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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박진영과의 이야기

by 신사임당 2015. 4. 21.

 

 

 남자의 원초적 욕망을 그처럼 유쾌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엔터테이너가 또 있을까요. 그것도 4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말이죠.
최근 ‘어머님이 누구니’라는 곡으로 가요계에서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 그를 지난 20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그와의 이야기 풀어놓습니다.

 

*반응이 너무 좋은데요.
=아마 스무살때였으면 난리 났을거예요. 그런데 30대 후반부터 삶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고 나이도 들었잖아요. 인생에서 나의 노력과 상관없이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보고 겪고 관찰하고 고민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결과에 대해 그렇게 기쁘다거나 좋다거나 하지 않아요. 반대로 정말 나쁜 결과라도 나를 좌절시키거나 기죽지 않게 해요. 삶의 모든 의미를 결과 아닌 과정에 맞추다보니 나도 행복해졌고 직장 동료들도 행복해졌어요. 과정은 컨트롤 되지만 결과는 컨트롤 안되잖아요. 그게 안되는데 거기에 맞추려다보면 다 공황장애 걸리는거죠. 모든 평가나 시선을 과정에 맞추고 있어요. 나 스스로. 아쉬운 것은 세상은 과정에 관심이 없다는 거죠.

 

 

 

*소속사 가수인 미쓰에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어요.
=좀 뻘쭘하죠. 원래 이 때 곡을 내야겠다 했던 것도 아니고요.. K팝스타 결승에 공연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즈음이면 충분하겠다고 해서 한거예요. 사실 요즘 2주 이상 1위를 하는 곡이 거의 없잖아요. 미쓰에이가 그래도 2주간 1위를 했으니까 괜찮겠다 싶었죠. 그런데 제가 아니었으면 3주, 4주 할 수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요.

 

*프로듀서로 후진을 양성하는데 전념할 수도 있는데 본인이 무대에서 계속 뛰고 있어요.
=전 정말 감사해요. 힘도 나고요. 제가 60세에 가장 춤을 잘 추는 상태, 노래를 가장 잘하는 상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럴려면 힘과 순발력이 그때 가장 좋아야 한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지난 몇년간 의학과 생물학을 많이 공부했어요. 왜 노화가 일어나고 어떤게 노화를 더디게 하는지, 몸의 근육은 어떻게 해야 최상을 유지하고 관절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유연성은 어떻게 해야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지 등등이죠. 그것을 매뉴얼화 해서 삶에 적용시키려니 너무 힘들어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겠다는거 아닌가요?
=철저히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거예요. 제가 잔주름도 없어졌고 모공도 없어졌어요. 피부과에 간 적도 없는데 말이죠. 몇년전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차이가 있어요. 춤을 출 때도 오히려 20대 때보다 더 빠르고 유연해졌어요. 안지치고요. 훨씬 여유로워졌어요. 몸의 시계를 돌리는데 성공한거죠.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기 시작했는데 너무 고통스러워요. 2012년 10월부터니까. 그해 9월에 감기에 걸리고 이후에는 병원에 가본 적도, 감기에 걸린 적도, 약을 먹은 적도 없어요. 최상의 상태가 2년반 유지되더라고요. 핵심은 피를 컨트롤하는거예요. 피가 조성되고 순환하고 정화되는 세 단계를 거치는데 이 원리를 잘 활용한다고 보면 돼요 좋은 재료로 피가 만들어지게 하고 잘 순환되게 하고 노폐물을 빨리 빼내는거죠. 모든 음식과 몸에 들어가는 것은 나쁜 것은 철저히 차단하려 해요. 미세먼지도 안마시려고 노력하고 후추가루, 물까지 유기농을 먹어요. 그리고 모든 근육과 관절을 다 풀고 숨이 차도록 유산소운동을 해서 피를 순환시키죠. 내장 근육 운동도 마찬가지고요. 활성산소 등 독소를 빼내는 것도 최대한 노력하죠. 비타민씨는 가루로 마시고 석류, 보라색 열매 등을 최대한 섭취하고요. 그러자니 먹고 싶은 디저트도 못먹고 너무 괴로워요.

