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11일 새벽부터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의 홈쇼핑 소식이 화제가 됐습니다.
앨범을 홈쇼핑으로 판매하고 방송에 나와 음악을 들려준다는 기발한 시도. 결과는 대 성공이었습니다.
40분으로 예정된 방송 9분만에 매진이 됐으니까요. 루시드폴 완판남 등극. 패셔니스타에게나 어울릴법한 수식어가 한밤의 온라인을 달궜습니다.

 

 

이날 새벽 1시30분 쯤 현장을 찾았습니다.
리허설이 진행중인 CJ오쇼핑 스튜디오.

루시드폴이 기타를 퉁기고 유희열이 우스꽝스러운 팻말을 든채 장난끼 넘치는 표정으로 앉아 있고 정재형은 한쪽에서 손가락 연습할 때 치는 하논을 치고 있고, 페퍼톤스 신재평과 이장원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이진아와 정승환이 쉴 새 없이 귤을 까먹고 말이죠.
이 무슨 초현실적인 장면인지...

 

방송 시작 전 리허설 장면입니다

 

 

초현실적인 모습이긴 해요. ㅎㅎ

 

 

 

처음으로 시도되는 컴백 생방송이죠. CJ오쇼핑이라는 홈쇼핑 채널을 통해 앨범과 귤을 함께 파는 시도 귀여운 귤 모자, 아니 탈을 쓰고 있던 루시드폴은 요 전날 낮 1시부터 12시간 넘게 준비와 리허설을 했습니다. 안테나 뮤직 소속의 다른 가수들도 오후 9시부터 모여 사상 초유의 홈쇼핑 새벽 생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약간은 그런 마음도 있었다고 해요. 다 안팔리면 어떡하나, 새롭고 획기적인 시도를 했는데 다 안팔렸을 때의 그 상처는 어떻게 감내해야 할까.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유희열과 루시드폴, 그리고 방송을 진행하던 쇼호스트는 매진 자막이 뜨자 함께 손을 잡고 만세삼창을 했습니다.

 

 

 

 

쇼호스트 = 홈쇼핑에서 신곡 발표하는 이유가 있나요?
루시드폴 =음악만 담은게 아니라 책도 썼고, 내가 재배한 귤도 전달해 드리고 싶었어요. 그러기엔 홈쇼핑이 가장 좋은 채널이라고 생각되어서요. 시각청각미각을 패키지로 한거죠.
쇼호스트=1000세트 한정판으로 준비한건 루시드폴의 귤 농장이 크지 않아서입니다. 농약을 치진 않았지만 유기농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유기농 인증을 받지 않아서. 홈쇼핑은 검증된 것만 말해야 하거든요.

 

 

 

 

 

 

 

방송중 정말 깜짝 놀랐던 것은 가수 김동률과의 전화연결이었습니다.
김동률은 루시드폴의 오랜 팬이라며, 그의 아름다운 노랫말 때문에 자신이 계속 가사를 써야 하는지 고민해 왔다고 할 정도라고 했습니다. 쇼호스트와 유희열은 김동률의 목소리가 정말 좋다면서, 가수해도 되겠다는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심지어 ‘기억의 습작’을 불러보면 잘 어울리겠다고 종용하는데 순간 전화선을 통해 전해지는 망설이는 김동률의 목소리. 그리고 이내 ‘이젠~’하고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스튜디오는 초토화가 됐습니다.
통화 마지막 부분에 케이팝스타에 나가서 테스트를 받아보라는, 안테나뮤직에서 오디션을 받아보라는  출연자들에게 김동률씨는 그렇게 말하죠. 거긴 노래 잘하는 쟁쟁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정말 보컬을 많이 본다며 고사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다시 이 대목에서 폭소가 터졌습니다. 안테나뮤직 소속 뮤지션들의 음악성과 별개로 가창력은 확연히 떨어지는 기획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타 공인하는 사실이죠. 소속 가수들은 자학개그와 셀프 디스의 소재로, 다른 가수들 역시 개그와 유머의 소재로 삼습니다. 2010년 안테나 뮤직이 개최했던 <보컬경연대회> 역시 이같은 바탕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가요계에 화제가 됐고 성황리에 열릴 수 있었습니다.

 

 

유희열과 루시드폴은 유재하가요제 출신인데 1992년 대상수상자가 유희열, 93년 동상 수상자가 루시드폴입니다. 쇼호스트가 대상과 동상의 차이에 대해 묻자 유희열은 “가창력이 차이가 난다”면서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능청스럽게 대답하죠. 사실 루시드폴의 노래를 처음 들을 땐 적응이 안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어요. <나는 가수다>와 같은 폭발적인 성량의 가창력을 기대하시는 분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특히 남자분들이라면 더더욱. 심지어 공연장에 왔다가 ‘저게 노래하는거냐 읊조리는거냐’면서 여자친구랑 다투고 나온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어떤 꾸밈도 없이 기타에 목소리만 더해진 노래. 요즘 어떤 음원을 듣더라도, 어떤 공연장에 가더라도 이렇게 단촐한 구성은 찾기 힘든데 그의 노래의 힘은 가슴에 박혀드는 노랫말에 있습니다. 일단 한번 음미해보시라니까요.

 

뇌섹남에 출연하며 연예인이 다 되신 페퍼톤스 이장원씨의 상담평도 재미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새콤달콤한 상당사로 자신을 소개한 그는 상담전화로 들어온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상담이 필요없는 방송내용이었지만 굳이 전화를 거신 분들은 이 재미있는 이벤트에 동참해 즐기고픈 많은 팬들이었을 겁니다. 아니고서야 ■정말 귤이 단가요? ■반품이 되나요? ■귤에다 음악을 끼워 파는 건가요 음악에 귤을 끼워 파는 건가요 하는 질문이 나올리는 없겠죠.

이번 앨범에는 루시드폴이 쓴 동화책도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해 제주에 정착한 그는 동네 초등학교에 가서 일주일에 한번씩 책 읽어주는 일을 했다는데 그 아이들을 위해 쓰고 싶었던 글을 모은 것이라고 합니다.

 

요 위의 엉성한 사진들은 제가 찍은 것이고요 이건 안테나 뮤직에서 제공한겁니다.

 

방송이 끝난 뒤 유희열씨를 잠시 만났습니다.
이 아이디어의 기획자이기도 하고 안테나뮤직의 공동대표이기도 합니다.

음악이 생활인 루시드폴이기에 가능했던 기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앨범만 있었다면 이런 기획은 나올 수 없었지만 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기획이라고 덧붙였죠. 원래는 귤을 팬들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다 앨범과 함께 패키지로 팔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이죠. 그렇다면 홈쇼핑이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 방송에선 1명이 나와 40분 가까이 자기 상품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음악을 이야기하고 곡도 들려줄 수 있고요. 그런데 일반 방송에선 음악이야기와 라이브를 온전히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스케치북을 제외하고는 없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더 집중될 수 있는 홈쇼핑을 선택했어요. 어떤 매체든간에 독립적이고 집중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요. 원래는 재미있게 해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한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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