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드라마 <미생>에 빠진 20, 30대 직장인들은 “오과장 같은 상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함께 일하고 싶지만 현실에 없는” 오과장 때문에 순식간에 도매급으로 ‘꼰대’가 돼버린 40, 50대 직장 상사들. 그들도 할 말이 있다. “우리도 데리고 일하고 싶은 이상적인 후배가 없는 줄 아느냐”.
 그래서 물어봤다. 어떤 스타일의 후배와 일하고 싶은지, 피하고 싶은 부하직원은 누구인지. 화제의 드라마 <미생>을 비롯해 <삼시세끼> <무한도전> 등 주요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캐릭터 중에서 꼽아 달라고 했다. 삼성, LG, 현대차, 포스코, 롯데 등 주요 기업의 팀장, 임원 등 ‘꼰대’ 20여명이 답변했다.
 

■이런 후배 원한다
 장그래? 아니다. 꼰대들의 눈에는 신입사원 보다 오히려 대리급 직원이 와락 들어온다. 대다수 직장상사들이 꼽은 베스트 모델은 ‘김동식 대리’다. 합리적이고 모나지 않은데다 일도 잘한다. 조직 생활에 적합하고 인간성과 의리도 좋다. 그렇다고 무조건 예스맨은 아니다. 자신의 의견을 적절한 방식으로 상사에게 전달할 줄도 안다. 대신 최종 결정사항은 과감히 추진한다.
 “업무와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와 타부서의 이모저모를 잘 꿰고 있다. 김대리는 임원 마인드를 갖고 일하는 것 같다.”(롯데백화점 ㄱ부장)/“그저 보고 있으면 든든하고 흐뭇하다.”(포스코 ㄴ팀장)
 다음으로는 <삼시세끼>의 ‘임시 일꾼’ 손호준과 ‘정식 일꾼’ 택연이 많이 꼽혔다. 둘 다 겸손한 돌쇠형. 이들은 어떤 지시든 긍정적으로 대답하고 묵묵히 일한다. 자발적으로 찾아서 하려는 노력이 요즘 젊은이들 같지 않다는 것이다. 상사의 의견을 끊임없이 물어보고 소통하려는 노력도 갸륵하다. 데려다가 잘 키워보고 싶다.
 “까라면 까는거 원하지도 않는다. 말끝나기도 전에 ‘안된다’고 튀어나오는 꼴 좀 안봤으면 좋겠는데 택연이, 호준이 보면서 카타르시스 느꼈다.”(SK텔레콤 ㄷ부장)/“선임(이서진)이 말도 안되는 까탈을 부리는데도 그것을 존중하면서 개선하려는 택연의 모습은 후배의 정석이다.”(LG전자 ㄹ부장)/“손호준은 자발적으로 일하면서 상사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체크한다. 감동적이다.”(삼성물산 ㅁ팀장)
 

 

 

 

■절대 같이 하고 싶지 않다
 공통적으로 뽑힌 최악의 직원은 <미생> 속 원인터내셔널 섬유팀 ‘성대리’다. 업적 포장, 후배공 가로채기, 잘못 떠넘기기 등 조직을 망치는 3종세트를 장착했다. 그렇지만 수단·방법 안가리고 눈앞에 반짝 성과를 내는 스타일이라 부하직원으로 두면 편하긴 하다. 손에 흙탕물 묻히기 싫은 상사 입장에선 자칫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건강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솎아내져야 할 유형이다.
 “정말 피하고 싶은 스타일인데 슬프게도 업무 현장에선 자주 보게 된다.”(익명을 요구한 한 임원)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의외로 장그래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꼽은 상사는 소수였다. 부담스럽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기업은 매뉴얼대로 움직이는데 상사 입장에서 장그래식의 파격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잘 되면 다행이지만 경험상 조직내 불화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창의적이긴 하나 눈치없다. 목표를 향한 과정이 오버스러울 수도 있다. 굳이 내가 감당하고 싶지는 않다.”(현대차계열사의 ㅂ이사)
 슈퍼사원 안영이에 대해선 한목소리를 냈다. “저런 신입사원은 없다”. 하지만 현실에 있다면 함께 일하며 키워보고 싶은 재목이다.
 “스펙좋은 후배에게서 느껴지는 거부감이 없다. 잔머리도 없고. 업무만 직시하는 쿨한 태도가 좋다. 고스펙 신입을 대해야 하는 대다수 저스펙 상사들 얼마나 피곤한 줄 아나.”(SK이노베이션 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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