘삼천갑자 동방삭’ 전설로 잘 알려진 동방삭이 신선이 된 것도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었기 때문이다. 1갑자가 60년이므로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것은 18만년을 살았다는 이야기다.

복숭아는 동양에서만 신성하게 여겨졌던 것이 아니다. 서양에서도 귀한 과일로 대접받았다. 역사학자 정기문은 <식사>에서 “하늘 가까이 있는 과일은 좋은 것으로 여겨져 귀족들의 음식이 되었다. 특히 복숭아는 최고로 평가되었던 것 같다. 귀족들은 정원에 있는 복숭아를 지키기 위해 경비병을 세우거나 덫을 놓았다. 간혹 흑심을 품은 농민들이 복숭아를 훔쳐 먹다가 들켜서 실컷 두들겨 맞기도 했다”고 썼다.
한편 복숭아는 모양과 색깔 때문에 성적 은유로 사용돼 왔다. 도화살, 도색잡지 따위의 단어에 나오는 ‘도’자는 복숭아를 의미하는 ‘도(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