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영화 <킹스맨>을 보면 코드네임으로 랜슬롯, 갤러하드, 멀린 등이 등장한다. <아서왕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흔히 원탁의 기사로 알려진 이들이다. 이중 멀린은 기사가 아니라 마법사다.

<아서왕이야기>는 서양 중세의 유명한 기사전설이다. 수세기를 거듭하며 많은 버전이 나와 세부적인 차이가 있긴 하다. 예를 들면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에 대한 설명도 좀 다른데, 아서가 왕이 되기 전에 교회 앞 바위에 꽂혀 있던 칼이 엑스칼리버라는 버전이 있는가하면,  왕이 된 뒤 호수의 요정으로부터 받은 명검이 엑스칼리버라는 설명도 있다. 

용맹한 아서왕, 그리고 그와 함께 하는 기사들이 등장해 무훈을 세우고 나중에 성배를 찾는다는 구조는 같다.

14세기에 만들어진 아서왕 태피스트리/ 출처 위키피디아

 

 

<아서왕 이야기>는 서양 문학과 다양한 문화컨텐츠의 근간이 되며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우리가 익히 들어본 많은 지명과 인명들, 전설이야기 중 상당수가 여기에서 유래했다. 카멜롯은 아서왕의 궁전이 있던 곳으로 원탁의 기사들의 활동 본거지이기도 하다. 물론 실제 지명은 아니고 전설속의 이름이다. 이 이름이 붙은 카페나 바, 레스토랑, 숍 등도 많고  회사나 가수 중에서 이 이름을 쓰기도 한다.  

영어학원이름 혹은 자동차 이름으로 알려진 '아발론'은 아서왕이 묻혀 있는 곳으로, 영국 스코틀랜드 어디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켈트족 전설에서는 아발론이 천국으로 여겨진다. 즉 아서왕이 묻혀있는, 낙원 어디쯤으로 해석하면 될 듯 하다. 아발론(avalon)의 아발(aval)은 켈트어의 사과(abal)에서 나왔다고 한다. 켈트족이 살던 지역에는 사과가 많이 났고 이들에게 사과는 지혜의 정수이자 성스러운 과일이었다. 종의식에도 사과주를 썼다.

재미있는 표현들,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들도 꽤 여기서 유래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많이 사용하는 '토너먼트'는 기사들이 벌이는 마상시합을 일컫는 말이다. 귀족의 자제들은 어릴 때 부모의 품을 떠나 기사가 되기 위한 기초 지식을 배운다. 여러가지 훈련을 받은 뒤 보통 스물 한살이면 기사작위를 받는데 교육을 받는 수습기사를 에스콰이어라 불렀다.

내가 읽었던 버전은 19세기 작가 토마스 불핀치가 쓴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이다. 여기서 그는 1485년 토머스 맬로리 경이 쓴 <아서왕의 죽음>에서 많은 부분을 참고했다고 쓰고 있다.

이 책 앞부분에 언급된 9명의 인물이 있다.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가장 고귀하고 훌륭한 인물"이라고 설명하는데 그 중 하나가 아서다. 그를 포함한 이 아홉명이 서구 문학사에 가장 자주 등장하거나 언급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각각 이교도가 세사람, 유대인이 세사람, 기독교인이 세사람이다. 그리스도 탄생 전의 이교도는 트로이의 헥토르, 알렉산더 대제, 로마의 통치자 율리우스 카이사르. 그리스도 탄생 전의 유대인으로는 이스라엘 자손들을 가나안땅으로 인도한 여호수아, 예루살렘의 다윗왕, 마카베오 집안의 유다.  고귀한 기독교도 세 사람은 아서왕, 둘째가 샤를마뉴 혹은 카를 대제, 마지막은 십자군 전쟁의영웅, 부용의 고드프루아다."

아서왕은 브리튼의 왕 유더 펜드라곤의 아들이다. 용맹하고 뛰어난 기사인 그는 온화한 성품의 주인공이다. 열다섯살에 왕이 된 그는 명검 엑스칼리버를 뽑아냄으로 정통성과 권위를 부여받는다. 아서왕과 함께 가장 잘 알려진 기사는 랜슬럿과 갤러해드다.

랜슬럿은 무술이 뛰어난 불세출의 영웅적 기사다. 하지만 그는 아서왕의 왕비인 귀네비어와 불륜관계가 되고 결국 이같은 관계로 아서왕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만다.

 

영화 킹스맨1 중에서 코드네임 갤러해드인 해리(콜린 퍼스)/네이버 영화

갤러해드는 랜슬럿의 아들로, 가장 고결한 기사로도 불린다. 마지막에 성배를 찾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영화 <킹스맨> 1에서 콜린 퍼스가 연기했던 해리의 코드명이 갤러해드였다.

트리스트람과 퍼시발 역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기사들. 그런데 표기법 때문인지 처음엔 도대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트리스트람은 바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그 트리스탄이다. 퍼시발 역시 파르지팔과 같은 이름이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파르지팔>은 그 자체로 파란만장한 이야기이자 바그너에 의해 악극으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서양문학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로맨스 주인공 커플로 꼽힐만하다.

19세기 영국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그린 <트리스탄과 이졸데>/출처 =피디아

 

 

퍼시발은 갤러해드와 함께 마지막에 성배를 찾는 기사다. 성배는 예수그리스도 최후의 만찬에 사용됐던 그 성배를 가리킨다. 원래 아서왕 이야기는 켈트족의 전설이었지만 수백년간 구전되고 더해지면서 기독교적 세계관이 입혀져 이런 형태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게 보편적인 이야기다.

이야기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가장 중요한 소품은 바로 원탁이다. 원탁은 멀린이 온갖 솜씨와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이다. 원탁 둘레로는 예수의 사도들을 본 따 열세개의 자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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