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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마성의 유희열 그를 잃고 싶지 않다

by 신사임당 2015. 4. 6.

가수 유희열씨가 공연장에서 했던 발언이 뒤늦게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2~4일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던 공연에서 유희열씨가 한 말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연장에 참석했던 입장에서 그의 말은 불쾌감을 느낄만한 것도 아니었고,

현장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연인지 어떤지 그가 했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잘라져 외부로 공개되는 과정에서

다소 자극적으로 과장됐고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촉발시킨 것 같습니다.
 

저는 3일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그날의 발언 맥락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적씨가 ‘reset’을 부르며 시작된 이날 무대에서

그는 첫 인사로 7년만에 여는 토이 공연을 찾아준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오늘 여기 토이라는 이름으로 다같이 모였어요. 어떤 분들은 이해를 못하실 거예요.

종교집단인가 싶기도 하고. 지금 얼굴이 살짝살짝 보이는데 여중생 여고생이던 그분들 얼굴이...”
 

유희열 특유의 짓궂은 농담에 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졌습니다. 그 역시 킬킬댔지요.

반갑고 설레는 분위기는 더 고조됐습니다. 그러자 그는 말을 이었습니다. 

 “제가 공연할 때 힘을 받을 수 있게 앞자리 앉은 여자분들은 다리를 벌려 앉으세요.

(다시 폭소가 터지자) 제 말은 마음을 열고 들으시라는 거예요.

우리가 가장 후졌을 때 그 시절로 돌아가서,

남자라면 나밖에 몰랐던 그 시절로 돌아가서 최선을 다하자고요.

여러분, 화장한다고 예쁜 얼굴 아니니까 지워져도 상관없어요. 최선을 다해 우리 화이팅해요.”
객석은 흥분의 도가니였습니다.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고 그 역시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함께 웃었습니다.

 

여성팬들을 환호하게 만드는 그의 유머감각은 ‘감성 변태’에 기반을 뒀습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야한 농담을 가장 자연스럽게, 상대가 불쾌하지 않게 던질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지요.

성적인 농담, 저질스러울 수 있는 멘트지만 그가 내놓는 소위 ‘섹드립’은

불쾌감이 아니라 감성적인 발랄함으로 순화돼 전달됩니다.

이같은 기묘한 능력 덕에 그는 수많은 여성팬을 양산했습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야단법석이 났을 법한 이야기도

그를 거치면 엽기적이고 기발한 유머로 재생산되는 것이죠. 

그를 두고 이적은 “뇌가 입에 달린 것 같다”고 했고 성시경은 “착한 마귀”라고도 했었죠.

 

혹시 기억하시나요. 예전 <스케치북>에 출연했던 에디킴이 즉석에서 헌정했던 ‘유희열 사용법’ 말입니다.
“섹시하게 센스있게 음흉하게 말해주시오. 변태 같아도 웃어주시오.

선홍빛의 잇몸으로 미소지을 때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와도 모른 척 하시오.”
 

실제 이날 무대에 오른 성시경씨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스물 두살 때 토이의 페르마타 앨범에 참여했어요.

그 때 기억이 아직도 나요. 정말 쇼킹한 기억이었어요.

베르사체 선글라스를 헤어밴드 대신 착용했어요.

상표가 없거나 사람들이 못 알아보면 어떡하나 하고 불안해하는 졸부들처럼 말예요.

그런 형이 준 곡의 가사가 너무 좋은거예요. 순간 이건 뭔가 싶더라고요.

그런 저를 보더니 형이 ‘좋지?’ 이러면서 씩 웃는데 잇몸이 이만큼 보이고….

형이 얘기하는건 너무 더러운데 곡은 너무 섬세하고 아름답고.”
 

이 즈음에서 객석은 웃느라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습니다. 유희열씨도 마찬가지였지요. 

성시경씨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민망해하며 웃느라 거의 실신상태인 유희열씨를 향해 말을 이었습니다.
“형, 더는 이야기 못하지. 그 더러운 이야기를 어떻게 해. (객석을 향해) 이 형 진짜 변태예요.

그런데 그런 것을 탐닉하는 에너지가 음악을 열심히 공부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되는 것 같아요.”

 

공연은 내내 유쾌했고 추억을 되새기며 설렜습니다.

즐거웠고 4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다들 흠뻑 빠져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연이 마치 큰 물의라도 빚은 것처럼 뒷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안타깝네요. 
 

사실 대놓고 황당했던 성적 농담은 지난 2월 마이클 부블레 공연에서 나왔었습니다.

그는 공연에서 “오늘 밤 공연이 끝나고 데이트를 하는 분들은 더티 섹스를 나누길 바란다”,

“솔로로 온 분들은 옆에 있는 커플과 쓰리썸을 해보라”고 했었죠.

만일 국내 아티스트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아마 난도질돼서 연예활동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정작 현장에선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했던 상황이

논란을 일으켰고 사과문까지 나오게 된 겁니다. .

그 역시 뒤늦게 외부에서 벌어진 논란에 적잖이 당황했을 것 같습니다.
혹시 현장에서 그런 말에 불쾌감이나 충격을 받은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조각난 정보와 편견만 가지고 공격하거나 비난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르고 퀭하고 볼품없는 이 남자.

하지만 어느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마성의 감성변태.

그의 감성이 이번 일로 혹시 상처받을까

그의 섹드립이 생기를 잃을까 두려운 것은

저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린 그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