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2012년 어느날이었습니다.

당시 마니아 팬들에게 이름과 얼굴이 조금씩 알려졌 있던 자이언티(26)는

택시를 잡기 위해 서울 강남의 한 대로변에 서 있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자신보다 좀 어려보이는 남자가 다가왔습니다.

깔끔한 외모에 쿨한 표정.

그 남자는 자이언티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제가 정말 팬인데 제 음악 한번 들어주시면 안되나요?”

자이언티는 좀 놀랐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남자한테 말을 걸어오는 남자가 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친구의 표정이 진지했습니다.

음악한다는데 왠지 잘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선뜻 메일 주소를 건넸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자이언티는 이메일을 확인했습니다.

이미 그 친구로부터 메일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바로 들어본 음악은 무척 좋았습니다.

그는 샘이 날 정도로 좋았다고 했습니다.

음악에 끌려 역시 자신도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요즘 가요계 대세라는 두 남자,

힙합전문 레이블 아메바컬쳐에서 활동하는 자이언티와 크러쉬.

두 사람은 이렇게 만났습니다.

 

얼마전 경향신문사를 찾은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들의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까. 

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그래서요. 크러쉬는 어떤 심정으로 자이언티에게 말을 건건가요?

 

크러쉬 = 웨딩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이었어요. 계속 음악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그날도 아르바이트 끝나고 집에 가려고 길에 나섰는데 거짓말처럼 제가 좋아하는 자이언티가 서 있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어~어~’ 하고 있었는데 정신차려보니 제가 형에게 말을 걸고 있었어요. 나도 모르게 알 수 없는 이끌렸다고 할까. 그만큼 그 때 절실하고 절박했어요.

 

 

현재 이들은 가요계 정상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R&B 아티스트로도 꼽혔지요.

6일부터 3일간 콘서트도  함께 갖습니다. 

 

 

-방송에도 많이 나오면서 연예인의 삶으로 바뀌었을 것 같은데요.

 

자이언티=글쎄요. 평소 집 밖에 잘 안나가니까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저는 선글라스 끼지 않으면 아무도 못 알아봐요. 주로 실내에서 활동하다보니 아직 피부로 실감 나지는 않는 편이에요.

 

-요즘 주류 아이돌이 같이 작업하고 싶어하는 0순위 뮤지션이에요.

 

자이언티=감사한 부분이 많죠. 저에게 의뢰하는 아이돌 분들이 다 직접 음악을 만드는 분들인데 그분들 보면 동경스럽고 그래요. 외적으로도 사는 모습도 너무 완벽하고, 그들을 보면 완벽한 가수의 삶이잖아요. 우리야 그냥 잠시 ‘체험 삶의 현장’ 느낌으로 가수활동 하는거고(웃음). 

 

 

-두 사람의 공동작업인 ‘그냥’이 반응이 무척 좋아요. 대중들에게 잘 보이려 애쓴 스타일은 아니던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자이언티=우리가 낼 수 있는 소리를 자연스럽게 냈어요. 젊고 불완전하고 뜨거운 시기에 느끼는 우리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낸거죠. 거부감없이 다가간 것 같아요.

 

크러쉬=지난해 형이랑 저랑 각자 활동하면서 나름 사랑을 받았잖아요. 둘이 함께 하는 작업에 대해서 일찌감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 것도 이유가 되는 것 같아요. 발표 전부터 이슈를 만들어주신 것도 같고.


 

-원래 소속사에선 말 못한다고 무척 걱정하던데요.

 

자이언티=카메라앞에선 무지하게 힘들어요. 그런데 지금 편하네요. 이렇게 편하게 대화하는 자리는 좋아요.

 

 

-‘그냥’ 기획은 언제부터 한건가요.

 

자이언티=평소에도 같이 음악하고 의견을 나누는 편이에요. 이 작업도 지난해부터 이야기했던건데 시기가 이번에 맞아 떨어졌어요. 그전엔 피처링으로 공동작업을 한건데 공동앨범으로 나온건 처음이지요. 조만간 저랑 크러쉬 모두 각자의 앨범을 낼 계획이라 우선 싱글을 해보자고 했어요. 이렇게 하나씩 순차적으로 하고 싶어요.

 

 

-피아노 독주 부분이 도드라지는 곡인데 재즈피아니스트 윤석철씨의 영향이 컸던것 같네요.

 

자이언티=그런 것 같아요. 그전에도 음악에 피아노를 많이 활용했는데 이번엔 독주 부분 때문에 그런 느낌을 더 주는 것 같아요. 형이 워낙 실력이 뛰어나니까 이번 곡 쓸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아까 두 분이 만났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만난 뒤 곧바로 같은 소속사에 들어가게 된건가요?

 

자이언티=저는 크러쉬를 만나던 그 즈음 지금의 소속사인 아메바컬쳐에 들어갔어요.

