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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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도시’라는 브랜드에 걸맞게 부산은 국내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지역이다. 해운대, 광안리, 동백섬, 자갈치시장 등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 대부분은 수많은 영화를 만들어 냈다. 감춰진 모습을 드러내며 명소로 부상한 곳도 많다. 새해 첫 천만 영화가 된 <국제시장> 덕분에 이번에는 부산 국제시장이 관광객들의 발길로 북적이고 있다.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국제시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찾는 부산의 영화 속 명소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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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시장>의 국제시장

영화 <국제시장>에서 덕수가 고모에게서 물려받아 평생을 일궈온 가게 ‘꽃분이네’는 부산 신창동 국제시장 3공구에 있는 영신상회다. 영화 속에서는 수입잡화를 파는 곳이었지만 이곳에선 손수건과 양말, 허리띠, 시계 등을 팔고 있다. 영신상회는 영화가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간판을 ‘꽃분이네’로 바꿔 달았다.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는 바람에 점포 좌우측에 포토라인까지 표시해놨다. 평일에도 이 가게를 찾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주말이면 발디딜 틈 없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더불어 국제시장을 찾는 방문객들도 30~40% 늘어났다.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꽃분이네’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렇게라도 꾸준히 시장이 알려지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초입에 덕수 부부가 옥상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곳은 부산 서구 초장동의 한 주택이다. 자갈치시장에서 초장중학교까지 이어지는 산복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덕수 부부가 바라보던 광경이 펼쳐진다. 부산타워와 영도대교를 낀 바다 전경을 볼 수 있다.


■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의 흰여울길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송강호)이 국밥집 주인 최순애(김영애)를 기다린 곳은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초라한 집 앞 계단이다. 해안을 끼고 이어지는 높다란 절벽의 좁은 길을 따라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어느 집 앞에 서더라도 푸른 바다가 눈앞에서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흰여울길’로 더 유명한 이곳은 부산 영도구 영선동의 해안마을이다. 한국전쟁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이 바닷가 절벽에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 현재 흰여울길에 늘어선 집들의 담벼락은 깨끗하고 분위기 있는 벽화로 단장돼 있다. 푸른 바다와 벽화가 그려진 작은 집들의 조화 덕분에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변호인>의 무대가 된 집 담벼락엔 “니 변호사 맞재? 변호사님아 니 내 쫌 도와도”라는 대사가 적혀 있어 촬영지임을 알려준다. 하지만 차도 들어올 수 없고 가파른 계단을 통해야만 바깥쪽 큰 길에 닿을 수 있는 이곳은 고단한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동네다.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좁은 계단을 오르는 칠순 할머니는 “맨날 보는 바다 뭐가 그리 좋냐”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고, 어깨와 팔에 짐을 잔뜩 짊어진 채 세 살배기 아이의 손을 잡아 끄는 젊은 엄마는 “빨리 돈 모아 여기를 떠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익현(최민식)에게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김서방(마동석)이 최익현의 여동생과 함께 집을 찾아가는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 <도둑들>의 부산데파트

희대의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기 위해 벌어지는 ‘범죄 드림팀’의 이야기를 그린 <도둑들>의 배경도 상당부분이 부산이다. 이 중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대표적인 ‘인증샷’ 장소는 중구 중앙동 부산데파트다. 다이아몬드가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마카오박(김윤석)이 자전거를 타고 들어오는 거리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여전히 살아있다. 총격전이 벌어지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 타 예니콜(전지현)이 샤워타월을 두른 채 빠져나가는 장면의 배경도 이곳이었다. 부산데파트는 지은 지 40년이 넘은 부산 최초의 현대식 쇼핑센터이자 주상복합아파트다. 한때 최고의 상권을 이끌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고즈넉한 거리가 된 지 오래다. <도둑들>이 큰 인기를 얻은 후 이 건물 앞에는 영화 촬영지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졌고 영화를 기억하는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데파트 입구 돌하루방 옆이 사진을 찍는 포인트다. 영화에도 간판이 나오는 ‘원오디오’ 강정운 대표는 “근처에 있던 부산시청이랑 상공회의소가 이전한 뒤에는 상권이 위축됐다”면서 “관광객들이 꾸준히 오기는 하지만 사진만 찍고 지나가는 정도”라고 말했다.