 

*이번 곡은 전형적인 박진영 스타일인데요.
=지금까지 모든 곡이 다 제 스타일이에요. 난 감사하게도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어요. 얼마나 감사한가요. 그것을 버리고 싶지 않아요. 가슴에서 우러나는 것을 하고 재미가 있어서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걸 좋아할까, 이런거 하면 재미있어할까 이렇게 고민하는 순간 일이 되거든요. 재미가 날아가요. 전 그때그때 가슴에서 튀어나오는 것으로 음악을 하는 것 뿐이에요.  내가 야한 상황에 있을 땐 야한 노래, 슬플 때는 슬픈 노래, 고뇌에 차 있을 때는 고뇌에 차있는 음악이 나오는거죠.

 

*그럼 지금은 야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던 거였네요.
=어,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요즘 가끔은 내가 중학생이 된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저는 재미있고 밝게 야한 것, 그게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곡을 많이 써놨는데 발표되지 않은게 훨씬 야해요.

 

*박진영답다는게 뭘까요.
=조심하지 않고 막 표현하는 것? 솔직한 것? 그런데 야한 것만 갖고 저 답다고 말하는 것은 좀 신기해요. 그건 내 한부분일 뿐인건데. 전 제 음악이 제 인생의 기록이예요.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쓸 때도, 놀만큼 놀아봤어를 쓸 때도 그 상황과 장소와 시간이 다 기억이 나요. 이번 곡도 엉덩이와 가슴을 봤을 때 놀랍고 감탄스러워서 쓴 거니까요. 사람들이 기대하는 부분만을 나답다고하는건 아닌거죠. 누군가를 충족시키기 위해 음악을 한다면 제가 너무 슬퍼져요.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하고 싶은 것, 느끼는 것, 내 삶의 모든 순간의 기록이 제 음악이에요.

 

*40대 중반에서 이렇게 소화하는 비결이 노화를 더디게 하는 것 말고 또 있나요.
=또 하나는 근육운동을 통한 힘과 스피드죠. 노화를 더디게 하기 위해 참고 못먹어서 힘들다면 근력운동은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같아요. 운동하기 전에 묵념을 할 정도로 마음에 준비를 한다니까요.
 이런 것들이 몸의 상태를 유지하는 비결이라면 마음의 상태는 점잖아지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나이들면 점잖아지잖아요. 이렇게 되는 것은 조심해서 그런거에요. 표현의 변비라 할 수 있는거죠. 말과 표현, 행동을 조심하다보니 표현의 변비가 생기는 거예요, 어른들이. 그런데 전 말도 행동도 조심이 안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아예 조심할 필요가 없는, 훌륭한 사람이 되자고 단련시키려 노력해요. 내 안에서 나오는 감정과 생각과 말을 막 표현해도 크게 거리낄 것 없는, 마인드가 올바른 사람이 되고 싶은거죠. 그렇게 살다보니 표현을 점잖게 하려 노력하지도 않고 뭔가 정형화된 틀에 얽매이지도 않는 것 같아요.

 

*훌륭한 사람? 그게 막연하네요.
=성실하고 올바른거예요. 부지런하면서 편법 탈법해서 돈 많이 버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건 올바르지 않죠. 대신 올바르게 살지만 게으른 것도 안돼요. 전 정말 누가 뭐래도 회사 해 오면서 편법이나 탈법, 부정한 방법으로 해오지 않았다고 자부해요. 그게 더딘 길일지라도 그렇게 가야하거든요. 몇년전에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몇년치를 털어도 아무것도 안나오는 거예요. 나중에 세무조사 하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진짜 존경한다고 그러고 가셨다니까요.

