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신서유기>.

네이버를 통해 방송되는 인터넷 예능이죠.

나영석 PD의 새로운 실험작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현재까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순항중입니다.

<1박2일>부터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에 이어  <신서유기>까지

나PD표 예능은 예리한 편집과 섬세한 자막이 재미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음악이 뒷받침하고 있죠.

리얼 막장 모험 활극이라는 요란벅적한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도

의외로 클래식 음악이 재미있는 효과를 내며 쓰이고 있습니다.
 

2화에서 2분31초부터 시작하는 장면,

그러니까 손오공의 머리에 씌울 금고아를 소개하는 장면 생각나시죠.
 

그리고 3화에서 3분45초 지점부터 드래곤 볼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두 장면에서 ‘뿜어져’ 나온 경쾌하고 시원한 음악을 혹시 기억하시는지.
 

기억안나면 요 링크 클릭해서 들어보시면 ‘아~’ 하실겁니다.


 

뭔가가 확 하고 뿜어져 나오는 듯한, ‘뙇!!’하고 나타나는,

특정 대상에 집중하게 만드는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 이 음악은 멘델스존의 작품입니다.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1악장. 제목은 ‘이탈리아’입니다.

이탈리아가 워낙 화창하고 기후가 좋다보니

여행길에 오른 멘델스존이 이탈리아의 화려한 날씨에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라고 해요.

밝고 경쾌하고 세상 걱정 없는 마음으로 쓸 수 있는 티없이 맑은 곡이지용. 

 

멘델스존은 결혼식에서 마지막에 신랑 신부가 걸어나올 때 팡파레처럼 울려퍼지는 ‘축혼행진곡’을 쓴 작곡가로 유명합니당.

세상이 마냥 행복하고 아름답고, 그래서 남을 축복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여유로운 음악이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가 남긴 작품 상당수가 그렇습니다.

 

실제로 그는 많은 음악가들 중에 드물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음악가입니다.

우리가 아는 음악가들은 보통 가난과 고독, 질병 등과 싸우며

마음 가득한 고뇌와 고통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멘델스존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죠.

유태인 은행가 가문에서 태어난 그가 어릴 때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이자

그의 부모는 당대의 유명 예술인들을 과외선생으로 붙여 줍니다.

최고의 강사들에게 빵빵한 사교육을 받은 셈이죠.

이리저리 엮어서 함께 연주회를 가졌고

각종 사교 모임을 통해 유명인사들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인맥을 쌓았다고 하네요.

아버지가 생일선물로 아들을 위한 악단을 만들어주었으니까요.

자신이 작곡한 곡으로 집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다는 그 스케일..

후덜덜하죠.

하긴 어린 시절의 그를 본 대문호 괴테가 그의 천재성을 칭찬했다고 하는데

어린 시절부터 괴테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니 말 다했겠죠.
아마 지금으로 친다면 바이올린은 정경화에게,

피아노는 백건우에게 배우고

작가 황석영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시추에이션 아니었을까요.

랩 배우고 싶다면 지코에게, 춤은 엑소 카이에게 배우고 함께 공연하는..
 

 

   12살때 멘델스존 초상화라는데  귀티나는 부잣집 도련님 같죠.. 출처는 위키.

 

 

비단 음악 뿐 아니라 문학, 미술, 철학 등 각 분야의 명사를 만나며 다방면에 깊은 소양을 쌓았던,

엄친아 중의 엄친아였습니다.

당연히 이런 그에 대해 시기 질투도 있었겠죠.

그의 음악을 두고 세상 좋은 것, 밝고 즐거운 것만 알았지

인생의 고뇌나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폄훼도 많았으니까요.

 

 

위키에 있는 사진입니다. 많은 클래식 책에도 이 초상화가 나와 있습니다.

 

 

 

음악적인 재능 외에 그의 업적 중 높이 평가할만한 것은

바로 바흐를 세상에 알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흐는 살았던 당대에 교회음악에서 이름을 알리기는 했으나

지금과 같은 음악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흐가 남긴 대위법 등은 당대 작곡가들이 공부해야 할 이론적 토대였고 과제이긴 했지만

음악가로서의 바흐에 대한 주목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멘델스존이 활동하던 당시 바흐는 거의 잊혀진 존재였다고 하네요.

여기에 바흐는 독일 개신교 음악 전통을 확립했는데

18세기 후반 이후 교회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도 그 원인이 될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잊혀졌던 바흐의 음악은 멘델스존이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발굴해 연주하면서 재발견됐고 부활했습니다.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독일에서 발행된 우표입니다/출처는 위키

 

뛰어난 재능과 좋은 집안, 높은 음악적 성취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삶이었지만

그는 고작 38세에 세상을 떠납니다.

그를 이야기할 때 누나 파니를 빼놓을 수 없는데,

4살 위인 파니는 평생 음악적 동료이자 멘토, 영혼의 친구였다고 합니다.

역시나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던 그의 누나는

당시 상류사회 여성으로 조신하게 시집가서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제약조건 때문에

전혀 사회적 활동을 못한 날개꺾인 새로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피아노 소품과 가곡을 작곡했다고 하죠.

천재적 재능을 지닌 누나의 존재 때문에 멘델스존이 남긴 상당수의 작품은 누나가 썼다는,

즉 누나가 유령 작곡가였다는 스캔들이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진실은 명확하지 않지만 그런 누나가 멘델스존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는 존재였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누나 파니는 4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는데,

누나를 그리워하며 시름시름 앓던 멘델스존은  6개월 뒤인 같은 해 저세상으로 떠나고 맙니다.

사이가 아무리 좋았다해도 어쩌면 이 정도일 수 있는지...

아, 물론 멘델스존은 아름다운 부인과 사랑스러운 자식들을 둔 행복한 가정의 가장이었습니다.

보기 드문 놀라운 우애가 음악만큼이나 아름답다고 밖에는 할 수 없네요.

 

 

이 두개의 초상화 중 누가 파니일까요.

위의 초상화가 멘델스존의 누나 파니,

아래는 멘델스존의 부인 세실입니다./출처는 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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