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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크

연도별 기억할만한 역주행 노래들

by 신사임당 2015. 6. 30.

 

가요계에서 역주행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아마도 2009년부터인 것 같습니다.

음원차트로 시장이 재편되고

신곡들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1위를 차지하는 곡들이라고 해도 1주일 이상,

상위권 차트에 1달 이상 머무르기 힘들어졌지요.

그래서 순위가 떨어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순위가 오른다는 의미로

'역주행'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성적도 주식시세도 오르락내리락 하게 마련인데

음원차트라고 예외겠습니까.

 

 

 

 

발표된 뒤 1등 했다가 1주일만에 5등하고 2주만에 10등 했다가

다시 조금씩 올라가는 식의 역주행이라는 표현들은 일반적으로 나왔지만

다소 놀랍고 황당한 역주행이 나타난 것은

2013년 봄 벚꽃엔딩이 기적처럼 차트에 모습을 드러낸 사건이지요.

차트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마 이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2011년 <나가수>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프로그램상에서 인기를 얻었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같은 곡이

발표된 지 수십년만에 다시 올라갔던 것은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매개를 통해 환기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만

벚꽃엔딩은 말그대로 봄이 되고 새싹이 돋아나면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벚꽃엔딩이 계절과 함께 되살아나는 전통을 만들면서

올해는 하이포와 아이유가 불렀던 '봄 사랑 벚꽃말고'가 새생명을 얻었습니다.

 

예능을 통해 다시 주목받으면서 노래가 생명을 얻는 것은

앞서 말했던 <나가수>의 '바람이 분다' 같은 사례가 있습니다.

역시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임재범씨의 '너를 위해'는

이 덕분에 음악방송 1위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2013년 최고의 역주행이 '벚꽃엔딩'이라면

지난해 최고의 역주행은 EXID의 '위 아래'일 것입니다.

이 곡은 SNS를 통해 되살아났습니다.

발표 당시 고만고만한 댄스곡으로 묻혀서 이내 가시권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3개월 뒤 뙇!!!

음악방송, 음원차트를 휩쓸면서 승승장구하는 곡이 됐지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실겁니다. 

멤버 하니의 직캠이 한 팬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되면서 

급속히 불이 붙은겁니다. 

이후의 EXID 활동이 어떠했는지는 아실겁니다.

이들 덕분에 '강제 컴백'이라는 말이 생겼죠.

통상 곡을 발표한 뒤 한달 남짓 활동기간을 잡습니다.

각종 방송과 음악프로그램, 예능, 인터뷰 등에 집중하면서

곡을 알립니다.

잘 되면 뜨는 거고 잘 안되면 힘든 시간들을 보내는 셈인건데

보통은 한달 가량 활동기간을 마치면 다음 컴백까지는 휴지기를 갖습니다.

물론 행사와 개별 멤버들의 활동은 이어지지만

발표한 곡과 그 컨셉트로 대중앞에 서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일정한 시기를 두고 컴백과 활동 마무리를 하는 식의 개념은

제가 알기론, 서태지와 아이들 때 그 원형이 생긴 것으로...

살짝 헤깔리는데 정확히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EXID는 초유의 '강제 컴백'을 하고 맙니다.

어마어마한 SNS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죠.   

 

올해는 역주행으로 화제가 된 대표적 사례가 백아연일겁니다.

앞부분에 시간이 지나면서 차트 성적이 좋아지는 것이 역주행이라고 했는데

그것도 처음 발표됐을 때 어느 정도 상위권에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10위로 데뷔해서 조금씩 올라간다거나

혹은 1, 2위를 다투다가 떨어졌으나 다시 올라간다는 식의 역주행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백아연과 같은 사례도 아마 처음 생긴 것 같습니다.

발표당일 30위권 밖에 있던 이곡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차트에서 밀려나는 것이죠.

누군가 오디션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서 다시 관심을 끈다거나

가수와 관련한 특별한 이슈, 화젯거리가 없는 한

살아날 가망이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곡은 한달이 지나면서 서서히 올라오는 기현상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고

음악방송에서도 1위를 넘보고 있습니다.

소속사인 JYP에서는 신곡을 발표한 뒤 일절 방송활동과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입니다.

가요계에서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며 놀라고 있지요.

결국 노래의 힘, 노래의 매력 외에는 딱히 꼽을만한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