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싱어송라이터 이승열(45). 국내 가요계 지형에서 그의 좌표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그가 구축하는 세계는 뚜렷하다. 음악을 생산하고 구현하는 그의 이름은 예술적 순수성을 의미하는 브랜드가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그와 같은 음악이 양산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지 않다.
 이승열이 2년만에 다섯번째 솔로 앨범 <SYX>를 냈다. 각각 3~4분 정도인 9개의 수록곡엔 변함없는 그의 음악적 갈증과 탐구심이 스며있다. 숨은 감각까지 꿰뚫는 듯한 위력, 한없이 보듬고 싶은 먹먹함이 공존하는 그의 목소리는 세상의 흐름에 아랑곳 않는 그의 세계를 노래한다.
 베트남 전통 음악과 록을 결합시켰던 전작 <V>에서 라이브공연장의 현장감과 공간감을 극대화시키는데 주력했다면 이번 앨범에서 그는 전혀 다른 방식을 택했다. 10평 남짓한 집 녹음실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녹음하고 믹싱작업을 했다. 베이스와 기타, 건반을 혼자서 직접 연주했고 컴퓨터 악기로 다른 소리를 만들었다. 그는 “외부의 영향을 최소화한 채 내 마음대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면서 “10년간 솔로 앨범을 내 오면서 쌓였던 생각”이라고 답했다.

 

 

 

 앨범 제목 SYX는 자신의 이름 이니셜에 X를 붙여 놓은 것으로, 데모파일을 담아 놓는 컴퓨터 폴더명이다. 이 폴더에 모아 놓은 곡들이 이번 앨범의 뼈대가 됐고 자연히 앨범 이름도 그대로 따랐다.
 9곡 중 2곡은 세월호에 대해 말하고 있다. 파편처럼 흩어지는 드럼 사운드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끄는 ‘어 레터 프롬’은 앨범 녹음 막바지에야 가사가 나올 만큼 오랫동안 절박한 되새김의 과정을 겪었다. ‘그날 이후 다른 우주/참던 숨을 쉴 수 있는/기적 같은 바다여’. 눅진한 블루스록에 한국식 타령을 섞은 ‘컴백’은 ‘크레이지, 마더 퍼킹 크레이지’만을 반복적으로 외친다. 그의 말마따나 “무슨 말이 더 필요했을까”.
 장르적으로 록과 일렉트로닉이라는 기본 구조 위에 그는 발라드와 신스팝, 하드록, 블루스, 댄스 등을 짜임새 있게 교차시켜 엮어냈다. 첫번째 트랙 ‘어선더’는 옭죄는 듯한 신디사이저가 반복적인 긴장감을 준다. 친근하고 달콤한 ‘아모르 이탈리아노’는 그의 설명을 빌자면 “유러피안 뽕 팝 스타일”이다. 깜짝 선물같은 그의 ‘팔세토’ 창법이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필 유어 바디 무브’, 혼돈 속에 황홀한 여운을 남기는 ‘러브 포 세일’ 등 수록곡 하나하나마다 40대 중반을 넘겨서도 여전히 보존돼 있는 20대적 열정이 살아 있다. 세월의 관성이 통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에게선 “그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답변이 돌아온다.
 “음악하는 사람이 음악적 탐구심 외에 앞세울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머릿속에 음악이 없거나 가진 게 너무 많거나 둘 중 하나겠죠.”
 그는 모던록 밴드 유앤미블루 시절부터 현재까지 평단과 마니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왔다. 세간의 평을 빌어온다면 모던록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뮤지션으로 지칭되지만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정규 앨범 보다는 드라마 <미생>에서 주제곡으로 사용됐던 ‘날아’가 오히려 그의 목소리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세상에 나오는 모든 음악을 모든 사람이 이해할 필요는 없지요. 내 음악 역시 모든 사람이 이해할 필요는 없어요. 이해 못한다고 화낼 필요도 없고요. 대중적으로 먹히는 음악이라면 한가지 형태의 음악 밖에 나올 수 없는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점에서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소리와 분노>를 통해 제 작업에 큰 자극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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