크러쉬=저는 그리고 9개월 정도 지났을 때쯤이었죠. 그 사이에도 홍대 언더 신에서 활동을 하며 내공을 쌓았고 형과도 계속 음악적으로 교류하면서 공동 작업을 많이 했어요.

 

-뻔한 멜로디가 그렇게 나온건가요?

 

자이언티=그것도 운명적이에요. 원래는 제 앨범에 다른 곡을 녹음하기로 했었어요. 밤 12시에 녹음실 예약을 해놓고 11시에 근처 카페에서 크러쉬를 만났어요. 그런데 크러쉬가 자기가 초안을 잡아 놓은 곡이라고 들려줬어요. 카페에 있던 드럼과 피아노로 들려주는데 이거다 싶었죠. 듣는 순간 확 영감이 떠오르면서 후렴까지 가사가 한번에 나왔어요. 바로 같이 녹음실로 가서 노래를 하고 맞춰봤어요. 한시간도 안돼 노래를 바꿔 녹음을 한거예요. 회사에서도 무척 마음에 들어하고. 바로 뮤직비디오까지 찍으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회사에서는 그 때까지 크러쉬 존재를 몰랐는데, 완전히 하늘에서 보물이 뚝 떨어진 것 같다고 했어요.

 

-서로의 음악에 대해 평가한다면요?

 

자이언티=크러쉬는 외적으로 감각적이고 직설적이고 직관적이에요. 그런데 가사와 음악의 속을 잘 들여다보면 굉장히 시적이고 감수성이 깊어요. 그런 반전 매력이 상당히 뛰어나요. 흑인음악에 훨씬 충실하고 솔 감성도 풍부하죠. 자신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분명히 살려내는 친구예요.

 

크러쉬=형은 항상 다음 결과물을 기대하게 만들어요. 감각적이고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들. 특히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 진정성과 진실성이 확 다가와요. 형의 양화대교같은 곡은 90년대 모타운 스타일을 베이스로 한 편곡이에요. 전형적으로 사랑과 이별 등의 메시지가 담기는데 여기에 가족에 대한 사랑과 진실한 감정을 담아냈잖아요. 전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발판을 제시한 곡이라고 생각해요.

 

 

-양화대교의 소재는 아버지였죠. 크러쉬도 아버지를 통해 흑인음악을 접한 것으로 아는데 두분에게 아버지는 음악적으로 어떤 존재인가요.

 

자이언티=양화대교 가사처럼 아버지는 택시기사이시고 어디냐고 물어보면 항상 양화대교라고 하셨어요. 아버지는 음악의 기교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세요. 그런데 굉장히 제 음악을 감각적으로 평가해주세요.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을 말씀해주실 때도 많고. 이번에 상받았을 때도 이맛에 산다며 좋아하시더라고요.

 

크러쉬=저는 음악에 대해 아버지에게 많은 조언을 구해요. 스케치 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눠요. 평소에도 아버지는 집에서 나가수나 불후의 명곡 보시면서 눈물을 많이 흘리는 편이세요. 감수성도 풍부하고. 저에게 음악적 소재에 대한 힌트도 많이 주세요. 7080라이브 카페 같은데 가시면 노래도 하시고 그래요. 아버지는 저더러 “내가너보다 더 노래 잘한다”고 하시기도 해요.

 

 

-음악 작업을 하지 않을 때 함께 여가는 어떻게 즐기나요

자이언티=사우나죠. 겨울 노천탕, 그리고 반신욕. 너무 좋아요.

크러쉬=그거 하다보면 이게 사는거구나, 이게 인생이구나 하고 세상 시름 다 잊게 될 때가 많아요.

 

 

-건전한 중년남자들같은 말씀이시네요.

 

자이언티=제 인생에서 음악만큼이나 저를 행복하게 하는게 반신욕이에요. 제 삶의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하루의 마무리도 반신욕으로. 예를 들면 “오늘은 열심히 살았으니 집에가서 반신욕 해야지” 이러는 거죠. 꼬맹이 때부터 아버지도 못 들어가는 열탕에 “으, 시원하다”이러면서 들어갔다니까요.

크러쉬=저는 그정도는 아니었는데 형 때문에 반신욕 시작했다가 신세계를 경험했어요.(웃음).

 

 

-두 사람의 공연은 어떻게 꾸며지나요

자이언티·크러쉬=윤석철 형님이랑 1세대 디제이 소울스케이프 형님이 이끄는 밴드 더 세션, 그리고 쿠마파크가 함께 해요. 2개의 밴드가 공연을 하는거죠. 요즘 네오 소울의 교과서라는 디 안젤로 음악을 다시 듣고 있는데 그들의 작업을 보면서 각자의 밴드와 함께 공연하는데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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