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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서태지의 이갸기

by 신사임당 2014. 10. 22.

 

 

가수 서태지씨가 10월 20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5년만의 공연에 이은 기자회견 자리엔 200명 이상의 취재진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습니다.

다소 난감할 수 있는 질문도 자연스럽게 막힘없이 그는 대답을 이어갔습니다.

오랜만에 툭 털어놓은 서태지의 이야기가 궁금하셨을 분들께 전해드립니다..

질문과 답변 전문입니다.

 

 

 

 

“ 비도 많이 오고 이렇게 많이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5년만에 나왔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다가 TV도 나오고 색다른 행보를 보입니다. 그 이유는요.
“특별히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예전에도 음반 발매전에 토크쇼 출연했고요. 이번에도 유재석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번 앨범이 대중적이라서 좀 더 많은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활동방식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9집이 대중적입니다. 변절자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가정을 이루고 나서 겪게 된 변화의 표현인가요.
 “음악적인 부분에서  변절자라는 이야기는 ‘난 알아요’ 할 때부터 들어왔어요. 내 성격이 변하고 싶고 변하는 것 좋아하는데, 이번에 확실히 가정이 생기고 가족들과 지내기도 하면서 여유가 많이 생기고 행복한 느낌 받았어요.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음악에 전달된 것 같고요.
 9집을 설명하자면 딸아이도 들을 수 있으면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고, 지금 현재로선 그게 제일 잘하는 것이고 관심있는 음악이긴 합니다. 절 모르는 사람들에게 서태지는 이런 음악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알려준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오랜만의 복귀입니다. 기대에 비해 예전의 호응보다 반감된 것 같은데요.
 “글쎄요. 음원순위 등도 8집보다는 순위가 더 높아요. 저에게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공연장을 찾아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리고요. 전 제 음악을 갖고 시끄러워지는 걸 좋아해요. 갑론을박이 많고 토론도 많고. 그게 민주주의잖아요. 그 가운데서 시끄러운게 좋은 음악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

 

 

 

 

-옛 동료인 양현석 대표가 고춧가루를 뿌렸다는 반응도 있어요. 악동뮤지션 등이 같은 때 나온 것을 두고 말입니다.
 “전 양현석씨가 성공한 걸 보면 뿌듯하고 기쁜 마음이예요. 공교롭게도 같이 나왔다고 이야기들 많이 하고 이상한 기사도 많이 나왔어요. 그런데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노래가 쏟아져 나오잖아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

-서태지에게 90년대란 어떤 의미인가요. 지난 공연에서 한물간 가수라고 했는데.
 “제 진심이 담긴 멘트예요. 전 항상 음반 만들때마다 좌절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다음 음반이 잘 나올 수 있을까 고민스럽고. 7집 때도 많은 좌절했어요. 매일 그런 과정을 겪죠. 팬들도 새로운 주류들이 나오면서 우리는 주변으로 밀려나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팬들에게 그런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고 한거죠. 대신 우린 소중한 추억이 있으니까요. 그런걸 말하고 싶었어요.”

-음원성적이 생각보다 저조한 편인 것 같아요.
 “8집 때는 광탈했는걸요. 이번에도 큰 기대는 안했는데  생각보다 소격동이 롱런하고 있고 그 덕분에 10대들이 음악을 관심있게 들어줬어요. 생각보다 기대 이상이었는걸요. 음악을 성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좀 그렇고 좋다 나쁘다로 들었으면 좋겠어요. 학교 다닐 때도 성적받고 등급 나누는 것 싫어했는데, 제 나이도 이제 마흔이 넘었으니까 성적보다는 음악으로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서태지씨를 가리켜 음악의 문익점이라고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그래서 매번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들여와야 한다는 강박같은게 있을 것도 같은데 이번에 일렉트로닉은 어떻게 시도하게 됐나요.
“혹자는 수입업자, 혹자는 문익점이라고 이야기 해요. 일정부분 맞다고 생각해요. 의도한 부분도 있고요. 90년대 초에는 한국에 다양한 장르가 부족했어요. 저는 외국 장르를 보면서 빨리 팬들에게 접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 그렇다고 그것에 부담감 느낀 건 아니고요. 그런 작업은 7집까지 필요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때까지 관심 많았어요. 그런데 8집부터는 손을 놨어요. 영향을 받은 팀이 없을 정도로 내 안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했죠. 이번 앨범도 그렇고요. 예전엔 영향을 받은 팀이 많았는데 이번엔 그런게 없어요. 1집을 만들 때 일렉트로니카를 제일 좋아했어요. 환상속의 그대를 만들 때는 스튜디오 이름도 테크노티였거든요. 이번 9집 만들때는 서태지와 아이들 때의 작법으로 건반을 위주로 음악을 만들었어요. 일렉은 앞으로도 뗄 수 없는 장르이고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표절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오래된 이야기죠. 3집 때부터 그런 논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교실 이데아라는 생소한 장르 할 때부터요 예전엔 해명하고 그런 걸 많이 했는데 지금은 불필요한 것 같아요. 음악을 많이 듣고 인정하고 이해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언젠가는 이런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을까 기대해요.”