 

*올바르고 부지런하고? 그건 소속사 가수들에게도 적용되나요.
=제가 아이들을 혼내는 것은 2가지예요. 올바르지 않았을 때. 게으를 때. 이 두가지만 지키면 되죠. 큰 문제가 있으면 혼내고 개선의 여지가 안보이는 거면 내보내고요.

 

*이번 곡을 두고 성희롱이니 하는 논란도 있을 법한데요.
=그때문에 회사 여직원들에게 모니터링을 많이 했어요. 다들 웃더라고요. 여자를 무시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제 노래의 진심은 정말 너무 멋진 여자를 보고 ‘너 너무 대단하다’ 하는 것, 그게 다예요. 재미있대요. 결국 내 진심이 전달되는 건데 어떤 진심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쁜지, 안나쁜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아까 60세까지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왜 굳이 60세인가요?
=50세는 팬들에게 큰 선물이 아닌 것 같아요. 60세 정도는 되어야 선물이 되고 내가 가진 것, 감사한 일들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를 더 괴롭혀야 한다고 봐요. 도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너무 힘들게 살잖아요. 정말 가슴 아파요. 결혼도 집도 아이도 포기하고 사는데 나도 그들에게 위안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 게임의 룰이 공정하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잖아요. 가진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바뀌었어요. 연예계도 마찬가지고요. 저라도 어떻게 바꿔보고 싶어 노력하는데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 계란 자국도 안남는 것 같아요. 발버둥쳤는데 많이 절망했죠. 아무도, 조금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슬프죠. 그래도 계속 열심히 싸워보려고 해요. 기록과 평가만이라도 공정하게 하고 싶은 거죠. 기록과 평가만이라도 공정하면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들이 도전할만한 상황이 되거든요. 아마 벤처기업이 대기업으로 발전한 사례가 가장 적은 곳이 우리나라일 거예요. 모든 면이 너무 힘들어요.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살기가 너무 힘든 세상이 됐어요.
 
*K팝스타에서 우승 후보자들이 JYP를 선택하지 않았어요.
=그 친구들이 각자의 색깔에 잘 맞는데로 간 것 같아요. 그래서 최선의 선택을 한 거라고 봐요. 저희도 역시 참가자들 중에 우리 색깔과 맞는 친구들이 있어서 미팅하고 있는 중이에요.

 

*방송 출연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
=음악방송은 좀 그래요. 관객들이 대부분 10대 아이들이니까요. 너무 어리고 그러니까 재미없어서 못하겠어요. 우린 리액션으로 공연하는건데. 놀만큼 놀아봤어 같은 중년의 고민을 담은 노래를 부르는데 중학생 아이들이 관객석에 앉아 있잖아요. 그러니 뭐가 되겠어요. 제가 너무 상처가 되더라고요. 저나 효리같은 가수들이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박진영씨에게 물어보고 싶네요. 어머님이 누구신지.
=저희 부모님은 너무 좋으세요. 무조건 안돼, 이런 적이 없어요.  항상 내 의견 물어봤고 존중했어요. 정형화된 답변도 없었고. 고등학교 때 디스코텍도 보내줬다니까요. 제가 설득하는 이야기를 듣고요. 남들이 보면 이상한 부모님이죠. 그래서 나중에 어떻게 그렇게 키웠는지 물어봤어요. 도대체 어떤 철학을 가졌던건지. 그랬더니 부모님이 그래요. 철학은 무슨 철학이냐고. 그저 네가 너무 기가 세다 보니 끌려간거라고. 사실 제가 정말 사고 많이 쳤거든요. 싸우고 다치고 말썽부렸죠. 공부는 아예 못하면 포기하셨을텐데 어떨땐 전교 1등 하고, 어떨 땐 반에서 몇십등하고 이런 식이었죠. 포기할까 싶다가 약간 희망을 주고 이런 식?

 

*박진영씨같은 자녀가 있다면요?
=으~~~~~~~.
(이 대목에서 박진영씨는 상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