■ <아저씨> <마더>의 매축지마을

영화 <아저씨>에서 태식(원빈)이 꾸려가는 전당포 건물, 그리고 서글픈 눈빛을 한 소미(김새론)가 외롭게 걸어가는 음산하고 어두운 골목길. 이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은 부산 범일5동 매축지마을이다. 실처럼 가느다란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곳. 마주 오는 사람과 어깨가 스칠 정도로 좁은 골목 곳곳엔 빨래가 내걸려 있고 쓰레기봉투와 연탄재가 쌓여 있다. 이 마을의 처연한 분위기는 영화 <마더>에도 등장했다.매축지마을을 찾는 여행은 순식간에 다른 세상으로의 시·공간 이동을 경험하게 한다. 마치 동굴에 빠진 앨리스처럼 말이다. 부산 지하철 1호선 좌천역에서 내려 주변 고층빌딩과 새 아파트를 뒤로 한 채 굴다리와 육교를 지나면 나타나는 곳이 매축지마을이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마주하는 마을은 시간의 더께가 내려앉은 도심 속 오지다. 기이함마저 주는 좁은 골목 틈에 큼직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말쑥한 차림의 관광객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매축지마을은 일제강점기 부두에 내린 마부와 말, 짐꾼들이 쉬는 곳이었다. ‘삼무삼다’라는 설명은 이 마을의 현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마당과 햇빛, 바람이 없고 노인과 빈집, 공동화장실이 많은 곳. 5000명 정도의 주민이 있다. 70년째 이 마을에 산다는 동키치킨 앞 과일가게 주인 할머니는 “국제고무 있을 때만 해도 여기 사람도 많고 장사도 잘됐다”면서 “저기 영화 찍은 데는 가 봤재?”라고 챙겨 물었다.


■ 또 어떤 곳이 있나 - 문현동, 광안대교

영화 <마더>를 찍은 또 다른 장소는 문현동이다. 산비탈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 문현동 돌산공원 근처 안마을. 영화를 촬영한 뒤 이곳은 벽화마을로 변신했다. 부산지역 대학생 문화나눔 공동체 소속 학생들이 궁벽한 이곳에 알록달록한 예쁜 그림을 그려넣었다. 최근에는 <엽기적인 두번째 그녀> 촬영장으로도 알려지며 중국인 관광객의 발걸음도 이어진다.광안대교는 부산에서도 영화 촬영 장소로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부산영상위원회 집계를 보면 지난 13년간 331편의 영화 중 광안대교는 23회 ‘출연’했다. 다음으로는 부산항, 부산의료원, 부산지하철, 요트경기장 순이다. 광안대교와 해운대, 동백섬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이기대공원 해안산책로다. 영화 <해운대>에서 최형식(이민기)과 김희미(강예원)가 불 밝힌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데이트를 하던 곳이다.

▲ 이야기 할매·할배가 ‘국제시장’ 촬영코스 소개한다
광복동부터 용두산공원까지 2시간… 매주 토·일 오후 1시부터 시작


국제시장이 형성된 것은 해방 즈음이다. 일본인들이 철수하면서 내놓은 전시물자와 일본에서 귀국한 동포들이 가져온 물건들이 쏟아져 거래되면서 시장의 틀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미군의 군수물자와 부산항으로 밀수된 상품들이 모이면서 시장은 활기를 띠고 더 커졌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귀한 외제 물품을 구하려면 국제시장으로 가야 했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상인들이 도매로 물건을 떼어가면서 ‘도떼기 시장’으로도 불렸다. 그렇지만 백화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상권이 쇠락했다. 현재 이곳에는 1500여개의 점포가 있다.


국제시장 ‘꽃분이네’와 마주보고 있는 ‘영광커텐’도 실제로 영화 속 덕수네처럼 비슷한 시기에 이북 출신 피란민이 창업한 점포다. 평안도에서 피란을 온 고 임성국씨가 전쟁 당시 현재의 꽃분이네 자리에 터를 잡고 영광커텐을 일궜다. 50년 이상을 같은 자리에 머무르다 10여년 전 확장하면서 바로 맞은 편으로 옮겼다. 현재 이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여병률 대표는 1976년 영광커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일을 배웠다. 여 대표는 “혈육도 아닌 저에게 점포를 이어가게 하신, 아버지와 다를 바 없는 분”이라며 “영화를 보면서 우리 이야기 같아 정말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국제시장>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국제시장을 나서면 광복동, 남포동 BIFF 광장, 자갈치시장, 부평동 깡통시장 등이 바로 연결된다. 근처엔 씨앗호떡 노점상이 진을 치고 있고 족발, 곱창, 포장마차, 돼지국밥 등 온갖 이름이 붙은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다. 특히 재미있는 곳은 깡통시장이다. 깡통에 든 수입식품을 팔던 데서 이름이 유래된 부평동 깡통시장은 비빔당면, 어묵, 각종 분식, 유부주머니, 호떡, 통닭, 떡, 국밥, 죽, 수입과자 등 갖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오후 6시면 야시장이 선다. 골목 가운데 줄지어 늘어선 노점에서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터키 등지에서 온 이들이 자국 요리를 만들어 판다. 베이컨치즈또띠아와 낙지호롱은 한참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값은 1000~3000원 선으로 싼 편이다.

깡통야시장에서 인도네시아 여성이 전통음식인 미고랭을 만들고 있다.


한편 부산관광공사는 <국제시장> 촬영코스를 무료로 안내해주는 관광상품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남포동 부산종합관광안내소를 출발해 남포사거리, BIFF 광장, 먹자골목, 꽃분이네, 부평 깡통시장, 용두산공원 등을 걸어서 도는 코스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이야기 할배·할매’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스토리텔링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흥미로운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매주 토·일요일 오후 1시 시작한다. 신청자가 10명 이상이면 평일에도 신청할 수 있다. http://bt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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