-소격동에 대한 해석이 많아요. 사회비판적인 이야기도 있고 기무사에 대해서도 물어보는데.
 “다 좋다고 생각해요. 소격동은 내가 살았던 마을이에요. 겨울이면 운치 있고 좋았어요. 집 근처 삼청공원을 매일 다녔는데 제가 그곳 시냇물에서 가재 잡던 곳이 어느새 가보니 다말랐더라고요. 그때 쇼크 먹고 이 곡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한옥살던 아름다운 추억을 표현하고 싶었고. 물론 80년대 서슬퍼런 시절이었어요. 집에서 쳐다보면 보안사가 보였고 민방위 때 탱크 지나다니고 검문검색도 많았죠. 아름다웠지만 살벌했던 동네 맞아요. 그런걸 담고 싶었어요. 소격동 듣고 아름답다고 했지만 공포를 느꼈다고 하던데 공포스러운 느낌이 드는건 사실입니다. 울렁거리는 신스 효과도 주체할 수 없는 제 마음 담은 것이죠. 저는 음악을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활발하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크리스말로윈도 같은 맥락이죠. 울면안돼 라는 캐롤에서 시작된 건데  제가 부모가 되어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돼요. 울지 말라고, 울면 선물 안준다고 이야기하는데 어찌보면 이렇게 말하는 것도 권력을 가진자가 공포를 이용해 울지 못하게 하는건 아닌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노래를 두고도 사회비판적인 해석과 권력자를 비판하는 것이라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는데 그런게 제가 노렸던 겁니다.”

-앨범을 관통하는 테마가 동화라고 했는데 잔혹동화에 가깝지 않나요.
 “맞아요. 예쁜 동화는 아니예요. 제 딸이 들으면 어떨까 생각하고 만든거예요. 소격동에서 지내오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 아버지가 되어서 느끼는 것까지 스토리텔링이 연결돼죠. 앨범 재킷에 한 소녀가 나오는데 내 딸이 6, 7세 됐을 때 모습을 상상한 것이에요. 세상은 이런 곳이라는 것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녹음까지 끝내고 많이 들려줬지요. 성탄절의 기적은 태교음악이기도 하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의 벅찬감정을 많이 담은 곡이에요. 앞으로 새생명을 갖게 되는 어머니와 아이와 함께 들었으면 하는 강렬한 바람이 있어요. 좋은 꿈을 꾸게 할 수 있는 음악이거든요.“

 

 

 

-신비주의는 계속 고수하실건가요.
 “나보고 신비주의라고 하는데 나 조차도 내가 신비주의인가 하고 고민하게 돼요. 벗어던졌는지 모르겠고 달라진 것도 모르겠어요. 가수이기 때문에 음악 만들고 발표하고 공연하고 방송하고 하는 일련의 활동들로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 많죠. 에능이나 다른 노출을 안하니까 그런것 같은데 어린 친구들은 실체가 없는 사람으로 저를 생각하는게 그게 좀 아쉬워요. 어쨌든 그런건 제 작업방식을 탓해야 할 것 같아요.”

-문화대통령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꽤 오래된거죠. 김대중 전대통령께서 말씀해주셨는데 과분하고 족쇄같은 느낌도 들어요. 장기집권인지 이전에 내려놨는지 모르겠어요. 누군가가 빨리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누군가가 그렇게 활동하면 뒤에서 선배로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하게 음악하고 싶어요.”

 -아이유씨와의 협업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아이유에게 끌렸던 부분이 있을텐데요.
 “저는 음악을 만들고 쓰는 사람이지 보컬리스트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전부터 내 노래를 다른 가수가 부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했어요. 소격동을 만들고 보니 곡이 예뻐서 남자보다 여자가 부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막연히 아이유씨가 떠올라서 지나가는 말로 아이유가 불렀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추진된거죠. 정말 아이유씨 덕을 너무 많이 봐서 업고 다니고 싶어요. 10대들에게 제음악을 들려줄 기회를 만들어준거죠. 그전에도 아이유의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마시멜로 때 부터 그랬는데 무척 라킹하다고 생각했죠. 그 속에 있는 보이스 컬러가 보물같더라고요. 그렇게 감성을 울리는 목소리가 기적같았어요. 그 기적이 소격동에도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와이프는 나보다 더 팬이거든요. 그래서 같이 식사도 하고 좋았어요.”

 -서태지 시대는 언제까지 지속될거라고 보나요.
 “서태지 시대는 90년대에 끝났어요.  2000년대 들어와서도 음악활동을 했지만 대중적이지 않고 마니악했죠. 제가 대중들을 많이 버렸어요. 마음으로는 미안하죠. 울트라맨이야부터 안듣기 시작했는데 자연스러운거잖아요. 거부할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는 현상이죠. 전 긍정적으로 봐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음악을 만들고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생활에 대한 악플이 많아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또 여전히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중심은 아닌 것 같아요. 내 음악을 믿고 찾아주는 팬들이 노래를 듣고 평가 내려주시는 거죠. 제겐 오랜 안티팬들이 있어요. 악플은 예전부터 오래됐어요. 지금까지 음반을 내면 팬과 안티팬의 콜라보레이션이 활발했어요. 민주국가잖아요.. 자기 의견 이야기하는 것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떡밥을 많이 던졌잖아요. 진수성찬을 차린거죠. 그런거 갖고 재미있게이야기하시는데 중요한 건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시간 지나면 잊혀질 것이고 중요하지도 않잖아요. 그래도 그런 관심들 덕분에 내 음악을 들어보게 된다면 얼마든지 환영해요. 그런 콜라보레이션이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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