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경향신문 2015년 10월23일자

 

 

 뮤지션 하림(39)의 이름에서 ‘노마디즘’(유목주의)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산업화된 음악계에서 관행과 관성을 따르는 대신 그는 자신의 음악적 직관에 몸을 맡겨왔다. 지난 10년간 그는 유럽과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각지를 돌며 현지의 악기와 음악에 빠져 있었다. 국내에 머무르는 때에도 산골을 찾아다니며 현지 아이들, 주민들과 어울려 음악회를 열었고 시인이나 작가, 화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동료들과 무대에 서고 전시회를 열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악기를 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재능과 음악적 호기심은 다른 뮤지션들의 앨범에서 실험적으로 발현되기도 했다. 월드뮤직과 오케스트라를 결합시킨 음악극 <집시 테이블>, 30년대 희극적 대중가요인 만요를 재현한 <천변살롱> 등도 그가 주도한 결과물들이다.
 그가 이번엔 음악 인형극을 선보인다. 오브제 마임과 샌드아트, 그림자극까지 결합된 <해지는 아프리카>다. 23일부터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극장에서 한달간 열린다. 배우들이 무대 중앙에서 연기를 하면 그는 무대 한켠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한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받았던 영감으로 만든 노래들로 꾸몄다.
 “히트곡을 부르고 간간이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구성되는 콘서트는 싫었어요. 가수는 음악을 도구로 하는 스토리텔러이지만 정작 그럴 기회는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음악극인데 몇년전 봤던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계기가 됐죠.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가 이어지는 음악극이었는데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아프리카를 주제로 택한 것은 그가 최근 몇년간 가져온 판타지의 대상이어서다. 기아와 분쟁, 가난 등 온갖 부정적 이미지와 편견을 안고 도착한 그곳에서 그는 석양을 바라보며 한참 눈물을 흘렸다. 죽어가면서도 노래를 부르고 비참한 환경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곳 사람들의 삶에서 바닥을 치고 오르는 에너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평소 다져왔던 ‘주변과 함께 행복하게 살자’는 삶의 방향성은 더 확고해졌다. 그 에너지에 기대서 살고 싶어졌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기타를 보내주는 프로젝트 ‘기타 포 아프리카’를 시작한 것도 그곳에서 받은 영감을 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공연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출국’ 등의 히트곡으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여전히 그의 앨범을 기다린다. 데뷔 15년차인 그는 2장의 정규 앨범만을 냈다. 두번째 앨범을 낸 건 10년도 넘었다.
 “엊그제도 길이(리쌍의 멤버)를 만났는데 저더러 앨범 언제 낼거냐고 물어봐요. 안 내겠다는건 아녜요. 항상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앨범을 언제 내는가가 아니라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가’ 하는 초심이더라고요.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경쟁, 자본의 가치만 판치는 이 세상을 예술의 힘이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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