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위키백과에서 ‘어어부 프로젝트’를 검색하면 이런 설명이 나온다. ‘아방가르드에 가까우며 전체적으로 난해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밴드.’
 
이들은 화가이자 가수, 가끔 배우로도 활동하는 백현진(42)과 음악감독 장영규(46)로 이뤄진 듀오다. 14년 만에 정규앨범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을 내놓은 이들을 만나 한 시간 반 정도 떠드는 내내 떨쳐버릴 수 없는 아스트랄함(웹상에서 4차원적이고 난해함을 뜻하는 용어)이라니. 위악적으로 내뱉거나 탄식하거나, 혹은 절망 속에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로 맥락을 따라가기 힘든 소설 같은 글을 읊조리는 이들의 앨범. 작자(作者)와의 만남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볼까 했던 기대는 산산이 깨졌다.
 

 

 

밴드 어어부프로젝트의 장영규(왼쪽)와 백현진. 영화음악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장영규는 “어어부음악작업을 할 때면 다른 음악작업을 할 때보다 나를 설득하는 과정이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 프럼찰리 제공

 

 “언어로 정리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것” “언어로 정리가 되는 거면 그 작업은 죽은 작업”이라는 것이 어어부 음악을 설명해달라는 데 대한 이들의 대답이었다. “그냥 5음절의 ‘어어부 음악’이에요. 말 그대로 소리잖아요. 그걸 알려면 어어부 음악을 듣는 것이 시작인 거고, 사실은 그게 다죠.”
 
하긴 뭐 이들의 전작 역시 대중을 쉽게 납득시켰던 건 아니지 않았나. 다시 물었다. ‘대중의 관심’에 관심이 있는지. “우리 음악을 ‘물건’이라고 한다면 대중에게 어떻게 쓰일지 하는 호기심,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하는 바람은 있지요. 그런데 우리가 작업을 하는 동안 고려하는 대상은 아녜요.”
 
여전히 멍한 표정의 기자를 향해 백현진은 설명을 더 얹었다.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이 ‘물건’이 뭐에 쓰는 건지는 모르는 것 같아요. 서로 모른다는 건 다른 말로 하면 각자 알아서 써먹을 수 있는 물건이란 이야기죠. 각자 사용하면서 자기 것이 될 수도 있고, 그런 작업이면 좋겠고.”
 
무엇에 쓰는 물건일지는 알아서들 듣고 판단하는 것으로 치자. 대신 이 요상한 물건이 나오게 된 경위에 집중하기로 했다.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 앨범 표지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은 나그네라 불리는 사설탐정이 잃어버린 종이뭉치를 주워든 화자가 무작위로 발췌한 열네 장의 기록을 읽는 형식으로 돼 있다. 두 번째 트랙인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에 부쳐’는 이 앨범의 주인공인 탐정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다.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중퇴한 뒤 세종대 천문학과를 졸업한 40대 이혼남. 불륜도 캐고 대리기사 아르바이트도 하는 이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배우 문성근이 읽어 내려간다. 열네 개의 트랙 앞에 붙어 있는 0107, 0826 등은 날짜. 순차적이 아니고 뒤죽박죽이다. “사람들이 계획을 세우고 산다지만 내가 보기엔 다 엉망진창으로 사는 것 같아서”라는 게 그 이유다.
 


이들이 이 앨범을 구상한 것은 2009년이다. 작정하고 중국 옌볜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나눈 이야기를 통해 뼈대를 잡았다. 그곳 여성들이 남편을 ‘나그네’라고 지칭한다는 사실이 이들의 촉을 자극했고 제목이 됐다. 가사는 백현진이, 곡은 장영규가 썼다. 탐정의 이야기라지만 추리물과는 상관없다. 친구 빈소에 문상을 하고, 2100원짜리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며 불륜커플을 감시하고, 소줏집에서 쇼 프로를 보다 담배를 피우고, 홀어머니에게 치매가 왔다는 소식을 듣는 일상의 이야기다.
 
백현진은 “비현실적인 직업 탐정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앨범 수록곡들은 대부분 2010년 완성됐고 무대에도 올렸지만 4년간의 세공과 손질을 거치며 이번에야 빛을 봤다. 평범하고도 비루해 보이는 이 탐정의 드라마가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궁금했다. 시즌2 형식의 앨범이 나올 수 있는 건지 물었다. “아마도 데이비드 보위가 이 앨범 전체를 영어로 리메이크하겠다고 한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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